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水巖 > 간송미술관 추사특별전


15-29일 간송미술관 추사특별전


추사 김정희(金正喜ㆍ1786-1856)의 150주기를 맞아 곳곳에서 추사 전시가 한창이다.

우리 문화유산의 보물 창고로 불리는 성북동의 간송미술관도 올 가을 정기전시(10.15-29)를 '추사150주기기념특별전'으로 꾸며 추사 전시 대열에 합류했지만 내용은 차별성이 있다.

추사의 청년기부터 말년까지 추사체의 형성과 변모, 완성 과정을 훑어볼 수 있는 대표적인 글씨는 물론 추사가 그린 문인화, '글로벌'한 예술인이었던 추사의 영향을 받아들인 국내와 중국 예술인들의 작품까지 100여점이 한꺼번에 전시되기 때문이다.

추사와 관련된 자료나 기록, 후대의 해설이나 연구 업적 등은 제외하고 오롯이 작품만을 모은 이번 전시는 사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간송의 올 봄 정기전에 이어 또다시 공개되는 '명선(茗禪ㆍ차를 마시며 선정에 들다)'은 현존하는 추사 글씨 중 가장 큰 글씨로 꼽힌다. 추사가 초의 선사가 보내준 차를 받고 감격해 써준 대형 예서(隸書) 휘호다.

추사의 또다른 대형 예서 '사야(史野ㆍ세련되고 조야한 멋)', 71세로 사망하기 두세달전 절필 직전에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예서 '대팽두부과강채 고회부처아녀손(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ㆍ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나물, 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 손자)'도 대표적인 전시품이다.

이들 이외에도 추사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30대 중반에 쓴 대형 행서, 간찰첩 형식으로 된 작은 글씨 등 서법을 넘나들며 붓을 자유자재로 놀린 추사 글씨의모든 것을 보여주는 대표작들이 나온다.

추사가 스물넷에 만나 스승으로 삼았던 중국의 금석학자 옹방강(翁方綱ㆍ1733-1818)이나 제자 섭지선, 왕여한 등의 글씨와 그림을 통해서는 스승을 뛰어넘은 추사의 독창성을, 추사와 벗하면서 평생 추사를 모방한 권돈인(1783-1859), 신위(1769-1847)의 작품에서는 추사가 당대 조선 문화예술계에 드리웠던 큰그늘을 짐작할 수 있다.

글씨 이외에 사군자 중에서도 특히 난(蘭)을 즐겨 그렸던 추사의 '난맹첩(蘭盟帖)'도 23면 중 10면이 공개된다. 세한도를 연상시키는 갈필로 슥슥 그린 문인화 '고사소요(高士逍遙)'도 볼거리다.

어려서 추사의 문하에 들어갔던 제자 이한철(1808-1880)이 추사 초상화(국립중앙박물관 소장)를 그리기 전에 원본으로 그렸던 '완당선생초상'도 간송의 수장고에서 나와 따스한 미소를 뽐낸다.

1972년 간송미술관의 제2회 정기전에서 추사 김정희전을 처음 연 뒤 30여년간 간송미술관에 몸담으며 추사를 연구한 최완수 연구실장은 추사 글씨의 아름다움은 서투름, 즉 졸박한 맛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최실장은 "추사는 글씨를 그림으로 생각하고 썼지 글로 생각하고 쓴 것이 아니다"라며 "추사는 난초 그림도 늘 '예서 쓰듯 난을 치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최실장은 "추사를 직접 사사한 조희룡이나 허련 등은 추사를 방불케하는 작품을남겼지만 그 후대에는 추사의 본모습을 따르지 못했다. 이는 요즘도 마찬가지다. 언뜻보면 서투르게 쓴 듯한 추사의 글씨에는 과거 서예사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금석학에 대한 공부내용이 녹아있어 이를 따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추사 작품은 겸재 정선의 작품과 함께 간송미술관의 대표적인 수집품이다. 최실장은 "간송 전형필 선생은 추사보다 120년뒤에 태어난 같은 병오(丙午)생으로 평생을 바쳐 추사와 주변 인물의 작품과 주변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했다"고 말했다. ☎02-760-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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