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어린, 어린왕자 - 어느새 어른이 되고 만 우리에게, 별에서 온 편지
어린왕자 지음, 오차(이영아) 그림 / 프롬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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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B612. 하지만, 이 책의 그는 그렇게 불리는 것이 싫다고 합니다.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의미를 지닌 곳이라고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어린왕자로부터의 편지가 왔습니다. 조금은 긴 편지, 혹은 소책자 혹은 아주 긴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여우와, 보아뱀과 그리고 그때도 어른이었던 비행사 아저씨의 이야기를 담아서 말입니다. 어린왕자를 처음 만났을 때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어른이 되어서야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았습니다. 어린왕자는 늘 그 자리에 있듯, 지금도 또 그렇게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곤 어른이 된 제게 말합니다.


어른들은 항상 후회하면서 살아가지. 추억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야. 본문 25p


하지만, 추억은 그렇게까지 핑계거린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추억 안에 담아놓은 것들엔 후회뿐 아니라 너와의 기억도 있다고 말입니다. 어린왕자를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또 오늘도 말입니다.



전, 늘 여우의 기다림이 참 아팠습니다. 그렇게 어린왕자의 머릿 빛깔만 닮은 밀밭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여우가요. 그런데, 어린왕자가 이번에 그에 대한 답을 했습니다.


진짜 외로움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없을 때 느껴지는 거야. 본문 60p

어쩌면 궤변 같기까지 한 말인데 읽는 순간, 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기다릴 수 있다는 건 그가 또다시 온다는 것을 의미하겠구나, 싶어서였습니다 여우가 기꺼이 어린왕자를 보내준 건 어쩌면 딱히 그가 돌아오는 것을 바란 것도 아닐 겁니다. 다만, 또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그와 만났던 시간은 아주 찰나와 같았지만 또 그와 서로 길들였고 밀밭의 추억도 만들었으며 어쩌면 또 올지도 모를 그릴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을 여우는 알았나 봅니다. 왜냐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언젠가 우리의 만남 뒤에는 이별이 있을 텐데 그게 이별보단, 기다림 그리고 만남으로 이어지는 것을 여우는 현명하게도 알았구나, 싶습니다.그럼에도, 아직도 저는 여우가 아픕니다. 그 등 뒤, 밀밭이, 그리고 석양이 혹은 동틀 때의 그 뒷모습이 말입니다.



내 친구 여우가 가르쳐 준 비밀, 아주 간단하지만 또 사람들이 모르는 것은 _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이라고 계속해서 말합니다. 우리는 사실 그 지극히 뻔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어째서 비밀일까, 왕자에게 물었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더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손에 어느새 그 당연한 사실을 잊기도 하고 알면서도 또 외면하게 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질이 아닌 것들 사랑이나 믿음 이런 단어들이 낯간지러워질 때가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보이는 것들을 더 많이 믿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선지, 그가 또 말합니다.


속지 마!

시계를 보면 시간이 아주 천천히 가는 걸 볼 수 있어. 하지만 시간은 절대 천천히 가지 않아. 그러니 모두 자기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있는 거라고. 본문 139p


사실 시계에 속았다기보단, 시간에 속았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의 말처럼 어느새 어른이 돼 있었습니다. 그 천천히 가는 것 같았던 것들을 믿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래서 속지 말라는 이 어린왕자는 내가 알던 그일까? 싶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제가 알던 어린왕자라면 믿으라고 말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시계의 그 느린 속도의 초침과 분침이 얼마나 빠른지를 믿어,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왕자는 예전 저를 찾아왔을 때처럼, 여전하면서도 또,

그렇게 왕자는 예전 저를 찾아왔던 때와는 다른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그건, 제가 조금 더 어른이 되었거나 혹은 왕자도

그렇게 아직은 어리다고 하지만 실은 우리의 기억 속의 어린왕자를 윤색했는지 아니면, 그 말들이 다르게 다가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왕자의 말은 그렇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모자 같은 것을 보여주면서, 각기의 다른 답이 분명 있을 텐데 모두가 "모자"라고 말했던 때에 실망했던 그 어린왕자였을텐데 왜 조금 달라 보일까, 싶기도 했습니다.어쩌면 그에게서 특별한 말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특별하지 않게 또 특별하게 길고도 짧은, 아주 소책자 같은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B612 아니, 그의 말을 빌려 비육일이는 소행성에서 장미와, 그리고 여전히 기다리고 있을 여우에게 그리고 그때 만난 어른이었던 비행사의 이야기를 담아서 말입니다.



나는 아직도 어린, 어린왕자야. 내가 왜 여전히 어린지 알아?

언제나 멋진 걸 보고 싶어 해서야. 위에서 내려다보는 거보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게 모두 훨씬 더 멋있어 보이니까.

어른들은 이 비밀을 전혀 모르지. 그래서 거만한 어른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

본문 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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