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naver.com/hiid98/70006971723 colle*t님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시선 집중! 지난달 1탄에 이어 이색문화탐방 2탄에서는 발칙한 상상력과 재미가 돋보이는 복합문화카페 6곳을
준비했다.

365일 날마다 다양한 퍼포먼스가 선보이고, 흥미로운 전시가 줄을 잇는다.
모래방이 있는 동양풍 라운지 카페에서 맨발로 춤을 추고, 풀장의 따뜻한 물에 족욕을 하며 피로를 푼다.
인디 밴드들의 공연과 전시는 인디 카페에서 해결한다.
지금부터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마음을 열고 '알아서' 즐기는 것뿐이다.

홍대 인근의 숨은 명소 '복합문화카페 2탄'이다.






무지개가 떠있는 간판을 지나 지하로 내려갔다.
은은한 조명 아래 맥주잔 부딪치는 소리, 유쾌한 웃음과 록음악의 기타 선율이 귀를 울린다.

이곳이 최근 홍대 놀이꾼들의 아지트로 급부상 중인 '안녕 바다'다.
기자가 안녕 바다를 처음 찾은 것도 무지개가 그려진 예쁜 간판에 막연한 호기심이 생겨서다.





안녕 바다라니, 이름 역시 범상치 않다. '바다'는 김승재 사장(31)이 카페 이름을 구상할 때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였다고 한다.
원래 이름은 '안녕 내 맘속의 바다'였는데 카페 이름치고는 너무 길어 큰 마음 먹고 줄인 거란다.

이곳은 복합카페 중에서도 드물게 '인디 카페'를 표방하면서 상업성에 밀려 실종돼버린 홍대 앞 인디 문화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대안공간으로 사랑 받고 있다.





홍대 인근 라이브클럽에서 포크록 뮤지션으로 활약했던 김사장이 손가는대로 국내외 인디 음악을 틀어댄다.
주말에는 인디 밴드의 공연을 무료로 연다. 인디 작가들의 미술 전시도 마련한다.

인디 정신에 맞게 인테리어 역시 김사장이 독립적인 마인드로 완성시켰다.
미리 말해두는데 카페 내부 인테리어는 일정한 형식이 없다.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 까놓고 말하면 중구난방이다.



벽돌과 노랑, 남색 벽이 어우러진 벽에는 델리스파이스 등의
공연 포스터, 주인장의 어릴 적 사진, 미술 엽서와 각종 플라워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다.
자세히 보니 연습장에 대충 끄적거린 그림도 있다.
비뚤비뚤 붙어 있는 눈, 코, 입이 피카소 저리 가라다.

책상 위에 먼지 쌓인 장기판은 먼저 집는 사람이 임자다.
분위기가 제 각각인 투박한 나무 탁자와 의자는 주인장이
솜씨를 발휘해 만들었다.

카페 안은 세련이나 럭셔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참으로
묘한 건 보면 볼수록, 오면 올수록 이런 공간이 편하고 익숙하게 다가온다는 거다.
들을 때마다 새로운 음악과 3,000원으로 저렴한 맥주 값도
손님을 모은다. 그래서인지 주말 저녁에는 빈 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끝으로 안녕 바다에 왔을 때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곳이 있다. 화장실이다.



* 화장실 입구를 열면 나타나는 계단. 계단을 다 오르면 화장실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화장실 입구로 추정되는 철문을 열면 가파른 계단이 버티고 있다.
보라색과 푸른색이 번갈아 칠해진 계단을 올라가자 꼭대기에 세면대와 변기가 나타났다. 다소 황당한 구조다.
한술 더 떠 주변은 낙서천국이다. 오픈 당시 주인장이 낙서를 적극 권장했다고 하니, 볼일 보랴 낙서 보랴 심심할
틈이 없다.


남자 변기는 상큼한 물방울 무늬 커튼으로 가려져 있디. 바로 옆에 붙은 여자 화장실은 다행히도 별도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계단 위에 개마고원처럼 자리한 생소한 모습의 화장실이지만, 손님들은 알아서 예의를 갖춘다.
간혹 화장실 색깔이 예쁘다며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다.

