-
-
납치당하고 싶은 여자
우타노 쇼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잘 아는 신화가 있습니다. 바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깁니다.
- 작가
- 우타노
쇼고
- 출판
- 블루엘리펀트
- 발매
- 2014.01.27

베르니니, 페르세포네의 납치.
하데스. 지하의 명부인 즉, 저승을 관장하는 신도 사랑에 빠졌으니, 바로 대지의 여신,
풍요로운 여신, 수확의 여신인 데메테르와 제우스 사이의 페르세포네가, 바로 그녀입니다. 그러나, 그 사랑이 뭔지 결국 페르세포네를 납치하기에
이르렀으며 무사히 돌아오나 싶었으나 저승의 석류알 3알 때문에, 결국 우리에게 하데스의 추운 지하세계처럼 "겨울"이란 계절을 선사(?!) 한
이야기,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 마지막의 수단일지도 모를 방법을 써서라도, 얻고 싶어하는 것은 궁극에는
무엇일까요?
그 마지막의 수단까지 쓰면서 또 가지고 싶고, 얻고 싶어하는 것은 또한
무엇이던가요..?

어쩌면, 그 마지막의 수단의 답은 "소유욕"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데스나, 데미테르나 둘
다, "사랑하기 때문" 이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결국 둘 다 원했던 것은 페르세포네를 곁에 두기 위함이 아니던가요? 그것을 그저, 포장을
잘한 것일지도요. 그리고 지금, 한 여자가 하데스의 세계로 직접 내려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요.
어째서인지, 우리는 그녀에게 물어보려고 합니다. 또각또각, 그녀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어쩌면 다시 나올지도 혹은 어쩌면
다신 나오질 못할지도 모를, 세계로요.

우타노 쇼고는, 우리들에게 알려지기는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로 저 역시, 그랬고요 그래선지, 그는 "악동" 이미지가 상당히 강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밀실살인게임"은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에선 절대로 출판을 허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봄 그리고
여름 이윽고 겨울> 로 이어지는 그는 색채를 달리하는, 팔색조 같은 작가란 느낌이 살포시 다가올 무렵, 그가 데뷔한 이래
4년후 써낸 이 책, "납치당하고 싶은 여자"를 만났습니다.

네, 앞에서도 언급했듯
페르세포네와는 전혀 다른 여자가 여기 있습니다. 하마구치 사오리.
하마구치家는 꽤나 유명하고, 부유한
집안입니다. 그런 집안의 아름다운 안주인인 그녀가, 심부름센터 소장 구로다에게 다가와서는 납치를 해 달라고
합니다. _ 여기까지 발칙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데, 이 순간 묘한 데자뷰가 일어났으니 그의 데뷔작 "긴 집의
살인" 이였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납치당하고 싶은 여자" 는, 추리소설의 입문 그것도 본격의 입문 책으로는
괜찮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우타노 쇼고" 란 이름의
브랜드에 기대를 건 분들이 계시다면 "긴 집의 살인" 을 상기하시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처음 이 사건을 들었을 때, 이게 이렇게 되고_ 가 주루룩, 꿰어져 나왔단 사실입니다. 그리 예민치도 않은데 말이지요.
그렇다면, 예민하신 분들은 이미 초반 간파하실 것입니다. -
물론, 이 책이 1991년도에 쓰여졌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삐삐조차 없는 그 시대기에 또한 가능했던 것들, 그때로서는 최선의 트릭이고 최고의 트릭이였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이미
2014년입니다. 우리의 복고는 추억의 되새김질이지 추리도 같이 복고로 돌아가자, 라고는 할 수 없는 것 아닐까요..? 나날이
늘어가는 정교해지는 트릭들 사이에서요.

하지만, 이런 건 있습니다.
- 제가, 긴 집의 살인을 읽고, 어찌나 우타노 쇼고의 데뷔가 귀여웠던지!
하면서 웃었습니다.
미스터리에 속기 위해 태어나셨다던 훙치님은 "꽃이 피지 않은"(훙치님의 말을 빌어,
미스터리의 꽃은, 트릭입니다!) 그 소설
에 속지 못해서(ㅋㅋㅋ) 억울해 하셨으나, 저는 악동이나, 태어나면서부터 그가 마치 서술트릭을 위해 존재할 것만
같았는데, 오호라, 이런 귀여운 데뷔작! 했던 것이였죠.
다만,
저는 한번의 경험으로 족합니다. 이 책은, 물론 우리를 1991년으로 불러들입니다만, 이
시스템 자체가 우리나라완 달라서, 같이 복고를 경험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긴 집의 살인" 을 읽지
않으셨다면, 우타노 쇼고의 초기가 궁금하시다면, 이 책
읽어보시길요.
- 긴 집..이 싫었다, 하신다면 필히,
피하십시요.

이미 일본에서는,
동명의 드라마로 그리고 2000년도에 "카오스" 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카오스. 혼돈, 저는 알 것 같습니다.
어째서 페르세포네가 그 석류알 3알을 주저없이 먹었는지를 말입니다. _ 알고도 먹었다면,
어떨까요..?
그런 기분이였습니다. 이 "납치당하고 싶은 여자" 는요. 마치, 그 석류알 3알을 먹으면,
어찌 된다는 것인지 페르포세네는 알았다, 라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왜인지 궁금하시다면, 어쩔 수 없지요. 주저없이, 펼쳐보시기를요 설령, 앞으로의 전개가
펼쳐진다 한들, 그것이 매력으로 다가올 지, 혹은 내가 왜
알면서도 먹었을까, 라고 물음표를 던지실 지는 말입니다.
저는요..?
어땠을까 싶으면, 알면서도 먹긴 했는데 살짝 석류알이 맛있지가 않았다, 정도랄까요..? 네,
그랬습니다. 조금만 맛있었더라면, 하는 그 아쉬움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