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돈 좀 썼단다. 새 뚜껑을 사러 갈 적에는 돈이 아까워 쩔쩔 맺는디도 멈출 수는 없더구나.
독 뚜껑 깨지는 소리가 내겐 약이었어. 속이 후련허구 답답증도 가시고.
p.74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제목만 보고도 울컥하는 책이였다.
설 연휴가 끝나는 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예상한대로 책장을 넘길때마다 눈물 콧물이 뒤범벅되었고, 살아계실 때 더 많이 마주 앉아 이야기하고, 맛있는 음식 찾아 다니며 같이 먹고, 결혼하는것 빼곤 어지간한 소원은 다 들어드려야겠단 다짐을 했었다.
숫자에 불과한 나이는 잊고 살 수 있어도 엄마얼굴에 생겨나는 주름들, 희끗희끗한 흰머리, 어쩌다 알게된 엄마의 건강검진 내역서를 보곤 엄마의 나이와 늙어가는 엄마 모습을 더 이상 외면 할 순 없더라.
지난 주말엔 안경점에 갔었다.
그동안 썼던 돋보기은 불편하시다하여 이번참에 안경을 맞추기로 했다.
옆에서 아무리 가격 신경쓰지 마시고 가볍고 당신에게 편한걸 고르시라고 해도 '전부 똑같다. 특별한 걸 모르겠다' 하신다. 오랜 고민 끝에 안경테를 고르고 시력검사를 했다. 어느정도는 장사치 말이라고는 하나 검사 결과는 참담했다. 엄마 눈이 그렇게 될 동안 도대체 난 뭘 한건지. 무심한 딸년.
그렇게 고민하고 검사까지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대략적인 안경 가격을 듣고선 다음에 하겠다 하시며 안경점을 나가셨다. 점원에게도 미안했지만, 더 강하게 '괜찮아 엄마. 내가 안경해줄께. 걱정마'라는 말을 못했다. 나도 안경가격에 놀랬거든. 집에 돌아와선 어찌나 속상하던지.
엄마는 늙어가는데
나는 아무런 힘도 없고
슬픈 주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