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원 6집 - 나무
권진원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까만 민소매 원피스와 옅은 화장, 트레이드 마크인 통기타도 없이 다소곳하게 무대 중앙에 서 있는 그녀 모습은 어쩐지 낯설다. 아쉬웠으나 피곤한 주말을 보낸 탓에 얼른 잠자리에 들고 싶은 내 몸은 어느새 작은 흥분, 그대로 TV 앞에 주저앉아 버렸다.

 

'어머 권진원이다..' 란 한마디에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봄이가네 부터 나무, 노을, 그리움, 가을꽃, 어느 소년병사의 죽음, 깊고 오랜 사랑, 아직도 내 가슴은 두근거리고 있어.. 등, 작년에 발표된 6집 앨범의 곡들을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한다.

스타일과 분위기가 바뀌어 낯설었던 그녀 모습은 어느새 익숙한 그녀 목소리에 묻혀 사라져 버렸다.

그래, 권진원이잖아!

 

이 앨범은 누군가의 말처럼 가만히 눈을 감고 들으면 따뜻하고 포근한 봄날의 영상이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되는 듯 하다. 단단한 가지에 새순이 돋아나고, 꽃들은 금방 꽃망울을 터트릴 것만 같고, 살랑살랑 봄바람은 내 볼을 간지럽히고..

화려한 미사어구가 아닌 지금 우리가 나누고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그녀 목소리를 통해 리듬이 되어 꼭 봄바람처럼 내 귀를 간질간질 거린다.

 

그래서 일까.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시냇물 흘러가듯, 잔잔한 봄바람 불어오듯..

편안한 목소리와 피아노,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기타소리가 어울려, 한곡한곡 딱딱 끊어지는 느낌보다 앨범 전체가 하나의 노래 같다.

어느새 전곡을 다 들어버려 앨범은 벌써 1번 트랙.

 

조촐한 시골밥상에 마지막 숭늉까지 깨끗이 먹고 나면 생기는 배부름. 터질 것 같은 포만감이 아닌 적당한 포만감을 기억한다. 이 앨범이 딱 그런 앨범이다.

 

 

특히 내 마음이 동하여, 반복 버튼을 계속 누르게 만드는 곡 깊고 오랜 사랑

좀 전까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야기한 그 내용을 노래하며 눈물 흘리는 모습에 . 당신도 나랑 똑 같은 사랑을 하는구나..하며 같이 눈물 짓게 만들던 곡. 그래.. 내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녀 노랠 같이 듣는 다면 , 인생이 참 아름다워..

 

 

꼬리.

이 앨범의 타이틀은 상실을 다독이는 마흔 살의 청아한 매혹이란다. 그리고 한 사람이 생각났다.

꼭 이 앨범을 선물해주고 싶은 한 사람.

언젠가.. 시간이 많이, 아주 많이 지나고 나면 그런 기회가 올까..?

꼭.. 왔으면 좋겠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4-1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레와님표 리뷰!!! 너무 좋아요 >_<~~~

다락방 2007-04-18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지네요!!!
너무나 멋진 리뷰예요, 레와님. 점심먹고 온 포만감을 가득 안고 추천한방.
:)

레와 2007-04-1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냥이님 : 이히히.. 감솨!
♥방님 : ^^* 저녁도 배부르게 맛있는거 많이 먹어요!!

2007-04-19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07-04-19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ㅎ : 아마도 나 땜에 히트- 될 것 같은데..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