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기담집 - 아름답고 기이하고 슬픈 옛이야기 스무 편
고이즈미 야쿠모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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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됐고 그리고 혹은 오래되지 않았으면 혹은, 그 예전의 이야기가 지금도 아주 비슷하게 내려오고 있는 것만 같은 그런 이야기들이 말입니다. "오래된 이야기"는 참 참혹하게 시작합니다. 몇 페이지 되지 않는데 마지막에 덜컥, 내려앉는 이야기로 말입니다. 그렇게, 마치 의자에 앉아 할머니에게서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기이하면서도, 참혹하고 아픈가 하면

기이하면서도 엉뚱하고 그래서 결말이 있는지 혹은 없는지 모를 그런 이야기들이 말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기담"이란 것은, 그 끝을 그렇게 선명하게 알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가능한 결말을 여러 가지로 상상할 수는 있겠지만, 그 어느 결말도 우리의 상상력을 만족시켜 주지는 못하겠지요. 영혼을 마셔버리면 (... ) 본문 28p


이야기 찾잔 속,에서 이 뒤의 이야기가 참 궁금했습니다. 그 찬 잣은 이 사람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렇게 가장 흥미로울 것 같은 순간, 갑작스럽게 끝이 나 버립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렇게 "미완"의 이야기로 아주 흥미만 끈 채 우리에게 어떨 것 같냐고 묻습니다. 더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의 말처럼 인간의 상상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아마, 그 이야기가 어떤 끝을 맺었는지 인과 관계가 무엇이었는지는 몰라도 100% 만족스럽진 못했을 겁니다. 그게, 인간이니까요.


그래서, 이야기들은 괴이하지만 슬프기도 하고 쿡, 하고 웃게도 만들고 하지만, 그 웃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있는 것은 아내의 질투와 집념이지만 어째 한구석은 싸해지는 그녀의 사랑에 울음도 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였을 겁니다. 그렇게 그 "오래된 이야기"가 마치 지금의 이야기인 양 재미도 있었고 싸늘했고 슬프기도 했지만 미묘한 감정의 뒤섞임은요. 하지만, 그렇게 넘어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조금은 다른 색깔을 띠고 있었단 것을요






눈에 보이는 세계보다도 훨씬 더 많은 모습이 이 이슬 속에서 되살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한없이 신비한 세계가 똑같이 그 속에 나타난다. 이슬 밖에서도 안에서도 물방울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본문 182-183p


이야기는, "철학적 사유"로 넘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가장 처음의 "어느 여인의 일기"를 제외하곤, 이야기라기보단 작가인 고이즈미 야쿠모가 그 스스로가 일본인이 아닌 그리스인으로 일본에 귀화한 사람이기에 동양의 사상과 철학, 그런 것들과 세상에 기이하지 않고 신비롭지 않다는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한편 정도겠지, 하던 생각은 어느새 그 많은 파트들에서 일관성 있게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기이"는 어쩌면 "본질"을 두고 상이하지만 어쩌면, 아주 극과 극이 닮아있는 동서양의 사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양의 사상과 동양은 분명 다르지만, 이 "실재하는 본질"에 대한 것이 닿는 것은 결국 어느 쪽이 틀리고 어느 쪽이 맞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사상의 신비로움 자체에서 매력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의 생각을 그 스스로가 "몽상"이라 표현했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나쓰메 소세키를 비롯한 대단한 문호들이 아니라서일까요? 이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는 제겐 조금은 기이하지 않은 기이함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분명, 저는 그가 들려준 1부의 "오래된 이야기"를 너무나 재미있게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문장은 유려했고, 섬세했지만 제가 원한 건 "기이한 괴담"이었지 "철학의 기이함, 그 사유"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시작해 오늘날에도 어디선가의 이야기가 돼 있을 그 싸하고 아픈 이야기들이 깊은 사유보다 깊지 않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제겐 그래서, 아주 씁쓸하게 남았습니다. 본질과 형태, 그런 형이상학이 아닌 순수한 "이야기"로서 그의 깊은 철학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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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린, 어린왕자 - 어느새 어른이 되고 만 우리에게, 별에서 온 편지
어린왕자 지음, 오차(이영아) 그림 / 프롬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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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B612. 하지만, 이 책의 그는 그렇게 불리는 것이 싫다고 합니다.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의미를 지닌 곳이라고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어린왕자로부터의 편지가 왔습니다. 조금은 긴 편지, 혹은 소책자 혹은 아주 긴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여우와, 보아뱀과 그리고 그때도 어른이었던 비행사 아저씨의 이야기를 담아서 말입니다. 어린왕자를 처음 만났을 때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어른이 되어서야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았습니다. 어린왕자는 늘 그 자리에 있듯, 지금도 또 그렇게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곤 어른이 된 제게 말합니다.


