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정말 좋아요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45
미야니시 다쓰야 글.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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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가 고른 책은 아니고, 아이가 도서관에서 빌려왔던 책이었어요. 미야니시 타츠야(宮西達也)[주1] 작가가 그린 더 유명한 책(공룡시리즈)도 있지만, 제가 이 작가와 처음 만났던 것은 《승냥이의 구의 부끄러운 비밀》[주2]이었어요. 이 책은 나중에 리뷰할 일이 있으면 하겠지만, 저로서는 조금 충격적인 그림책이었어요. 엄마의 아낌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꼭 저런 서사 구조였어야 했나 싶었거든요. 뭐랄까, 꼭 90년대 후반 유행하던 무비형 뮤직비디오 같다고 할까요. 싸우고 피흘리고 그리고 울고 후회하고 미안해하고 용서하고. 하지만 아이는 굉장히 좋아하더라구요? 피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조금 얼어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게, 모두모두 잘 되었을 거야! 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더군요.

 

두번째로 만난 미야니시 타츠야의 책은 《배고픈 늑대 페코페코》[주3]로 교원의 2009년 이야기솜사탕 전집 중 하나였어요 (그래서 단행본으로는 검색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로 만난 것이 바로 이 책, 《엄마가 정말 좋아요》[주4] 였습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미야니시 타츠야의 책은 모두 아이가 고른 것이었네요. 아이가 생각보다 이 분의 그림을 많이 좋아하나봐요. 선이 분명하고 만화적인 그림이라서 아이의 눈에 잘 들어오는 것 같아요.

 

이렇게 아이를 통해서 만난 미야니시 타츠야의 그림책, 《엄마가 정말 좋아요》는 읽고 나면 정말 뭉클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육아를 전담하는 이가 보면 더욱 그럴 거예요. 아마 아이도 자신의 마음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아이는 항상 엄마를 100%로 바라보고 100%의 사랑을 원하죠. 아이가 태어나고 제일 당황스러웠던 부분이 이거였던 것 같아요. 나는 100%가 아닌데 아이는 100%라고 생각하고 그런 나를 정말 너무나도 원한다는 사실이요. 너무나 부담스럽고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엄마가 된지 얼마 안되었을 무렵에는요. 물론 진짜로 도망가진 않았지만요. 지금도 가끔은 아이가 나를 원한다는 사실이 힘겹게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나를 이토록 원하는 이가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하고 생각해보면 아이에게 참 고마워할 일이죠.

이 책은 이런 아이의 마음과 엄마의 마음을 잘 담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싫은 말을 해도 엄마를 좋아하지만, 그래도 나한테 좋은 말을 해주는 엄마가 더 좋다고 아이는 말합니다. 당연한 얘기인데요, 엄마가 정말 좋다는 점이 베이스로 깔려 있고, 그보다 더 좋을 수 있는 희망사항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뭉클해지는 부분이예요. 그것은 아마도 늘 좋은 얘기만 하지 못하는 엄마라는 죄책감 때문일 수도 있고, 아이가 보내는 사랑이 너무 벅차서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결론은 더없이 소중하고 사랑하는 아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아이에게 말합니다. "이런 엄마라도 좋아한다고 말해 줘서 고마워. 태어나 줘서 고마워."

 

 

어찌보면 참 흔한 패턴의 이야기인데, 이렇게 간결한 그림으로 그려낸 메세지가 참 크게 다가오네요. 지금 아이에게는 엄마 혹은 아빠가 전부이고 최고이겠죠. 나이를 먹어가다보면 부모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훌륭하지 않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분노하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아마도 저와 제 아이에게도 그런 시간이 오겠죠. 그 시간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행복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겠습니다. 아이와의 시간을 충만히!

 

[주1] 번역본에는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미야니시 다쓰야'로 표기되어 있는데, 저자의 영문 성명인 'Miyanishi Tatsuya'를 존중하여 '미야니시 타츠야'로 표기하였습니다.​

[주2] 기무라 유이치 글, 미야니시 타츠야 그림, 양선하 옮김, 효리원, 2009.10.15. 원제는 『オオカミグーのはずかしいひみつ』, 童心社, 2008.04

[주3] 미야니시 타츠야 지음, 김난주 옮김, 교원, 2009. 원제는おおかみペコペコ』, 学研, 2007.03

[주4] 미야니시 타츠야 지음, 이기웅 옮김, 길벗어린이, 2015.06.05. 원제는おかあさん だいすきだよ, 金の星社, 20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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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1-01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아이가 없는데도 굉장히 동화책을 좋아해요. 좋아서 읽다보니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읽어줘야지 하고 생각해 놓은 책들도 많고요. 그런데 그렇게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표정이나 말투 몸짓을 바라보게 되시며 동화보다 값진 시간을 쌓아가시는 모습이 되~~게 좋아요.ㅎ 저도 꼭 아이가 생기면 이런 모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벌써 2016년이 되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해 책 이야기로 가득 채우는 시간 만들어보아요^~^

비제 2016-01-01 23:0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림책을 좋아해서 결혼 전부터 사서 모으기도 하고 그랬어요. 아름다운 그림이 함께하는 이야기 책이라는 것이 하나의 예술품 같다고 생각했구요. 아이가 태어난 후 좋았던 점 중에 하나는 바로 혼자서만 즐기던 취미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거였어요. 그동안 제가 모았던 그림책도 같이 보고 도서관에 가서 수많은 그림책들을 마음껏 보고 골라보는 기쁨이란! 해피북님도 나중에 아이와 함께 좋은 시간 보내실 것 같아요~~!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해피북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