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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쫓는 아이 ㅣ 신카이 마코토 소설 시리즈
신카이 마코토 원작, 아키사카 아사히 지음, 박재영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7월
평점 :
신화, 그리고 전해져 오는 이야기들의 비극의 원인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금기"일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약속을 깨트린 것일지도요.
신화, 가 전해주는 오르페우스 이야기는 그 마지막 계단 앞에서 라선 더더욱 아쉬운 걸 겁니다. 그 문을 나서기까지 절대 뒤돌아보면 안 된다는 약속을 어기면서 그는 다시 눈앞에서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를 잃어야 했으니까요. 죽은 자를 살릴 수 있었던 그 기회 또한 잃어버렸습니다.
마지막 계단, 앞에서 라기보단 어쩌면 처음부터 그런 비극은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인간에게 금기만큼 달콤한 열매는 없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오르페우스의 약속은 처음부터 금기였습니다. 죽은 자를 살린다는 것, 그 자체로 말입니다.
아스나에겐 아주 오래 전이라 이젠 얼굴조차 희미해진 아버지와 하굣길의 고원에서 몇 번 만난 슌, 그렇게 정 반대의 사람들을 찾는 길입니다.처음은, 그들의 죽음에 슬프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도서관의 어디에서도 없던 슌이 온 세계, 아가르타를
아는 모리사키 선생님이 나타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인간에겐 잔인한 것이 또한 판도라의 상자 마지막 희망이라고들 합니다.
그 희망이 덧없을수록 대가가 크거나 아주 비싸기도 하다는 것을 압니다. 그럼에도 여행을 시작합니다. 모두 사랑하는 자들을 살리고 싶다는 점에선
오르페우스와 참으로 닮아 있습니다.
- 여행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책은 그렇게 묻습니다. 죽은 슌에게도 그리고 그의 그림자를 쫓는 아스나와 아내를 되살리고 싶은 모리사키, 슌과 너무나 닮아있는 그의 동생 신에게도요.
우리에겐 <너의 이름은>으로 널리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원작입니다. 뒤의 후기에서도 어렴풋이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세계관이 보입니다.
마지막 그가 말한, 아스나의 독백은 묘하게 쓸쓸했습니다. 어쩌면 그냥 휘말린 것일지도 모르지만 또 그조차 그녀의 의지니까요.
군데군데 모리사키와 아스나의 끈, 신과의 끈이 보일 듯 말 듯했으나,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엔딩은 미묘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호, 불호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름다울 것만 같았던 이야기지만, 어딘가 이색이 묻어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것이 감독의 색이라면,
<너의 이름은>이 비교적 대중적이었다면, 그와 좀 반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혹은 그가 직접 쓰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의 이자나기 신화, 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시작은 오르페우스와 닮았으되 또 많이 다릅니다. 시작점은 누구나 바라는 것 아닐까요..?
우리가, 사랑하는 자를 신이 데려갔을 때, 다시 찾고 싶은 그 마음이 말입니다. 그리고, 그 후는 또 우리가 만들어 가야만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별을 쫓던, 혹은 그 반대이든요.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의 인사가 다 다르듯이요.
그건, 어쩌면 우리에게 던져진 모호한 숙제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스나에게 슌이 말한 아침을 맞이하는 것은 다 다를 것 같습니다.
난 이제 간다. 출구는 크라비스 없이도 열리니까 아침이 밝으면 돌아가. _95p, 슌이 아스나에게.
요약.
제게는 의외로 정서적으로는 맞지 않았습니다. 본문에도 있듯, 모호함의 경계는 좋았으나 초반 아스나가 슌에게 반한 이유가 "잘생겨서"(...)는 그 나이 또래 답지만 뭔가 .. 이건 좀.. 하는 부분이 강하게 와닿았습니다. 군데군데, 저와는 아니었던 건 아마도 원작만 감독이고 그 생각이 오롯이 전해지지 않고 다른 작가가 써서(이건 후기에 좀 더 있긴 합니다)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의 이름은>보다 마니악 한 느낌이었고 솔직히 제겐 기대치보단 많이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