어른들은 항상 후회하면서 살아가지. 추억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야. 본문 25p


하지만, 추억은 그렇게까지 핑계거린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추억 안에 담아놓은 것들엔 후회뿐 아니라 너와의 기억도 있다고 말입니다. 어린왕자를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또 오늘도 말입니다.



전, 늘 여우의 기다림이 참 아팠습니다. 그렇게 어린왕자의 머릿 빛깔만 닮은 밀밭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여우가요. 그런데, 어린왕자가 이번에 그에 대한 답을 했습니다.


진짜 외로움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없을 때 느껴지는 거야. 본문 60p

어쩌면 궤변 같기까지 한 말인데 읽는 순간, 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기다릴 수 있다는 건 그가 또다시 온다는 것을 의미하겠구나, 싶어서였습니다 여우가 기꺼이 어린왕자를 보내준 건 어쩌면 딱히 그가 돌아오는 것을 바란 것도 아닐 겁니다. 다만, 또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그와 만났던 시간은 아주 찰나와 같았지만 또 그와 서로 길들였고 밀밭의 추억도 만들었으며 어쩌면 또 올지도 모를 그릴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을 여우는 알았나 봅니다. 왜냐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언젠가 우리의 만남 뒤에는 이별이 있을 텐데 그게 이별보단, 기다림 그리고 만남으로 이어지는 것을 여우는 현명하게도 알았구나, 싶습니다.그럼에도, 아직도 저는 여우가 아픕니다. 그 등 뒤, 밀밭이, 그리고 석양이 혹은 동틀 때의 그 뒷모습이 말입니다.



내 친구 여우가 가르쳐 준 비밀, 아주 간단하지만 또 사람들이 모르는 것은 _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이라고 계속해서 말합니다. 우리는 사실 그 지극히 뻔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어째서 비밀일까, 왕자에게 물었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더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손에 어느새 그 당연한 사실을 잊기도 하고 알면서도 또 외면하게 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질이 아닌 것들 사랑이나 믿음 이런 단어들이 낯간지러워질 때가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보이는 것들을 더 많이 믿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선지, 그가 또 말합니다.


속지 마!

시계를 보면 시간이 아주 천천히 가는 걸 볼 수 있어. 하지만 시간은 절대 천천히 가지 않아. 그러니 모두 자기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있는 거라고. 본문 139p


사실 시계에 속았다기보단, 시간에 속았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의 말처럼 어느새 어른이 돼 있었습니다. 그 천천히 가는 것 같았던 것들을 믿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래서 속지 말라는 이 어린왕자는 내가 알던 그일까? 싶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제가 알던 어린왕자라면 믿으라고 말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시계의 그 느린 속도의 초침과 분침이 얼마나 빠른지를 믿어,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왕자는 예전 저를 찾아왔을 때처럼, 여전하면서도 또,

그렇게 왕자는 예전 저를 찾아왔던 때와는 다른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그건, 제가 조금 더 어른이 되었거나 혹은 왕자도

그렇게 아직은 어리다고 하지만 실은 우리의 기억 속의 어린왕자를 윤색했는지 아니면, 그 말들이 다르게 다가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왕자의 말은 그렇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모자 같은 것을 보여주면서, 각기의 다른 답이 분명 있을 텐데 모두가 "모자"라고 말했던 때에 실망했던 그 어린왕자였을텐데 왜 조금 달라 보일까, 싶기도 했습니다.어쩌면 그에게서 특별한 말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특별하지 않게 또 특별하게 길고도 짧은, 아주 소책자 같은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B612 아니, 그의 말을 빌려 비육일이는 소행성에서 장미와, 그리고 여전히 기다리고 있을 여우에게 그리고 그때 만난 어른이었던 비행사의 이야기를 담아서 말입니다.



나는 아직도 어린, 어린왕자야. 내가 왜 여전히 어린지 알아?

언제나 멋진 걸 보고 싶어 해서야. 위에서 내려다보는 거보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게 모두 훨씬 더 멋있어 보이니까.

