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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전의 아름다움은 풍성함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시대에는 모든 것이 부족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부를 드러내는 것이었는지도요. 지금의 아름다움은 적당함을 넘어 언젠가부터 "마른" 몸매를 날씬하다고들 합니다. 지금의 시대가 어쩌면 부족함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풍족한 세대가 원하는 것이 가지지 못한 것은 그 풍성함을 빼버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유야 무엇이 됐든, 다이어트는 꽤 오랜 기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왜냐면 아름다워야 하니까요.
다이어트. 살을 빼기 위한 운동이라고 인식이 돼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또한 날씬합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고마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가로서 이미 유명 인사가 돼, 아마 꽤나 좋은 집안의 스물일곱 정도의 날씬하고 세련된 여자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까요? 그리고, 그리고 절실히 그녀가 필요한 사람들이 여기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사연과 연령대도 너무나 다릅니다. 쉰을 앞둔 노리코는 자신의 몸무게가 60이 아닌 59.8을 강조하고 있듯, 그렇게 아슬아슬한 것이고, 화족이란 이유로 집안에 발목이 잡혀 꿈을 제대로 꾸지 못하고 있는 고키쿠, 그리고 교통사고로 인해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잃어버리고 보니 자신의 알던 그가 사라져 버린 도모야와 싱글 맘인 엄마가 힘들어하는 걸 봐야만 하고, 학교에서는 왕따인 소년 유타. 이들이 만난 오바 고마리는, 그들이 상상한 날씬하고 세련된 여자가 아니라 통통하기까지 한 중년 여성인 것입니다.
자신의 살도 못 빼면서 남의 살을 빼준다고?라는 의심을 다들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이 실은 오바 고마리를 택한 건 바로 "마음의 살도 빼 드립니다"라는 문구 때문이었습니다. 네, 이들은 각기 마음속에 지금 살보다도 더 커다란 짐덩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스스로가 만들었고, 찌웠으니 결국 스스로 뺄 수밖엔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바 고마리는, 단지 조언을 해 주는 역할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여러분은 이 중, 몇 가지에 해당되시나요?
이 중, 가지 이상 해당되신다면 오바 고마리에게 부탁해 보세요 하지만, "마음의 살도 빼 드립니다"라는 문구 때문이라도 아마 그녀를 찾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사실 누구나 마음에 삼천원 이 아니라, 남들은 모르지만 내게는 너무나 잘 보이는 그것, 혹은 나는 모르는데 남들에게는 너무나 잘 보이는 것 하나씩 있을 겁니다.
그래서 기어이 그녀 오바 고마리의 유혹(?!)에 넘어가실 겁니다. maybe.

살을 빼는 데 무슨 마법의 비책이 있을까요? 하지만, 가키야 미우가 내놓은 답이 사실 다 아는 이야기를 풀어놓은 느낌이랄까요? 자신이 버리지 못하는 그 하나를 내려놓으면 된다,라는 것이죠. 근데 그러기가 쉽던가요? 사실 주인공들이 참 쉽게 쉽게 내려놓고 있어선 이렇게 쉬운 것을, 왜 그동안 안 했을까? 지만, 또 그것이 가키야 미우 즉 오바 고마리로 책에서 분해, 계속해서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를 계속 광고하고 있는 것은 재미있고, 재치롭게 나왔지만 말이죠. 물론, 유타 편은 좀 달랐지만 뭔가 우연의 연속이 남발은 심했습니다.모든 이들의 환경은, 어쩌면 고마리를 만나면서 판타지로 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의 삶은 좀 무거운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독자들도 느낀 그 "살"을 빼 주겠다고 대신 고마리가 나선 것이지도 하지만 그 뻔한 답이 그렇게 판타스틱하게 다가올 수 있을까, 라는 물음표는 남았습니다.
하지만 또 책은 말합니다.

어쩌면, 작가는 그렇게 무겁게 책을 읽으란 것은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슬쩍 한번 읽어보고 이 중 혹시 나와 닮은 그 누군가가 있다면 작가의 말처럼 한 번 해 보는 것은 어떠냐고 슬쩍 던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또 그렇게 손해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