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 아이 블루?
마리온 데인 바우어 외 12인 지음, 조응주 옮김 / 낭기열라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동성애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금기시되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연예인의 아우팅 사건으로 세간에 화제가 되고 이제는 그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긴 하지만 그것이 우리 주변의 모든 동성애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는 십대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인권 영화제에서 상영된 <이반 검열>이라는 다큐멘터리는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교사들은 동성 친구들끼리 주고 받은 편지와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를 문제 삼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떼어놓기 위해 전학을 시킨다. 그런 상황 하에서 아이들은 묻는다. 왜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면 안 되는데? 

 

영화를 보고 처음에는 저 아이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관해 어느 정도나 확신을 가지고 있길래 저러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고, 다음에는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상당히 일찍 시작될 수 있음을, 그럴 때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적절한 조언과 보살핌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앰 아이 블루?>는 그런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엮은이 메이언 데인 바우어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이 동성애처럼 사회가 침묵으로 덮어두려는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미국의 유명한 청소년 문학 작가들을 대상으로 단편을 공모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여러 저자들 중에는 동성애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또 그래서,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퀴어 아이(Queer Eye for the Straight Guy)>의 카슨을 연상시키는 요정 대부 멜빈이 유쾌하게 동성애에 관한 강의를 늘어놓는가 하면(앰 아이 블루?), 세상의 온갖 차별에 반대하는 유태인 할머니가 동성애자 손녀를 이해하기도 하고(어쩌면 우리는), 생사를 오락가락하는 위험한 전장에서 아름다운 사랑이 피어나기도 하고(땅굴 속에서),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며(학부모의 밤, 홀딩),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위니와 토미). 그러니 기본적으로 이 책이 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관심과 긍정, 의사소통, 이해와 믿음이라는 전통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학부모의 밤>에 등장하는 교사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확신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이라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이성애자다, 혹은 동성애자다 라고 미리 못박은 채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괴롭힐 필요는 없다는 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다는 점.

 

하나 더, 내가 이 아이들의 부모라면 어떨까. 자신이나 타인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과 비교해서 자식의 문제에 똑같이 관대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또한 부모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그 가치를 이해한 부모라 하더라도, 과연 자신의 아이에게, 특히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아이에게 권해줄 수 있을까는 여전히 의심스럽지만, 최소한의 발판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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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10-24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깔끔한 리뷰네요. 어떤 책인지 정확히 알 것 같아요.

히피드림~ 2005-10-24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의도아래, 작가들이 모여 적절한 것을 써주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이 책 보관함에 들어갑니다. 아울러 추천도 꾹!!^^

2005-10-24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