어른들은 이 비밀을 전혀 모르지. 그래서 거만한 어른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

본문 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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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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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전의 아름다움은 풍성함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시대에는 모든 것이 부족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부를 드러내는 것이었는지도요. 지금의 아름다움은 적당함을 넘어 언젠가부터 "마른" 몸매를 날씬하다고들 합니다. 지금의 시대가 어쩌면 부족함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풍족한 세대가 원하는 것이 가지지 못한 것은 그 풍성함을 빼버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유야 무엇이 됐든, 다이어트는 꽤 오랜 기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왜냐면 아름다워야 하니까요.

다이어트. 살을 빼기 위한 운동이라고 인식이 돼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또한 날씬합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고마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가로서 이미 유명 인사가 돼, 아마 꽤나 좋은 집안의 스물일곱 정도의 날씬하고 세련된 여자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까요? 그리고, 그리고 절실히 그녀가 필요한 사람들이 여기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사연과 연령대도 너무나 다릅니다. 쉰을 앞둔 노리코는 자신의 몸무게가 60이 아닌 59.8을 강조하고 있듯, 그렇게 아슬아슬한 것이고, 화족이란 이유로 집안에 발목이 잡혀 꿈을 제대로 꾸지 못하고 있는 고키쿠, 그리고 교통사고로 인해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잃어버리고 보니 자신의 알던 그가 사라져 버린 도모야와 싱글 맘인 엄마가 힘들어하는 걸 봐야만 하고, 학교에서는 왕따인 소년 유타. 이들이 만난 오바 고마리는, 그들이 상상한 날씬하고 세련된 여자가 아니라 통통하기까지 한 중년 여성인 것입니다.

자신의 살도 못 빼면서 남의 살을 빼준다고?라는 의심을 다들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이 실은 오바 고마리를 택한 건 바로 "마음의 살도 빼 드립니다"라는 문구 때문이었습니다. 네, 이들은 각기 마음속에 지금 살보다도 더 커다란 짐덩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스스로가 만들었고, 찌웠으니 결국 스스로 뺄 수밖엔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바 고마리는, 단지 조언을 해 주는 역할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여러분은 이 중, 몇 가지에 해당되시나요?

이 중, 가지 이상 해당되신다면 오바 고마리에게 부탁해 보세요 하지만, "마음의 살도 빼 드립니다"라는 문구 때문이라도 아마 그녀를 찾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사실 누구나 마음에 삼천원 이 아니라, 남들은 모르지만 내게는 너무나 잘 보이는 그것, 혹은 나는 모르는데 남들에게는 너무나 잘 보이는 것 하나씩 있을 겁니다.

그래서 기어이 그녀 오바 고마리의 유혹(?!)에 넘어가실 겁니다. maybe.





살을 빼는 데 무슨 마법의 비책이 있을까요? 하지만, 가키야 미우가 내놓은 답이 사실 다 아는 이야기를 풀어놓은 느낌이랄까요? 자신이 버리지 못하는 그 하나를 내려놓으면 된다,라는 것이죠. 근데 그러기가 쉽던가요? 사실 주인공들이 참 쉽게 쉽게 내려놓고 있어선 이렇게 쉬운 것을, 왜 그동안 안 했을까? 지만, 또 그것이 가키야 미우 즉 오바 고마리로 책에서 분해, 계속해서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를 계속 광고하고 있는 것은 재미있고, 재치롭게 나왔지만 말이죠. 물론, 유타 편은 좀 달랐지만 뭔가 우연의 연속이 남발은 심했습니다.모든 이들의 환경은, 어쩌면 고마리를 만나면서 판타지로 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의 삶은 좀 무거운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독자들도 느낀 그 "살"을 빼 주겠다고 대신 고마리가 나선 것이지도 하지만 그 뻔한 답이 그렇게 판타스틱하게 다가올 수 있을까, 라는 물음표는 남았습니다.


하지만 또 책은 말합니다.



어쩌면, 작가는 그렇게 무겁게 책을 읽으란 것은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슬쩍 한번 읽어보고 이 중 혹시 나와 닮은 그 누군가가 있다면 작가의 말처럼 한 번 해 보는 것은 어떠냐고 슬쩍 던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또 그렇게 손해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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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야쿠마루 가쿠 지음, 민경욱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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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 두 남자가 있습니다. 그들의 시간은 무거운 새털과 같습니다. 얼마 남지 않아 무겁고, 그래서 또 가벼울 수밖엔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한 남자는 형사이며 한 남자는 그 형사에게 쫓기는 사람입니다. 정반대편에서 같은 시간의 무게의 추를 돌리고 있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양 극단의 검과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기사인 형사의 검과 밤의 무기인 어둠의 검, 그 사이입니다.

