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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의 정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이치에게 일어난 일은 그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였고 아마 내일도 그런 하루가 기디라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다가 내린 낯선 역, 이었습니다. 다만 더 재수가 없었던 건 중요한 서류가 든 가방을 전차 안에 두고 내렸고, 그 순간 일탈을 하고 싶었던 그 찰나의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곳은 도대체 어딘지 모르는 곳이었습니다. 도쿄란 곳도 존재하지 않는 아니,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이상한 세계로 와 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여긴 아주 평화롭습니다.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친절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거기에 정착하기로 했습니다. 여기가 어딘지, 그런 것 따윈 중요하지 않아진 것입니다. 그만큼 그에겐 흡족한 곳이었기에 말입니다.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됐어. 더 이상 못 해. 이대로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
(.....)
연분홍 벚꽃이 허공을 날아 세이치의 무릎에 떨어진다.
한낮의 볕이 쏟아진다.
꽃잎을 가만히 집어 든다.
봄이다.
본문 12p

그러나, 그에게 찾아온 평화와는 달리 세계는, 그가 떠난 지구는 "푸니"란 이물질이 등장합니다. 평온했던 사람들의 일상이 깨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이카와의 일상도 그랬습니다. 이제 중학생이 됐고 아주 평범한 그런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런 날들을 바라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정확히는 1월 20 나타난 그 이물질 때문에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아이카와에게 그나마 행운이라면 그녀가 푸니의 저항력 수치가 월등하다는 것 정도였을 뿐,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이카와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은평범한 웃음 대신, 저항치가 약한 가족들이 죽을까 두려워해야 하고 거리는 그래서 푸니가 보이면 도망 가야만 하는 그런 비일상적이고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날들이 시작된 것입니다. 도대체 이 푸니의 정체가 무엇인가? 왜 생겨난 것인가? 그런 것들에 대한 의문을 품기도 전에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여전히 다니고 샐러리맨은 여전히 직장을 나가고, 백화점과 영화관도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건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지도요.

그런, 현실의 세계 정확히는 예전에 내가 살았던 세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세이치에게 어느 날 편지가 날아오기 시작하고 누군가가 옵니다. 그가 말합니다. 당신의 손에, 당신이 살았던 세계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세이치에게 말합니다. 여긴 가짜라고 말입니다. 여긴 당신의 "상념"이 만들어낸 세계, 라구요. 하지만, 그의 말을 인정한다면 그는 자신의 가족을 부인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아내 나리에와 딸인 사쿠라히메 그리고 자신에게 너무나도 친절한 제과점 사장 마론부터 시작해 이곳의 마을 사람들조차 말입니다. 그 모두가, 가짜라는 건, 나 자신에 대한 부정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입니다.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진실과 신념을 생각해 봅니다. 다만, 그것이 자신의 손에 피 묻힌 결과라는 것은 또 부정한 채 말입니다. 모든 것을 귀 닫고 살면 사실, 편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진실이란?
진실이란 현관문을 여는 순간 튀어나오는 사쿠라히메의 웃는 얼굴이고 목욕 타월을 가져다가 머리를 닦아주는 나리에의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신념이란?
신념이란 악마의 유혹에 귀 기울이지 않고 무엇이 소중한지 판단하는 것이다. 본문 86p
그렇게 이야기는 세이치, 아이카와 세이코와 노나쓰 메구루와 마지막으로 리켄의 시점에서 다시 세이치,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코로나 시대라서 일까요..? "푸니인지 뭔지는 작년만 해도 세상에 없던 것, 단숨에 번식할 줄 몰랐다"라는 본문의 말이, 그럼에도 사람들은 또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간다는 것도 코로나19처럼 푸니가 1.19일이란 것도, 마스크를 쓴다는 것도 참 닮아 있어선 되려 현 상황과 맞물려선지 편하고 재미있게만 읽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과연, 이 멸망의 정원인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세이치의 선택은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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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눈앞에 보이지 않는 지구의 멸망을 말하는 사람들과 존재들 하지만 내 눈앞에 보이는 사랑스러운 가족과 평화롭기 그지없는 마을과 그 선한 사람들이 가짜고 그저, 그것이 나의 희망, 일뿐일지도 그저 상념의 이계란 것을 부수란 것에 대한 그 말을 말입니다
인간의 상상력은 참 무섭단 생각을 합니다. 특히나 디스토피아 소설들을 읽으면. 그것이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그렇고 현재 qr코드며 구글이 바로 조지 오웰의 "1984"의 빅브라더와 또 뭐가 그리 다를까 싶었습니다. 그런 상상력들은 어째서 이렇게 현실화되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요. 그리고, 언제부턴가 유토피아가 사라진 이 세계도 실은 참 두렵기도 합니다. 그것은, 마치 인간들이 장기판에서 희망과 절망을 두고 싸우고 있는 양상과도 비슷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과연 무엇이 이길까? 그리고,
누군가의 행복이 누군가에겐 끝없는 절망이,
누군가의 절망이 누군가에겐 한없는 희망이 된다는 사실, 그 양면성. 모두에게 해피엔딩, 이란 말은 결코 없구나, 싶었습니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