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돈 좀 썼단다. 새 뚜껑을 사러 갈 적에는 돈이 아까워 쩔쩔 맺는디도 멈출 수는 없더구나. 

독 뚜껑 깨지는 소리가 내겐 약이었어. 속이 후련허구 답답증도 가시고.

p.74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제목만 보고도 울컥하는 책이였다. 

설 연휴가 끝나는 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예상한대로 책장을 넘길때마다 눈물 콧물이 뒤범벅되었고, 살아계실 때 더 많이 마주 앉아 이야기하고, 맛있는 음식 찾아 다니며 같이 먹고, 결혼하는것 빼곤 어지간한 소원은 다 들어드려야겠단 다짐을 했었다. 





숫자에 불과한 나이는 잊고 살 수 있어도 엄마얼굴에 생겨나는 주름들, 희끗희끗한 흰머리, 어쩌다 알게된 엄마의 건강검진 내역서를 보곤 엄마의 나이와 늙어가는 엄마 모습을 더 이상 외면 할 순 없더라.




지난 주말엔 안경점에 갔었다.

그동안 썼던 돋보기은 불편하시다하여 이번참에 안경을 맞추기로 했다. 

옆에서 아무리 가격 신경쓰지 마시고 가볍고 당신에게 편한걸 고르시라고 해도 '전부 똑같다. 특별한 걸 모르겠다' 하신다.  오랜 고민 끝에 안경테를 고르고 시력검사를 했다. 어느정도는 장사치 말이라고는 하나 검사 결과는 참담했다. 엄마 눈이 그렇게 될 동안 도대체 난 뭘 한건지. 무심한 딸년.

그렇게 고민하고 검사까지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대략적인 안경 가격을 듣고선 다음에 하겠다 하시며 안경점을 나가셨다. 점원에게도 미안했지만, 더 강하게 '괜찮아 엄마. 내가 안경해줄께. 걱정마'라는 말을 못했다. 나도 안경가격에 놀랬거든. 집에 돌아와선 어찌나 속상하던지. 



엄마는 늙어가는데

나는 아무런 힘도 없고

슬픈 주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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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1-30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전에 부모님 생신이었나(이틀 간격이에요) 결혼기념일이었나, 저는 아버지께 자전거를 사드리고 여동생은 엄마께 안경을 해드리기로 했거든요. 다초점렌즈가 어른들이 편하다기에 그걸로 해드리자 벼르고 있었고, 동생은 큰 돈 쓰자고 20만원 생각하며 안경점에 갔었어요. 그런데 골라놓고 보니 40만원에 가까운 가격이더라구요. 거기는 동네였고, 저희가 자주 가는 안경점이었으며, 굉장히 싸게 받는 곳이었거든요. 가격을 듣고 모두가 멈칫했죠. 엄마도, 저도. 여동생도 당연히 멈칫 했는데, 그게 엄마 눈에 좋다는데 차마 다른걸 하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고, 그나마 테를 좀 더 싼걸로 골라보고자 하시는데, 그렇게 하시라고 하려니 좀 자식으로서 비참해지고. 결국 원하던 안경을 해드렸고 여동생은 큰 돈을 감수해야했어요. 저는 그 앞에서 선뜻 내가 얼마간의 금액을 보태주마, 하는 말을 하지 못했구요.

참 여러가지로 비참해져요. 별거 아닌것 같은데 말예요.

레와 2012-01-30 17:47   좋아요 0 | URL
그 누진다촛점렌즈가 비싸더라구요. 안경테도 내가 하는 싼걸 권할 수도 없어서 좋은걸로 골랐더니 가격이 락방 말한 그 가격쯤 되었어요.

사촌여동생이 안경광학과를 다니고 지금 졸업반이라 이 아이가 안경점을 빨리 오픈해서(얼마전에 진짜 오픈할 뻔했는데, 혹든 다니거나) 그때 하면 좋겠다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서운했을 감정을 토닥였지만, 전혀 도움이 안됐어요. 집에 돌아가선 바로 '엄마 다음달에 연말정산 환급받으면 내가 꼭 안경해줄께' 라고도 했지만, 이미 내 마음은 나락으로..

씨.. 또 울컥하네..

웽스북스 2012-01-30 19:07   좋아요 0 | URL
누진다초점 렌즈...

저도 몇년 전에 아빠랑 같이 가서 안경을 했는데요... 이게 부모님이랑 자식이 같이 가면 안경사들이 비싼 테, 비싼 알 막 권해요. 저는 제 안경테는 5만원 넘는 것도 별로 사본 적이 없는데 (거의 안끼니까) 제 콘택트렌즈는 2개월 착용 렌즈 싼건데.... 아빠건 비싼 걸 또 해줘야 할 것 같은 그런 맘. 그래서, 안경이랑 테랑 골랐는데, (그때도 테를 그나마 싼걸로 했었어요. 문제는 '그나마'라는 거죠) 아빠가 너가 뭔 돈이 있냐며 본인 카드로 내셔서 실랑이를 하다가 못이긴 척 그냥 아빠가 결제하게 ;; 차마 저도 감당이 안되긴 했거든요 ;;

그런데 문제는 아빠 눈이 더 나빠졌다는거죠. 아. 다 부질없어요. 비싼거고 뭐고.

레와 2012-01-31 09:34   좋아요 0 | URL
아무리 노안 때문이라고는 하나, 왼쪽 시력이 아주 안좋아 오른쪽 눈으로만 생활하신다는 얘길 듣고 나니.. 어휴 .. 이걸 어째야 하나 ..

무엇보다 건강은 예방이 우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