- 그 검들에겐 각각의 추억이 있습니다. 기사의 검이, 여러 명의 목숨을 살리고 또 죽어가는 전쟁터란 밤에서의 피 묻은 검이라면, 밤의 무기는 어렸을 적부터 보아왔던 아주 익숙한 어둠, 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새,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니, 이 밤의 어둠의 무기는 좀 다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간직한 무기는 기사의 검과 비슷합니다. 그것은 그가 온 마음을 다하는 그래서 결코, 이 밤의 어둠이란 것을 들키고 싶지 않은 스미노가 준 페이퍼 나이프입니다. 그것은 그녀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를 계속 뜯어내고 있는, 그런, 이 밤의 어둠의 유일의 무기였습니다. 분명 칼이면서도 칼이 아닌, 그런 무기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린 압니다 종이에 베인다는 것이 또 아프다는 것을요. 그 종이를 베어내는 칼은, 그럼 또 그렇게 무딜까를 생각하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사의 나이프도 역시, 그렇습니다. 그에겐 "약속"입니다. 어둠 속에서 지켜내야만 하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왜냐면, 밤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목격했으니까요. 또, 그것 때문에 그에겐 "낮"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낮에도 지켜야 하지만 밤에 더욱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주한 어둠 속에서 그는 잡아내야만 했습니다. 그의 검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그가 사랑했던 아내의 그 죄책감 그리고 이 밤의 고요를 위해서 말입니다


그렇게 너무나도 다르고,

그렇게 너무나도 비슷한 사람들이 만났습니다. 형사로서 연쇄살인범으로서 말입니다. 시간은 그들에게 모래시계처럼 자꾸 줄어들고 있습니다. 모래시계는 다시 거꾸로 놓으면 되지만, 그렇게 되돌리지 못하는 그들의 시간 앞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회의에서 보고하라는 말을 들은 후 너는 무슨 큰 실수를 하지 않을까 하고 내내 겁을 먹었지. 자신이 뭔가 실수하는 바람에 범인을 놓칠까 봐두렵지? 범인이 잡히지 않는 한 그 생각은 한없이 계속되지. 죽을 때가지 그런 생각을 품게 돼. 그게 이 일의 원동력이야."본문 139p 아오이, 야베에게

그의 검은, 그 생각이고 집념입니다. 그리고, 결국은 두려움입니다. 잃을까 봐 선, 아군을 죽게 하는 그 광경을 다시 볼까 두려운 그 마음입니다.

안정됐다기보다는 균형을 찾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자신 안에 있는 욕망의 균형을. 계기는 -
본문 256p 사카키

작은 페이퍼 나이프를 사람의 목을 졸라 죽이는 쾌감으로 써버렸습니다. 상대방은 숨쉬기 힘들어하는 그 순간의 쾌감으로 말입니다.

아주 소중한 칼인데 그렇게 마구 쓰다가, 마침내 봅니다. 자신의 피 묻은 손을 말입니다. 그리고 실은 이제껏 목을 졸리고 있는 것은 자신이란 것을요


재미있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죽이고 싶다는 오랜 바람을 이룬 자신과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그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형사라. 이토록 재미있는 만남이 또 있을까.

본문 261p 사카키.



그렇게, 이야기는 성공을 한 것처럼 보이는 사카키와 형사로서의 "감"은 있지만 그 외엔 실패한 것만 같은 아오이 이 정반대의 두 사람,이며,같은 "푸른"의 뜻을 가진 이름을 가지고 있는 두 남자가 한 사람은 그것을 붉게 물들였으며, 한 사람은 그대로 푸르고 푸르게 만든 사람으로요. 그래서, 죽음의 끝, 그들이 만난 그 순간의 시간은 또 아주 색다를 수밖엔 없었습니다.