안녕 바다가 인디 문화 집합소로 자리잡으면서
대학생, 홍대 문화를 사랑하는 직장인은 물론,
젊은 예술가들과 문화 종사자들이 단골이 됐다.


* 김승재 사장


김사장은 국내 인디 문화를 안녕 바다를 통해 신나게 이어가고 있다. 얼터너티브 컨설턴트인 셈이다.

다른 카페에서는 귀찮다고 거절하는 각종 동호회 모임이나 음악 감상을 위한 장소로 카페를 대여해주기도 한다.
'서울 뉴미디어 페스티벌',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등 각종 문화예술행사에서는 독창적인 행사 공간으로 활용됐다.

붕어빵식 카페에 신물이 났다면 인디 문화가 살아 숨쉬는 홍대 앞 복합문화카페 '안녕 바다'에 놀러가자.










복합문화공간 레이디 피쉬 팝홀(LadyFish PopHall)은 365일 새롭게 태어난다.
공연, 문학, 영화, 파티가 한 솥에 비벼진 '아방가르드(avant-garde) 퍼포먼스 카페'로 날마다 다양한 놀거리로
넘쳐난다.



먼저 레이디 피쉬의 변화무쌍한 프로그램을 소개하자면,
월요일 : 일반인 누구나 참여해 무대에서 자신의 끼를 발산하는 'Free Music Stage',
화요일 : 인디 뮤지션들이 즉흥연주를 펼치는 후위의 밤잠(Jam),
목요일 : 시낭송과 함께 하는 문학의 밤,
금요일 : 인디 밴드들의 합동 공연이 있는 인디 쥬이쌍스,
토요일 : 인디 밴드가 단독 콘서트를 여는 인트로스펙티브 등으로 꾸며져 있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렉트로닉 파티와 아마추어 단편영화제 등이 열린다.
조만간 공연 외에 유머 넘치는 콩트 프로그램도 넣을 계획이라니 레이디 피쉬의 욕심은 끝이 없다.


* 무대 뒤에는 자개가, 자투리 벽에는 꽃을 모태로 한 기하학적인 무늬가 화려하게 피어 있다.



* 벽을 자개로 꾸민 좌식공간이 무척 고풍스러우면서
  안락해 보인다 .




금상첨화로 맥주 값이 3,000원으로 매우 저렴하고, 첫인상도 쿨하다.
분홍과 회색으로 소용돌이치는 꽃무늬 벽은 취할 만큼 몽환적이다. 인테리어는 바와 라이브클럽, 카페를 혼합했는데 라이브를 하는 무대는 자개로 우아하게 수놓아져 있다.
술을 즐기는 바와 테이블은 느낌이 편한 목재다. 좌식 카페처럼 신발을 벗고 양탄자나 작은 평상에 앉는 공간도 있다. 벽에는 신화에나 나올 법한 붉은 꽃이 만개해 있다.




지금껏 몇 명이나 무대에 올라봤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에 젖는 한받 매니저.
잠시 후 "레이디 피쉬가 문을 연 게 2004년 12월이니 400여명 정도요?"라고 말한다. 대단한 숫자다.
최근 돈 되는 문화만 기형적으로 발전한 홍대 거리에 레이디 피쉬는 홍대꾼들의 문화적인 갈증을 채워주고 있었다.



레이디 피쉬의 사장 원지연씨는 동명 인디 밴드 레이디 피쉬를 이끄는 여성 뮤지션이다. 홍대 문화를 사랑하는 그녀의 고집이 복합문화공간 레이디 피쉬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는 인디 밴드들의 라이브 공연장으로 인기를 모았다.

사장과 마찬가지로 매니저 한받씨 역시 홍대 바닥에서 이름이 알려진 인디 뮤지션이다. 2003년부터 원맨밴드 '아마추어 증폭기'로 활동하며 크고 작은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무대에서는 가발과 치마를 입고 공연하는 엽기행각으로 악명이 높다.
넘치는 창작열로 이미 2장의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 한받 매니저


레이디 피쉬의 5월 역시 흥미진진한 시간들이 즐비하다.
매니저가 직접 꾸몄다는 황당 발랄한 홈페이지에 가면 사진과 함께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카페에 혼자 가면 심심할 거라는 편견은 버리자. 매일 다양한 공연이 있는데다 한받 매니저가 유쾌한 말벗이 돼준다.








