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살인의 문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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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그런 동전의 양면과도 같고 가끔은 누군가의 말로 앞면과 뒷면을 바꾸어 말하면 믿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의 내면에 뒤바뀐 동전의 앞뒷면을 알면서도 모르는 채,  각인하려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말한다. 
-나약한 인간의 방어기제일 뿐이며 인간의 원초적 본능 중 하나는 공포이며 그것들이 그렇게 믿어야만 하게끔, 겁을 줬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라는 의문을 던져본다. 그 공포를 가진 것도, 그대이며 그것을 떨칠 수 있는 사람도 또 그 본인이라는 것을.


그의 처음은, 블루였다. 맑았다. 왜냐면, 아무런 걱정이 없었으니까. 돈 많은 치과의사 아버지를 둔, 다지마 가즈유키가 만난 건
그와 정반대인 구라모치 오사무였다. 까마귀와 같았다. 속칭, 프로 사기꾼 같았다. 그 어린 나이에, 그가 다지마를 끌어들였다.
정반대이기 때문에 끌렸던 것이 아니다. 다지마는 자신의 내면 속 어둠 안으로 끌렸던 것일 뿐이다. 착해야만 하는 자신이 아니라, 조금씩 남을 속이기도 하면서 남들의 불행을 비웃는 그 모습에 끌렸던 것이다. 처음은 재미였으나 그것은 점점 깊어만 같다 그리고,  알지 못한 채였으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였던 것이다. 그 마음을 죽여야만 자신이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그러나 모든 유혹들은 강하다.
그래서였던 것이다. 그 죽여마땅한 마음이 점점 고개를 들고 자신을 저 랑의 끝으로 던지는 걸 알면서도 쾌락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늘 당했던 것이다. 푸르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그 자신만이 순수하다고 여겼을 뿐. 그래야만 했기에.

그에겐 어느새, 핏빛의 마음만 남아버렸다. 그가 속이기만 했기 때문에, 라고. 한번도 진심으로 친구로 대한 적이 있었던가?
모든 불행의 시작은 바로, 그 마음 때문인 것을 혼자만 몰랐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째서, 나, 다지마 가즈유키는 부유한 치과의사네 외아들의 자리에서 성장하지 않았다.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할머니의 죽음을 알면서도 그 손에서 돈을 취하려 했었다

가즈유키는 몰랐을까? 알았다. 다만, 그때 가장 급했던 것은 오목이 주는 즐거움이었다. 그래서 모른 척 외면했던 것을 뿐이다.
그 마음이 쭉, 이어져 왔다. 속으면서도 스스로는 구라모치와 다르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러기에 또 계속 속은 것이다.
자신은 구라모치와 같은 사기꾼과는 다르다고 위안을 한 것이다. 순수하기에 속았다면서, 스스로를 타락으로 이끌었으면서
그렇게, 달래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위안거리를 찾고 있을 뿐.



 

하지만, 그것을 들키고 말았다. 모든 것은 스스로가 자초한 것임을.

아이러니 하게도 그가 진심으로 믿는 상대는 내버릴 돌로 발탁된 상대뿐입니다. 그래서 그의 입장에서 볼 때 댁이야 말로 그의 입장에서 친구였던 겁니다.(...)버려지는 돌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행복하게 놔둘 수 없다는 거죠.         335p 사쿠라가 가즈유키에게.
내 안의 구라모치 오사무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내가 멋대로 사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았다.
349p

 

 

 

그 안의 추악함이 들켰던 것이다. 나는, 구라모치 오사무였고, 또한 다지마 가즈유키였단 사실이. 아닌 척 했어도, 결국 내가 돌이었던 것도 아니, 돌로 발탁됐을 때 슬며시 내 안의 그 무언가가 웃고 있었던 것도, 기뻐했던 것들도. 당하면서도 계속해서 그를 믿어야만 했던 것도 그 모든 것이, 따로가 아닌 하나였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가?

너무 깊이, 들어와 버린 괴물의 심연이다. 그것을 버릴 방법은 죽이는 것 뿐이다. 하지만, 그럴 수 있을까..?
너무 깊은, 세월간 키워온 괴물의 마음이었다. 버려야만 한다. 지금도, 나를 노려보듯이. 하지만, 그럴 수 있을까?
설령, 지금 죽인다 한들 또다시 그 괴물이 내게 그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으란 법,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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