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시장에서 주문한 <화양연화 OST>를 받다.

이 영화, 몇 년 전 달랑 네 명이 극장 하나를 차지하고서 보았다. 아무리 조조였다고는 해도 좀 너무하지 않았나 싶다. 그 때 아마 한달도 못 버티고 개봉관에서 내려갔던 것 같다. 스타일도, 하는 얘기도 달라진 왕가위 감독에게 아마도 관객들이 적응할 수 없었던게 아닐까.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감탄했던 건 사실 장만옥의 몸매였다. 온갖 무늬의 차이니즈 드레스를 입은 장만옥의 뒷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양조위 같은 괜찮은 배우조차 시선을 끌지 못했다. 장만옥은, 단지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화면을 꽉 채울 수 있는, 근사한 배우다. 그녀는 얼굴 뿐 아니라 등으로도, 발목으로도 얘기를 한다.

그런 그녀가 국수 그릇을 들고 시장을 걸을 때, 비좁은 복도를 지나 방으로 들어갈 때, 동네 어귀에서 양조위를 만날 때 흐르던 첼로의 굵은 떨림은 그녀의 모습에서 묻어나는 쓸쓸함을 한층 강화시킨다. 악기와 화면과 내 감정의 vibration이 일치하는 듯한 느낌.

지금이야 더 이상 그런 느낌을 받기 어렵지만, 아름다운 첼로의 선율만으로도 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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