* 지베 전경. 족욕을 즐기는 풀장은 이곳의 트레이드 마크다.



* 침대인가, 소파인가? 보기만해도 편안해지는 다양한 분위기의 침대석.
동창회나 동아리 모임 등 단체 손님에게 인기다.



복합문화카페가 저마다 특별한 의미와 즐거움이 있겠지만, 지베는 홍대 놀이꾼들에게 더욱 그러하다.
2005년 8월 문을 연 지베는 홍대 터줏대감 고씨 3형제가 주인이다. 그 중 둘째인 고흥관씨(43)는 자타공인 홍대 클럽 문화의 산증인이자 공헌자다.



* 카페 입구에는 크리스털볼이 화려하게 돌아간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국내에 클럽 문화가 싹트기 시작한 90년대 초중반 홍대 언더그라운드신을 이끈 양대 산맥이 있었으니, 골수 클러버라면 이름만 들어도 무릎을 치는 '발전소'와 '명월관'이다.
발전소와 명월관은 당시 '좌전소, 우월관'으로 불리며 날고 긴다는 예술쟁이와 젊은이들을 끌어 모았다.



고흥관씨는 홍대 클럽 1세대로 명월관과 발전소를 만든 장본인이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클러버들의 기억 속에는 지울 수
없는 전설로 남아있다.

복합문화카페 지베는 매혹적인 분위기와 내용면에서 발전소의 업그레이드판을 보는 듯 하다.


원래 지베의 이름은 '불난 집'이었다.
3형제가 홍대에서

10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불이 났던 2층 가정집에 공간별 맞춤 개조를 시도했다고 한다.



지베에는 가만히 앉아 있기에는 놓치기 아까운 놀거리와 쉴거리가 많다.
우선 입구에는 무도회장의 둥근 크리스털 볼이 휘황찬란하게 반짝인다.
매 순간 바뀌는 불빛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맛이 흥미롭다. 투명한 유리 막은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어 마치 거대한 온실을 방불케 한다. 여름에는 바람이
통하게 정원의 유리를 거둬낸다고 한다.

1층은 풀장과 편한 소파석으로 꾸며져 있다. 넉넉한 공간에는 전시품이 놓이고 전문 클럽 DJ가 그루브한 일렉트로닉 음악을 튼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뜻한 풀장에 발을 담그고 와인을 마셔보자.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다. 족욕을 끝내면 친절한 직원이 수건을 갖다 준다. 풀장 위로 살포시 솟은 구름 다리도 건너보자.

화장실도 압권이다. 생뚱 맞게 샤워실이 있다. 바빠서 씻지 못하고 나온 사람을 위한 배려란다. 족욕을 한 뒤 발을 헹궈도 된다. 화장실 옆 수건 보관함에는 항상 깨끗한 수건이 비치돼있다. 파우더룸에는 헤어드라이어와 로션이 있다.






나무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보자. 원색 휘장으로 멋을 부린 침대석에서 친구와 뒹굴거리며 수다를 떨기에
안성맞춤이다.
앞서 1탄에서 소개한 침대카페의 원조 '360알파'를 처음 만든 사람도 원래는 고흥관씨다.
고씨는 침대카페의 인기를 지베에서 재현시키고 있었다. 단체 손님도 걱정 없는 침대석은 매일 예약이 밀려있다.





맏형인 고흥제씨에게 지베의 콘셉트를 물었다. "파티와 전시, 홍대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문화 행사가 함께 하는
'집처럼 편한 공간'이 주제"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름도 지베(Zibe)로 지었단다. 그런데 간혹 깡기자처럼 자이브라고 잘못 발음하는 손님도 있다.

지베는 전시는 물론, 각종 문화행사의 장소 대여도 무료로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종합 책문화 축제인 '와우북 페스티벌'의 행사장으로 각광받았다.