이야기의 초반, 범인은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 둘이 어떻게 만나고 도대체 왜 그는 이렇게 그 작은 페이퍼 나이프를 버리지 못하는지, 또 아오이는 어떤 단서로 사카키가 목을 조이는 그 쾌감 대신 그 자신의 목이 조이는 쾌감도 느낄지를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인들인 아베, 스미노의 시각과 그들의 눈으로도 그들을 읽어내려 가고 있었습니다.

이 설정은 너무 좋았습니다. 너무나 다른 인생의 두 사람이 같은 시간을 살고 있고, 제목 그대로 "죽어야만 하는 남자들"의 사명이란 것까지 말입니다

다만,

초반의 설정에서 조금씩 그 퍼즐이 맞춰질 때 사카키의 퍼즐이 완전한 느낌이라면 아오이의 퍼즐은 의외로 그렇게까지 설득력을 제게는 얻어내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퍼즐이 조금은 제겐 살짝 뻔한 느낌도 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장, 사카키의 퍼즐에선 여전히 그래서, 그 아주 가벼운 종이를 뜯는 페이퍼 나이프 혹은 레터 오프너는 아팠습니다. 그에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왜냐면, 아오이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를 그렇게 만들었고, 그것은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면서도, 또 진짜를 안다면 더 아팠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어쩌면

작은 페이퍼 나이프와 기사와 그리고 밤의 어둠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짧고 긴 이야기 혹은 길고도 짧은 시간의 이야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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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개념어사전 - 키워드로 읽는 문화.예술의 세계 마리서사 지혜의 숲 1
나카가와 유스케 지음, 이동인 옮김 / 마리서사(마리書舍)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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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예술"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네, 바로 클래식이라 불리는 고전음악과, 미술일 겁니다. 그래선지, 이 책 역시 "미술관에서 만날까?"라면서 가벼이 운을 떼면서도, 대중문화로 자리 잡은 영화, 연극보다는 우리가 가까워지긴 했지만 아직은 접하는 계층이 조금 정해진 음악과 미술 쪽을 많이 담고 있었고 함께 발전되어 오고 있었기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미술과 음악은 사실 방대합니다. 그래서 미술관 따로, 클래식 어때? 따로보단 같이 했었다면 싶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바로크의 미술은, 카라바 조의 미술이 대표적이고 음악 역시 <사계> 같은 경우로 16~18 세기 유행했죠. 다만, 음악에서 아쉬웠던 건 바로크 시대에는 지금의 악기들이 아닌, 원전 악기들이 존재했습니다.



지금의 피아노와 같은 위치지만, 바로크 시대 때는 이 하프시코드가 있었단 것이 음악 쪽에서 나오려나 보다 했는데, 아쉽게도 나오질 않더라고요. 지금의 피아노지만 저 하프시코드의 경우는 쳐서 내는 소리가 아닌, 뜯어서 내는 소립니다. 그 외에도 많은 악기들이 요새는 원전악기라 해서 지금의 악기와의 차별성이 있는데 이 점은 아쉬웠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몰라서 생략하신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설명쯤은 해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림은, 바로크가 나오니 그다음 나올 것은 바로 로코코입니다. 그런데 이때, 이 양식이 어디서 왔을까? 싶으면 바로 프랑스입니다. 역시나, 국가의 흥망성쇠와 달리, 문화예술은 또 그렇게 프랑스대혁명 전, 발전을 하거나 다른 양식과 사조로 변화를 하니까요.



바로크나 로코코의 뜻이 결코 좋은 뜻이 아니란 것을 읽고는 그럼에도, 그런 것들을 수용하는 사람들이 또 그들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지금 닫혀있다고 해서 그들이 또 그때도 그랬던 것은 아니니까요. 그 잘 알려진 렘브란트의 <야경>을 비롯, 루벤스, 그리고 카라바조가 그때의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면, 건축은 바로, 여러분도 잘 아시는 베르배라.. 아니, 베르사이유의 궁전이 거기에 속합니다. 미술이나 음악은 전 시대의 것들을 조금씩은 부정하면서 발전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 부정된 것들이 사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되려, 그것들은 후대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입니다.

어쨌든, 이런 의미적인 것 필요 없어,로 나타난 것도 있죠 바로 탐미주의입니다. 오로지 아름다움, 그 자체..랄까요..? 하지만, 이 탐미주의는 가져온 것은 지금이나 이때나 마조히즘(...)과 사디즘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그러니, 너무나 지나친 독선은 아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유명한 밀레,의 그림은 바로 "리얼리즘"입니다. 그래도 "사실주의"인데, 밀레의 그림 등이 지금에야 따뜻해 보이지만, 실상 그 그림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그린 것이라 아름답지만은 않단 것이죠. <올랭피아>도 이 리얼리즘에 속합니다.




