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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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를 해보자.

#dogear ‘어떤 소설의 근본적인 톤, 음악으로 보자면 선율 같은 것이 떠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문체‘라고 부릅니다. 소설의 스타일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며, ‘grief‘라는 작은 단어 하나에서 문장으로 이어서 작품 전체로 전개됩니다. 나아가 한 사람의 소설가가 지닌 인간을 바라보는 견해, 사고방식, 소설가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 본연의 자세와도 이어지는 것이죠. 그것이 ‘문체‘이며, 결국 우리는 이것을 읽어내기 위해 소설을 읽고 소설로 쓰기도 하는 것입니다.’
-- 오에 겐자부로, <읽는 인간> 중에서.

과연 문체라, 어휘 선택부터 시작되는 한 사람의 사고 방식이나 태도 같은 것이라고 늘 생각해왔는데 오에 할아버지가 말해줘서 쏙쏙.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문장 수업을 쌓아 왔다. 내가 쓴 글을 읽고도 나를, 나의 사고방식을 분석할 수 있을 정도. 하지만 문장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이 드문 시대라. 문장 이전이나 너머를 골똘히 바라봐야 한다. 종종 역부족

그럴 땐 문장이 아니라 문장을 해석해내고픈 마음가짐, 몇 안되는 단어를 이어붙여 문장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가짐 자체가 서로에게 울림을 주는데 여기서 하나 더, 그 울림이 바로 그 태도에서 비롯한다는 것. 문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태도, 그게 바로 톤.

정보를 전달하는 문장이 아니라 태도를 드러내는 문장, 태도로써 이해를 구하는 문장, 손을 내밀고 다독이고 질문하고 대답하는 문장이 문학에서의 문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바로 문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정답으로써의 답이 아니라 대답으로서의 답˝이란 걸 생각한 것도 그런 식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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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탕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7
이승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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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중편소설, <캉탕>

사유하는 글쓰기를 통해 존재와 신, 구원과 같이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주제들을 형상화해 온 이승우 작가의 중편소설입니다.

2019년 오영수문학상의 수상작 ‘캉탕’을 퇴고한 작품으로 친구이자 정신과 의사인 J의 권유에 따라 일상을 떠나 대서양의 작은 항구도시 ‘캉탕’에 머물게 된 한중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바다를 떠돌다 ‘캉탕’에 정착한 J의 외삼촌 핍, 실패한 자기 인생을 글로 고백하려는 선교사 타나엘의 이야기와 함께 성경과 오딧세이아, 모비딕 등 고전과 신화 속의 상징과 은유가 어우러지며 자신과 마주하는 이야기, 궁극적인 구원의 실마리를 발견해가는 여정이 그려집니다.

‘캉탕’의 인신공양 제의에서 비롯된 ‘파다’는 희생자가 구원자가 된다는 것, 던지는 자와 던져지는 자가 분리된다는 상징으로 인물들의 구원을 형상화하고 있어요. 고백을 피하기 일이 고백을 마주하는 과정이 될 수 있음을, 멀리 떠나는 일이 자신의 내면으로 한 걸음 들어가는 일이 될 수 있음을 그려냅니다. 기도이자 일기이면서 우리의 내면을, 영혼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소설, 이승우 작가의 묵직한 소설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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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마음동호회
윤이형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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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형 소설집, <작은마음동호회>

2019년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윤이형의 신작 소설집입니다. 은행나무 아래 나란히 누워있는 감성적인 일러스트 표지 그림과 제목을 보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따뜻한 소설이라는 기대를 가진 것과 달리 동시대 현실의 쟁점들을 정면으로 관통하고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적인 고민부터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혐오와 폭력의 문제를 윤이형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결합해 만들어낸 열한 편의 소설이 모여있습니다.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 <승혜와 미오>, 직장 내 성폭행 사건을 그린 <피클>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윤리를 떠올릴 수 있었어요. ‘모른다고 말해서 미안해요…… 그런데 정말 잘 몰라서요’. 대화를 시작하고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지옥을 통과해 앞으로 나가는 데 필요한 작은 마음과 작가의 바램을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칼날이 긋고 지나간 땅을 어떻게든 걷고 가꾸기로 작정한 사람만이 이 문장들을 품어내고 동시에 감당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구병모 작가의 추천사가 무색하지 않은 책. 이어진 작은 마음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들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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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여자들
설재인 지음 / 카멜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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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재인, <내가 만든 여자들>

서울대 수학교육과 졸업 후 수학교사로 일하다 돌연 퇴직하고 무급의 복싱선수가 된 설재인 작가의 첫 소설집입니다. 독특한 작가의 이력만큼 특별한 12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다양한 소재를 다양한 스타일로 그려낸 단편들에서 자유로운 소설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정식 등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작가의 첫 소설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작가의 이력과 설정이 겹치는 단편들을 읽으면서는 자유로움이 진실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각각의 인물과 각각의 이야기가 가진 진실. 허구로서의 소설이 가지는 문학적 진실. 소설에서 드러난 인물과 시간의 단면들에 귀를 기울이고 진짜구나 하고 믿게 만드는, 이전까지 그렇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지점에 대해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지만 인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 태도에서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책입니다. 서점친구들 올해의 발견으로 설재인 작가의 <내가 만든 여자들>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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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나비클럽 소설선
민지형 지음 / 나비클럽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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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형 장편소설,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영화와 드라마 현장에서 일하는 작가답게 동시대의 첨예한 문제의식과 디테일을 통해 영리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입니다. 2, 30대 젠더 갈등이 최고조로 달한 지금 ‘메갈년’, ‘한남충’으로 부르며 서로를 혐오하는 남녀 사이에 연애는, 그리고 사랑은 가능한가? 이 소설은 남자 주인공 1인칭 시점으로 페미니스트가 된 첫사랑과의 재회와 연애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도 출판사도 낯설지만 의외의 발견이랄까요? 무릎을 치다가도 가슴이 철렁하는 장면들에서 소설이 가진 재미와 힘을 함께 읽습니다. ‘미친 페미니스트’라는 표현에서 ‘엽기적인 그녀’를 연상하게 되는데요. 매력적이고 똑부러지는 여자친구는 왜 ‘메갈’이 되었을까? 평범한 한국 남자인 화자는 ‘미친’ 한국사회에서 사랑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생각하게 합니다. 동시대 연애지침서이자 한국사회보고서로 손색없는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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