고흥제씨는 이곳을 "문화적 교류와 풍족함이 있는 복합문화카페에서 한발 나아가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로하스(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공간'으로 만들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3형제는 재오픈을 위해 터만 남은 명월관을 인수했다. 10년 전 그러했듯, 홍대스러운 마인드로 중무장한 3형제가
꾸려갈 공간이 홍대 놀이 문화의 새로운 산실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해본다.








 





진한 향 냄새에 정신이 혼미하다. 어스름한 촛불 사이로 웅장한 기둥과 작은 연못이 보이고, 카펫이 깔린 모래방에 드러누워 물담배를 피우는 사치도 부려 본다.
일상의 속박을 벗고 맨발로 춤을 추는 곳, 복합문화카페 '나비도 꽃이었다. 꽃을 떠나기 전에는(이하 나비)'.

동양적인 사상과 춤이 복합된 '나비'는 인도 타지마할을 축소한 듯한 인테리어로 입 소문을 타며 매스컴에 자주 소개됐다.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붐비는 게 단점 아닌 단점. 나비는 세간에 알려진 인도풍 라운지 카페라기 보다는 '동양풍 라운지 카페'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전체적인 느낌은 타지마할이나 인도의 석굴사원을 닮았지만,
자세히 보면 우리 것과 남의 것을 교묘히 섞어놨다. 카페에 들어갈 때에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 반상 위에는 한국의 촛대가 불을 밝힌다.
자투리 공간에는 국적을 알 수 없는 동양의 악기들이 놓여 있다.
백자로 만든 찻잔에 차를 마시고, 천장에는 에스닉한 중동풍 전등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1,5톤짜리 트럭으로 고운 모래를 퍼왔다는 모래방에는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튀어나온 듯한 천막과 카펫이 고풍스럽다.
그 옆에는 그물침대인 해먹이 흔들린다. 과일향이 나는 터키 물담배는 길다란 파이프가 인상적이다.



* 모래방 전경. 카펫 아래 모래가 깔려 있어 푹신한 게 색다르다.
발가락 사이에 모래가 끼는 것만 빼면 말이다.




카페와 어울리게 주인장 역시 느낌이 기묘하다. 그는 홍대 클럽에서 10년간 테크노 음악을 전문으로 튼 DJ로 본명보다 '비눌'이라는 예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평생 모은 재산을 털어 차린 게 이곳 나비라고 한다.

"요즘 편하고 넓은 휴식 공간에 세련된 음악이 흐르는 라운지 카페가 유행인데, 사장님은 라운지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깡기자가 사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라운지? 그 딴 게 별건가요? 농약 치지 않은 풀 많이 먹고, 자기 입에 들어갈 거 자연에서 키워 자급자족하던
우리 선조들의 삶이 웰빙이듯, 라운지도 알고 보면 조상들이 예부터 즐겼던 문화에요." 이건 또 웬 궤변인가?

"시원하게 탁 트인 산세를 배경으로 오두막이나 정자 위에 앉아 풍월 읊고, 폭포 소리 들으며 느긋하게 술 마시고…
그런 게 곧 라운지 문화요, 라운지 카페 아니겠어요?" 처음엔 수상했는데 듣고 보니 제법 설득력이 있다.





나비의 주술적인 분위기를 완성하는데 음악은 큰 역할을 한다.
전문 클럽 DJ 4명이 나른한 인도의 전통음악, 민속적인 제3세계 월드 뮤직, 그루브한 라운지, 일렉트로닉과 하우스
음악을 튼다.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북을 치는 잘생긴 사나이가 있어 말을 걸었다.
나비에 이틀에 한번 꼴로 들른다는 외국어대학교 3학년생 우시오 마사카씨였다. 얼마 전 구입했다는 악기를 다소 두서없이 치고 있었는데, 주변인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역시나 나비의 분위기는 무척 자유롭다.

흥에 겨우면 자리에서 일어나 연못 주위를 돌며 춤을 추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단, 맨발을 헛디디면 물에 빠지는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주의. 파티는 한 달에 한 두 번 주말 밤에 열린다.
누구나 어울려 북치고 장구치며 춤추고 노는 시간이다. 파티 입장료는 없다.









