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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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6편으로 이어진 "이사"에 관한 연작 소설입니다. 그 처음 시작은 다 작은 것들입니다. 아니, 등장하는 것들이 그리 크지 않은 것들입니다. 이사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문부터 끈까지 말입니다. 처음, 이 소설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니 작가가 살짝 겁을 줍니다만 사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것이 또한 인간이니까요. 아니,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그 기묘한 심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작가는 공포라 불리는 것을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선포하면서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문이란,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출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출구가 없는 문이 종종 있습니다. 우리고 "공포"란 것에 흥미를 느끼면서도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바로 나오는 문이 없을지도 모르고 그 무서운 세계에 혼자 갇혀 버릴 수도 있단 것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여섯 편의 단편은, 전혀 다른 이야기 같지만 마지막 단편인 "끈"이란 제목처럼 이어져 있기도 합니다.

시작인 <문>은 이사를 올 집에서 발견한 아주 작은 구멍으로 시작합니다. 그 구멍에 유독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것이 불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수납장>은 다시 새 집으로 가게 되면 작아져야 하는데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제 전업주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종의 이사를 하면서 앉게 된 책상이 또 문제였습니다.


그렇게 소설은, <문>을 열자

이사에 필요한 소품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꾸만 커다랗게 되는 <수납장>이 골판지 상자에 넣으면서 정리를 끝낸 것 같았더니< 책상>의 서랍 속에는 여전히 또 남아있는 것들이, 그리고 골판지로 만들어진 상자들이 쌓여만 가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아둔 <상자>는 없습니다. 그 상자를 찾았려 보니, <벽> 저쪽에서 소리가 나는데 그곳에서 분명 상자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서 가보려고 하는데, 그걸 묶을 <끈>을 찾아야만 하는 것입니다.

이 이사에 필요한 소품들은, 아주 매력적이면서,

그래서 더 공포로 다가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소품들이 주는 그 기분은 이건 뭐지, 싶으면서 그 단란의 마지막쯤, 살짝의 어.. 하는 것이 쌓여가기 시작합니다. 저는, 그렇게 공포가 두렵진 않았으나 이런 공포는 "대놓고 무서운" 것이 아닌 심리적으로 슬쩍 건드리는 것이라 더 기분 나쁘기도 합니다.




작기인 마리 유키코를 만난 건, <갱년기 소녀>였습니다. 그때, 분명 저는 그 끝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은, 그녀가 이런 유의 소설에 어울리지 않나 싶었습니다. 문체 자체가 담담합니다. 네, 이 소설처럼 별것 아닌 것처럼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 뒤가 궁금하게 만듭니다. 별것 아닌 것이 아닌 수납장 안에 과연 무엇이 있는지, 저 상자를 왜 저렇게 찾는지, 도대체.. 도대체,라는 느낌으로 내가 그 주인공들이 돼, 읽어가게 됩니다.

작가가 여성이기 때문인지,

남자가 주인공인 경우보다 여자가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읽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첫 편부터 뭐지? 했던 "그것"은 쭉 이어져 있었고 이야기들은 결코 단편선이 개별적인 것이 아님도 알 수 있습니다. 그 한 가지 때문이 아니라 문에서 끈까지 통로를 지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간신히 그 통로를 거쳐 나온 후에 남는 그 찜찜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름밤, 한 번쯤, 가볍게 들어보셨으면 합니다.





요약

일단, 가독성이 좋습니다. 그리고 여섯 편의 단편마다 매력도 있었고요. <갱년기 소녀>는 본문에도 언급했듯, 끝은 보였는데 이 작가의 그냥 담담한 문체와 소위 "이야미스"(이야+미스터리)가 되려 여기서 저는 더 실력을 발휘하는 느낌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만, 소위 이야미스의 끝이 주는 그 찜찜함 싫으실 수 있습니다만 "대놓고 공포"가 아니라 슬쩍 다가온 공포,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 띠지 아쉬웠습니다. ㅎㅎ 뭔가 너무 무섭게?! 띠지를 낸 것과 카드 뉴스로 스포일러가 담긴(그래서 일부러 모자이크 처릴 했습니다.;;;) 것이 말이죠. 다음에도 작가가 작품이 나온다면 기꺼이 시간을 할애하고 싶습니다. 앗, 책에서 해설부터 읽으란 것은 아니란 것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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