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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야쿠마루 가쿠 지음, 민경욱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 두 남자가 있습니다. 그들의 시간은 무거운 새털과 같습니다. 얼마 남지 않아 무겁고, 그래서 또 가벼울 수밖엔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한 남자는 형사이며 한 남자는 그 형사에게 쫓기는 사람입니다. 정반대편에서 같은 시간의 무게의 추를 돌리고 있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양 극단의 검과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기사인 형사의 검과 밤의 무기인 어둠의 검, 그 사이입니다.
- 그 검들에겐 각각의 추억이 있습니다. 기사의 검이, 여러 명의 목숨을 살리고 또 죽어가는 전쟁터란 밤에서의 피 묻은 검이라면, 밤의 무기는 어렸을 적부터 보아왔던 아주 익숙한 어둠, 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새,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니, 이 밤의 어둠의 무기는 좀 다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간직한 무기는 기사의 검과 비슷합니다. 그것은 그가 온 마음을 다하는 그래서 결코, 이 밤의 어둠이란 것을 들키고 싶지 않은 스미노가 준 페이퍼 나이프입니다. 그것은 그녀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를 계속 뜯어내고 있는, 그런, 이 밤의 어둠의 유일의 무기였습니다. 분명 칼이면서도 칼이 아닌, 그런 무기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린 압니다 종이에 베인다는 것이 또 아프다는 것을요. 그 종이를 베어내는 칼은, 그럼 또 그렇게 무딜까를 생각하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사의 나이프도 역시, 그렇습니다. 그에겐 "약속"입니다. 어둠 속에서 지켜내야만 하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왜냐면, 밤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목격했으니까요. 또, 그것 때문에 그에겐 "낮"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낮에도 지켜야 하지만 밤에 더욱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주한 어둠 속에서 그는 잡아내야만 했습니다. 그의 검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그가 사랑했던 아내의 그 죄책감 그리고 이 밤의 고요를 위해서 말입니다
그렇게 너무나도 다르고,
그렇게 너무나도 비슷한 사람들이 만났습니다. 형사로서 연쇄살인범으로서 말입니다. 시간은 그들에게 모래시계처럼 자꾸 줄어들고 있습니다. 모래시계는 다시 거꾸로 놓으면 되지만, 그렇게 되돌리지 못하는 그들의 시간 앞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회의에서 보고하라는 말을 들은 후 너는 무슨 큰 실수를 하지 않을까 하고 내내 겁을 먹었지. 자신이 뭔가 실수하는 바람에 범인을 놓칠까 봐두렵지? 범인이 잡히지 않는 한 그 생각은 한없이 계속되지. 죽을 때가지 그런 생각을 품게 돼. 그게 이 일의 원동력이야."본문 139p 아오이, 야베에게
그의 검은, 그 생각이고 집념입니다. 그리고, 결국은 두려움입니다. 잃을까 봐 선, 아군을 죽게 하는 그 광경을 다시 볼까 두려운 그 마음입니다.
안정됐다기보다는 균형을 찾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자신 안에 있는 욕망의 균형을. 계기는 -
본문 256p 사카키
작은 페이퍼 나이프를 사람의 목을 졸라 죽이는 쾌감으로 써버렸습니다. 상대방은 숨쉬기 힘들어하는 그 순간의 쾌감으로 말입니다.
아주 소중한 칼인데 그렇게 마구 쓰다가, 마침내 봅니다. 자신의 피 묻은 손을 말입니다. 그리고 실은 이제껏 목을 졸리고 있는 것은 자신이란 것을요
재미있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죽이고 싶다는 오랜 바람을 이룬 자신과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그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형사라. 이토록 재미있는 만남이 또 있을까.
본문 261p 사카키.

그렇게, 이야기는 성공을 한 것처럼 보이는 사카키와 형사로서의 "감"은 있지만 그 외엔 실패한 것만 같은 아오이 이 정반대의 두 사람,이며,같은 "푸른"의 뜻을 가진 이름을 가지고 있는 두 남자가 한 사람은 그것을 붉게 물들였으며, 한 사람은 그대로 푸르고 푸르게 만든 사람으로요. 그래서, 죽음의 끝, 그들이 만난 그 순간의 시간은 또 아주 색다를 수밖엔 없었습니다.
이야기의 초반, 범인은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 둘이 어떻게 만나고 도대체 왜 그는 이렇게 그 작은 페이퍼 나이프를 버리지 못하는지, 또 아오이는 어떤 단서로 사카키가 목을 조이는 그 쾌감 대신 그 자신의 목이 조이는 쾌감도 느낄지를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인들인 아베, 스미노의 시각과 그들의 눈으로도 그들을 읽어내려 가고 있었습니다.
이 설정은 너무 좋았습니다. 너무나 다른 인생의 두 사람이 같은 시간을 살고 있고, 제목 그대로 "죽어야만 하는 남자들"의 사명이란 것까지 말입니다
다만,
초반의 설정에서 조금씩 그 퍼즐이 맞춰질 때 사카키의 퍼즐이 완전한 느낌이라면 아오이의 퍼즐은 의외로 그렇게까지 설득력을 제게는 얻어내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퍼즐이 조금은 제겐 살짝 뻔한 느낌도 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장, 사카키의 퍼즐에선 여전히 그래서, 그 아주 가벼운 종이를 뜯는 페이퍼 나이프 혹은 레터 오프너는 아팠습니다. 그에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왜냐면, 아오이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를 그렇게 만들었고, 그것은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면서도, 또 진짜를 안다면 더 아팠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어쩌면
작은 페이퍼 나이프와 기사와 그리고 밤의 어둠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짧고 긴 이야기 혹은 길고도 짧은 시간의 이야기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