자연주의의 경우는 그런 것에 反해 일어났는데 유의할 것은, 이것은 문학이나 철학의 자연주의와 전혀 다르단 것입니다. 보통은 문학-철학-음악, 그리고 미술이 같이 가는데, 이 경우 자연주의는 미술에만,이라는 설명들이 있었습니다. 상징주의, 인상주의, 그리고 포스트 인상주의까지 대표적인 작가와 그리 길지 않은 설명들이 이어졌습니다 포스트 인상주의의 경우 그 유명한 고갱, 고흐가 있습니다. 다만, 여러 사조를 다루면서 그 유명한 피카소의 "큐비즘"(물론, 입체파죠)을 다루지 않아서 좀 의아했습니다.

이 책이 "개념어 사전"인데, 간단하게 설명이 돼 있는 상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들이닥치는 큐비즘과 쉬프레마티슴.. 이 나와서 읽다가 뭐지? 했는데 그나마 쉬프레마티슴은 바로 뒤에 나오긴 하지만, 큐비즘은 없더라고요. 말하자면 그런 것들 때문에 이 책을 읽은 것이니까요. 이런 구성은 아쉬웠습니다. 미술은 이미지 한 장이 몇 장보다 값어치가 있는데, 싶어서 표는 좋았지만, 그 점이 참 아쉬웠습니다

음악은 우리가 참 많이 아는 것들과 익숙한 것들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이들 들어본 것들(교향곡, 오케스트라 등..)이고 설명이 잘 돼 있었습니다. 다만,

음악 용어 중에는 [광상곡]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카프리치오]라고 하는 [캐릭터 피스]의 하나다(p101)

그래서, 쉬프레마티슴처럼 뒤에 나오려나 보다.. 했는데 끝까지 안 나온 것이 바로 <카프리치오> 더라고요. 이런 구성들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영화나 연극의 경우, 짧게 다루고 있었습니다. <누벨바그>로 시작해 <타이틀롤>까지 있었습니다. 누벨바그의 대표적인 감독으로는, 바로, 장뤼크 고다르 감독을 들었습니다. 이 이름이 반가웠던 건, 영화 <네 멋대로 해라>의 감독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대표작들 보다, 그냥 이런 감독들이 있었다..라는 식의 나열이라 되려 작품이 더 알려진 감독들도 있을 텐데, 싶어 이 점은 무척 아쉬웠습니다. 시퀀스, 이런 것들이 나오면서도 이런 용어 설명은 패스가 돼, 되려 영화 쪽에서의 <미장센>등을 기대했던 저로선 좀 대중문화라서 많이들 아시나 보다,라는 생각이 짙었습니다.

부조리 연극이 추상적이라 구체적 장소나 추상적 언어를 쓴다고 하지만, 제가 아는 부조리 연극이란 것은 "받아들이는 이가 부조리다"라고 느낀다면 그 연극이 "부엌"이란 공간에서 추상적 언어를 쓴다면, 그 또한 맞다,라는 생각입니다만(연극 "키친"의 경우) 여기서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예로 들며 그렇게 설명을 하시더라고요. 의외의 수확은 "타이틀롤"이었습니다. 이 파트는 드라마에서 말하는 "타이틀롤" 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드라마를 서브컬처로만 취급한 것인지도요)


음악도 많이들 알고 계신 것..인가요..? 이런 용어들이었는데, 어쿠스틱이나 아카펠라, 인디즈는 다 아는 것이고, 게네프로가 바로 <최종 리허설>인데 만약, 드레스 리허설이라고 하면 싫어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드레스 리허설 역시 같은 뜻이나 클래식 용어를 써주길 바라기도 한다고요.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은 지금, 독자 여러분께 책의 내용이 너무 쉽거나, 어이없을 정도로 가볍게 느껴진다면 좋겠습니다. 예술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요 227p, 옮긴이의 말 中

네, 그럼에도

예술은 원래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니까요 바로, 예술은 문화는 지금 우리의 생활이니까요.



#예술

#개념어사전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은 지금, 독자 여러분께 책의 내용이 너무 쉽거나, 어이없을 정도로 가볍게 느껴진다면 좋겠습니다. 예술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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