이번에 깡기자가 탐험한 곳은 아틀리에 같은 분위기의 복합문화카페 '로베르네 집(chez robert)'이다.
입구에 쓰여진 '아티스트 바'라는 간판이 색다르다. 무료 전시를 주로 하는 복합문화카페인데 홍대 앞 젊은 미술인
사이에서 꽤 알려진 곳이다.

아티스트 바라는 이름처럼 조소과를 졸업한 두 명의 동갑내기 친구 오윤주(30), 허소정씨(30)가 주인장이다.
명성(?)에 비해 공간은 대단히 아담하다. 카페 이름은 프랑스 파리의 예술가들이 집단으로 모여 작업실 겸 무료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 '로베르네 집'에서 그대로 따왔다고 한다.



프랑스의 로베르네 집은 유럽 불법 점거 아틀리에의 대표격이다. 1999년 가난한 미술가들이 비어있는 정부 건물을 무단
점거해 작업실로 쓰면서 로베르네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도심 한복판의 버려진 공간은 가난한 예술가들에 의해
예술이 숨쉬는 문화적인 공간으로 재탄생 했다.





"유쾌한 파리 무법자들의 아틀리에를 서울 홍대에 옮겨 놓고 싶었다"는 게 오윤주씨의 설명.
2003년 7월 문을 연 8평 남짓한 공간은 작업실 겸 예술가들의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매년 빠지지 않고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등의 행사장으로 쓰이고 있다.

서너 명의 손님만으로 꽉 차 보이는 카페에서는 놀랍게도 전시 외에 매달 소규모 공연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한달 단위로 주제가 바뀐다. 회화 작품을 비롯해 사진, 영상, 설치 미술 등 성격에는 제한이 없다. 단지 만든 이의 혼이 깃들어 있으면 오케이. 공연의 경우 가야금이나 통기타 공연 등 어쿠스틱한 감성의 미니 콘서트로 잔잔한 감동을 준다.

허소정씨에게 지금까지의 전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를 묻자 대뜸 "음…저희들의 개인전이요."라고 말하며
깔깔거리고 웃는다.



깡기자가 찾았을 때 마침 '불나방스타쏘세지크럽'이라는 미술전시가 한창이었다.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풍자한 제목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불나방~'은 조문기 작가의 <아날로그 드로잉전>으로 성(性)을 주제로 그린 만화적 기법의
작품들은 완성도 보다 자유로운 사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다른 복합문화카페와 마찬가지로 로베르네
역시 주인의 손맛이 구석구석 배어 있다.
간판 한쪽에는 보라색 바탕에 빨간색 구두가, 반대편에는 여자 얼굴이 그려져 있는데 사장의 공동 작품이란다.

구두가 그려진 간판 때문에 간혹 구둣방으로 오인하는 손님도 있다.



카페 안은 흰색 타일로 덮여 있어 목욕탕을 방불케 한다. 인수 전 건축 설계 사무소로 쓰였다는데 이전 주인의 사고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테이블도 흰색 타일을 붙여 제작했다.

"알고 보면 혼자 와도 부담 없는 아늑한 곳인데, 처음 온 사람 중에는 문을 열었을 때 보이는 흰색 타일에 놀라 그대로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오윤주씨가 말한다.
이런 반응과 대조적으로 깨트리지만 않으면 오히려 하얀 타일이 청소하기에 편하고 전시했을 때 작품이 살아 보이지 않느냐는 게 단골들의 주장.






흰색에 반해 음료를 주문하는 바와 의자, 입구로 통하는 좁다란 계단은 빨간색으로 통일해 포인트를 줬다.
이 모든 인테리어는 주인장의 자유로운 손끝에서 탄생됐다. 바 뒤의 선반에는 양주와 칵테일 원료, 이국적인 분위기의 외국 담배갑, 러시아 인형 등이 진열돼 있는데 생전 청소를 하지 않아 보이는 게 수더분한 사장의 취향이리라.

로베르네 집은 항상 사람들로 활기차다.
작고 소박한 공간이지만 삶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화공간으로 사랑 받고 있다는 증거다.








