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참으로 놀라운 생명체입니다. 지구상의 다른 개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호기심과 도전정신은 그들의 삶을 빠르게 발전시켰습니다. 그 모든 것의 이면에는 과학이 존재합니다. 그 중에서도 ‘생명과학’은 인간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와 환경을 탐구대상으로 하는 학문입니다.
이름부터 거창하게 ‘생명’이 붙어 있는 이 학문은 정작 교과목이 되는 순간 너무나 지루한 이야기가 됩니다. 왜일까요? 교과서에서 다루는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류의 모든 영역에 연관된 심도 깊은 이슈들이지만, 대학입시라는 발등의 불을 꺼야 하는 학생들은 그저 외우고 넘어가야 하는 많은 지식 중 하나이기 때문이지요. 실제 학교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해진 수업일수 안에 수업을 끝마치기 위해 자세한 이야기는 제쳐두고 진도를 나가기 바쁩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현직 생물교사인 이고은 선생님도 그러했습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는 미처 하지 못한 살아있는 생명과학 이야기를 『중학독서평설』에 2년 동안 연재하게 됩니다. 그 연재분을 정리하여 출간한 책이 바로 『특종! 생명과학 뉴스』입니다.
저자는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속도를 기존 사회윤리 규범이나 법적 규제가 못 따라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과학기술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련 이슈들에 대한 올바른 가치판단이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와 의사 결정 과정에 소외되는 이 없이 골고루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 책의 집필 이유를 확실히 합니다.
이 책은 총 4부, 20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장이 독립된 주제이므로 목차를 보고 관심있는 것부터 읽어나가도 좋을 것입니다. 각 장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지난 10여년간 실제로 보도된 언론 기사를 참고하여 구성한 흥미로운 이슈들로 시작됩니다.
4가지 분류, 20가지 이야기
1부는 인간의 몸에서 시작되는 생명과학 이야기입니다. 가장 먼저 코로나 백신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1장)합니다. 3년 전 예고없이 시작된 감염병에 의해 일상이 무너진 우리에게 초고속으로 개발된 코로나 백신은 구원이자 공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백신 접종으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와 더불어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커졌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최초로 시도하는 mRNA 방식 백신에 대한 논란을 이 책에서는 짧고 간결하게 정리합니다. mRNA는 불안정한 물질이라 체내에서 24시간 이상 버틸 수 없기 때문에 인체에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이죠. 현재는 백신에 대한 논란이 시들어져 버렸지만 국내에 백신 도입 초기만 하더라도 이를 정치적인 편견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국내 언론 또한 과학적인 접근 보다는 현상 취재에만 급급한 모습이었죠.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정보를 얻느냐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자의 말대로 가치판단이 필요한 이슈에서 모두에게 올바른 과학지식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2부는 인간을 넘어서 동식물의 생명까지 영역을 넓혀 이야기합니다. 인간의 생과 동식물의 죽음을 맞바꾸는 일은 비단 그들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구 생태계의 파괴 그리고 인류의 미래까지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직시합니다.
3부는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아야 하는 논쟁적인 주제를 모았습니다.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범을 유전자 정보로 체포했다는 뉴스는 통쾌하게 다가오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한 유전자 분석이 우리 삶에 미칠 막대한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먼저 떠나보낸 반려동물을 잊지 못하고 복제를 택하는 사례를 들면서 생명복제의 한계와 위험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4부는 지구라는 생명체에 닥친 위태로운 현상을 생명과학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육식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여러 부정적인 영향을 인지하고 미래를 위한 바른 먹거리를 고민해 보아야 하는 시점임을 강조합니다. 또한 지구온난화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한 방면에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시베리아 영구동토가 녹으면서 되살아난 탄저균의 사례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인류가 치명적인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잡종곰, 수컷이 사라지는 파충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산호 등을 소개하면서 생태계에 나타난 위험징조에 귀기울입니다.
그래서 생명과학이 뭐라고?
하루하루 주어진 일들에 매달려 살아가다보면 ‘기후위기, 탄소중립, 지구온난화 따위 알게 뭐야?’ 라는 생각이 들기 쉽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작은 행동 하나가 나비효과가 되어 지구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닌 수억 년의 세월을 묵묵히 지나오는 동안 수많은 생명체와 함께 해야 하는 곳임을 인지할 때, 우리의 미래 역시 생명을 이어받아 계속해서 숨쉴 수 있지 않을까요?
교과서 밖을 나온 과학은 역시 재미있죠!
이 책에 소개된 20가지 주제를 읽어나가다 보면 나와 이웃, 동식물을 비롯한 전 지구를 아우르는 생명에 대해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뉴스에 귀기울일 수 있게 됩니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는 한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공존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또한 생명과학이란 먼 이야기가 아닌 결국 우리의 삶에 가까이 존재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 북트리거 출판사 이벤트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며, 직접 읽은 후 느낀 점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