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 3040 지식노동자들의 피로도시 탈출
김승완 외 지음 / 남해의봄날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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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초판. 2년 전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적절하다 싶을 정도로 유효한 고민을 담고 있다. 다른 인터뷰 모음집들과 다르게 아홉명의 저자가 각각의 에피소드를 직접 써내고 있는데 각양각색의 인물, 각양각색의 접근법으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점이 인상적.

충청도 괴산에 자리잡은 유기농 펑크 뮤지션 사이는 생태근본주의를 실천하면서 괴산페스티벌을 만들고 선언문을 발표한다. `돈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인 축제`를 표방하는 이 축제는 `거대한 자본이 아니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말하며 `불편함을 재료로 멋진 놀이를 만들겠다`고. 사람을 모으고 사건을 만들고 신념을 증명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좀 설렜다.

강원도 화천의 배요섭은 화천에서 극단 동료들과 시골마을 예술텃밭을 운영하며 마을 사람들과의 공동작업을 구체화 한다. 극단 구성원들의 고민, 지역에서의 삶, 연극이라는 장르, 예술의 기능. 온갖 고민들을 말 그대로 온 몸으로 밀고 나가는 모습은 자못 장엄하고 경건하다.

강원 속초의 번역가 김승완이 들려주는 서울 밖에서 번역일을 한다는 것의 의미, 번역 팁을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 경북 포항의 한동대 교수인 이국운은 아내의 삶과 견주어 자신의 로컬리티를 고백한다. 고백은 서로주체와 홀로주체의 철학으로까지 나아간다.

책의 부제는 `3040 지식노동자들 피로도시 탈출`이지만 책을 읽고 나니 `피로 도시 탈출`이 서울이나 중심에 대한 피로--강박의 탈출로 읽혀진다. 다만 글의 내용이 고르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쉬운 지점. 에필로그의 이미지 컷에 비해 에필로그가 약한 것도 조금 걸리네.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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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 기획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어떤 일, 어떤 삶 1
김영미 지음 / 남해의봄날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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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인터뷰어는 다양한 인터뷰이를 통해 부제에 걸맞는 답을 찾아가려고 하지만 실제로 잡히는 것은 그렇게 분명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인터뷰 내용보다 기획이 더 선명해서 그렇지 않을까? 각각의 고유한 인터뷰이들이 가진 구체적인 사연들을 물고 늘어지는 부분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각각의 인터뷰가 기대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었다면? 여러모로 아쉬운 독후감. 다양한 일에 종사하는 기획자들을 소개한 것. 새로운 롤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스케치한 것은 유효했다고 생각되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는 심도가 부족했다고 생각. 다른 시리즈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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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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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

첫 직장이 잡지사였던터라 사진이나 레이아웃을 많이 들여다보는 편인데 디자인이 정말 아름다운 책. 그땐 잡지교육원 지하의 자료실에 가서 온갖 잡지의 레이아웃을 연구하곤 했는데 이렇게 자유롭고 정갈한 디자인은 귀하게 느껴질 정도로 드물다. 책 겉표지를 펼치면 지도가 되는 것도 이색적. 박상미 작가의 아름다운 산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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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 - 그래서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래.전민진 지음 / 남해의봄날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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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기 시작해서 한달음에 마지막까지 읽었다. 작은 회사에 다니는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까지의 여러 직군을 인터뷰한 책.

다양한 인터뷰이를 소개하고 있는 것도 좋았고 어렵지 않은 톤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좋았다. 두 인터뷰어의 고민을 구체화하면서 책의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에 일관성이라든가 진정성이라든가 하는 지점들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도 유효. 비슷한 또래의 비슷한 고민을 나 역시 공유하고 있어서 더 와 닿았는지의 모르겠다.

특히 좋았던 건 일군의 이런 인터뷰 기획이 특정한 목적을 겨냥한 계몽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데 비해 그런 도식적인 그림을 피해갔다는 것. 인터뷰어는 공들여 묻고 인터뷰이는 소신껏 답한다. 정답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드러내는 책. 앞으로의 직업이나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2012년 출간. 53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대상 수상.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제현주, 북스피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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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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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목적은 권력, 언어의 규제, 이중사고, 텔레스크린...


읽어보지도 않고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책들이 있다.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전체주의 사회의 모습을 그린 [1984]가 내겐 그랬다. 다른 많은 책에서 다루고 있기도 하고 이미지들이 많이 인용되어 쓰이기도 하고. '판옵티콘'의 예로 '텔레스크린'을 들어가며 진행했던 수업도 들었다. 스토리는 다 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훨씬 더 많은 내용을 전달해주고 있어서 한 방 먹은 기분이 들었다.


권력, 계급, 전쟁, 역사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을 거듭하며 읽었는데 더 놀라운 건 이 소설이 1949년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이다. 1949년에 한국에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떠올라서다. 실제로 읽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과두정치적 집단주의의 이론과 실제>라는 가상의 책의 내용은 내가 지금껏 읽어본 어떤 정치 사상 이론서보다도 적나라하게 인간 사회의 권력 구조를 드러내고 있는데 그게 또 놀라웠다. 인간의 내면과 기억, 역사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사유의 측면이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높은 성취를 보여주는데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읽는 내가 '윈스턴'의 입장이 되어 몰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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