투명한 물을 닮은 블루톤의 라운지 카페에는 감각적인 하우스 음악이 흐른다.
전시와 파티가 있는 복합라운지카페 리퀴드. 넘치는 감성으로 2004년 6월 오픈 이후 젊은이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리퀴드는 다른 복합문화카페에 비해 초행길에 찾아 가기가 무척 힘들다. 3.5층에 위치한 애매한 조건 탓에 바로
코앞에 두고 헤매기 쉽다. 건물 외부에만 카페 이름이 써진 파란색 간판이 달려 있을 뿐, 건물 내부에는 대체 몇 층
어디에 붙어 있는지 작은 이정표 조차 없다.


* 너무 앙증맞아 그다지 실용성이 없어 보이는 의자. 하지만 모양은 예쁘다. 오른쪽 사진은 바 전경



그렇게 어렵게 발견한 카페 문을 열고 들어 서면, 예상치 못한 세상이 펼쳐진다.
깊고 푸른 바다가 연상되는 초록색 공간이 눈 앞에 몰려 온다.
공중에 가지런히 매달린 동그란 장신구는 바람이 불 때마다 하늘하늘 춤을 추고, 흥미로운 모양의 가구는 유쾌하다.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가 양반 다리를 하고 앉는 좌식 공간에는 원색의 꽃들이 피어있다.
구석에 박힌 DJ박스의 턴테이블에서는 기분 좋은 라운지 음악이 끊임없이 흘러 나온다.




리퀴드의 사장 양성민씨(32)는 홍대 테크노 클럽에서 10년간 음악을 틀었던 뮤지션이다.
도회적인 카페이면서 사람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것도 홍대 언더그라운드의 물을 오랫동안 먹은 이유에서다.

사장은 바에서 칵테일을 만들면서 직접 음악을 튼다. 운이 좋으면 사장이 리믹스한 음반을 들을 수도 있다.
한 달에 한번씩 술과 음악이 있는 게릴라 파티를 열기도 한다. 리퀴드는 홍대 미대 출신들이 모여 만든 칠(chill)전시회 등을 연례 행사로 기획한다.
하지만 꼭 미술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이라도 전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사장은 귀뜸한다.





리퀴드의 인테리어는 사장의 기분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기회가 될 때마다 이키아(IKEA) 등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외국 대형가구할인매장에서 가구를 주문하기도 하고,
내부 배치나 장식을 바꾸기도 한다.

"물은 웬만해서는 적이 없죠. 어떤 물질과도 잘 융화가 되니까요. 그렇게 편하고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어
이름을 리퀴드라고 지었어요." 사장의 말처럼 리퀴드는 누구나 찾아와 부담 없이 쉬어갈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임에는 틀림없다.







홍대를 중심으로 활동한 예술가 출신 사장이 대부분인 복합문화카페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새로운 문화는
아니다.

이미 80년대 후반 미미하나마 전시, 공연, 춤, 퍼포먼스가 혼합된 복합문화공간이 존재했다.
홍대 미대 안상수 교수가 운영하던 전자카페 '일렉트릭', 설치미술가 최정화씨가 만든 '올로올로', 작가 이불의 동생이 주인인 신촌 '플라스틱 서전' 등이다.




이후 90년대에는 작업실 형태의 바(bar)로 댄스 클럽의 원형이 된 발전소, 2000년대부터는 열반화, 몽환 등이 클럽과 공연, 영화, 파티 문화를 주도하는 대안공안으로 각광받았다.




복합문화카페는 이렇듯 훌륭한 홍대 문화의 양분을 이어받았다.
수많은 아이콘들이 모여 있는 홍대에서 복합문화카페가 진정 놀이꾼들에게 일상의 권태로움을 날려버리고 젊음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각성제로 자리잡기를 기대해본다. 더 나아가 가난한 아티스트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동반자이길 바란다.

 

실험적인 놀이공간이자 휴식 공간으로 문화를 즐기고 삶을 즐기는 곳, 상업적인 의도로 문화의 질이 하향 조정되는 게 아닌, 창조자의 개성에 따라 상향 조정되는 곳. 한국의 음식 비빔밥처럼 신나는 어울림과 잡탕의 미학이 존재하는 홍대 복합문화카페는 젊음의 해방구다.

<2006년 5월 굿타임진>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urblue 2006-10-30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힛. 보고 할라고 했죠. 근데 아직 여유가 없어요. 쫌만 기둘려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