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송>은 이제 2권의 1/3쯤을 넘어가고 있다. 1권 700페이지, 2권 900페이지. 그러니까, 이제 1,000페이지쯤 읽은 것이다. 길다. 보통이라면 소설 세 권쯤을 이미 읽은 셈이다. 그러나 그다지 길다거나 지겹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냥, 한 자리에 앉아서 쭉 읽었으면 좋겠다. 월요일부터 계속, 지금이 주말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만 했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내리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어제만해도, 집에서는 겨우 한 시간 정도밖에 읽지 않고 딴 짓만 했다.
클래식이라고는 고등학교 이후로 담 쌓고 지냈는데, 쇼팽의 녹턴과 프렐류드를 듣고 싶어졌다. 2권 첫머리에 몇 장에 걸쳐 묘사된 쇼팽의 연주회 장면은, 음악이란 이런 것인가, 이렇게 느끼는 것인가, 하는 감상을 남긴다.
음악 뿐만이 아니다. 들라크루아의 하원 도서관 천장화를 묘사한 부분은 또 어떤지! 들라크루아의 일기와 다른 사람들의 자료를 상당 부분 참조했을테지만, 이 젊은 작가의 감성에 감탄한다.
<달>이야 워낙 여러번 읽었고, 전에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일식>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런데 책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설마, 전에 방출할 때 내 놨던가. 낭패다. 다시 사든지.
생전에 아버지는 항상 염색을 하셨다. 이미 30대부터 자라나기 시작한 허연 새치 때문에, 당신은 스스로 젊다 여기시는데 버스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못내 싫으셨던거다.
어제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흰 머리카락을 발견했다. 뿌리부터 끝까지 완전히 하얀색. 추석 때인가, 어린 사촌 동생을 시켜 새치를 몽땅 뽑게 했었는데, 어느새 또 자란 것인지. 이리 저리 머리를 뒤적이다 서너개를 더 찾았다. 짧아서 혼자 뽑지도 못했다. 아버지를 닮았나보다, 이런 건.
흰 머리카락에서 문득 아버지의 부재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