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 안드리치Ivo Andrić/옮긴이 모름

 장날이 되면 왁자지껄하는 소리로 온 동네가 떠들썩했다. 가축들이 울부짖는 소리, 사람들의 고함소리, 장돌뱅이 깡부르는 소리에 난장판이었다. 장터를 가로질러 한복판쯤 파고 들어갈라치면 쇠붙이 소리에 귀가 멍멍해질 지경이었다. 낫을 하나 새로 장만해야겠다고 생각한 농부들이 낫을 고르는 것이다. 상점 문턱받이 돌에다 낫을 퉁겨본다. 떵, 떵, 떵… 칭, 칭…, 쨍그렁, 쨍그렁! 돌에 부딪치는 쇠소리가 하루 종일 장터에서 끊일 새가 없었다.
 땅을 파먹고 사는 사람들이란 원래가 꼭 해야 할 일이 있어도 미리 걱정하는 법이 좀체로 없다. 일단 발 밑에 불이 떨어졌을 때야 비로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마음을 가다듬어 참을성 있게 죽어라 해대는 것이다. 낫 하나 골라 사는 것도 이런 일 중의 하나다.
 꼭두새벽 집에서 출발하여 까마득히 험준한 비탈길을 걸어 장터 마을로 내려온 비토미르는 갖고 온 낟알을 팔아치우고 나니 따뜻한 봄낮 한나절은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낫 한 자루만 사면 볼일은 다보는 것이다.
 그는 우선 이 사람 저 사람 오가는 말에 귀를 기울이다가 쭉 줄지어 선 철물상 앞을 지나가며 두리번두리번 공짜 구경을 한참 하고 난 다음 마침내 안면 있는 상점에 발을 들여놓았다. 무엇을 찾느냐고 상점 주인이 묻자, 그는 서슬이 등등해서 말없이 입을 다문 채 낫을 찾으면서 천정에 걸려 있는 상품들을 한 차례 쭉 훑어보는 것이었다. 무엇을 찾는 손님인지 알지 못해 주인이 한참 얼떨떨해하자 점원녀석이, 흔히 칼을 포장할 때처럼, 삼베포(麻布)로 한 겹 싸고, 그 위에 피나무 껍질로 질끈 동여매 놓은 날 한 묶음을 비토미르 앞에 내놓았다.
 농부는 한 자루 한 자루 낫을 풀어 놓고는 날의 휜 모양과 빛깔과 강도(强度)를 찬찬히 살펴보다가 손가락을 슬쩍 칼날에 대어보기도 하고, 또 두 손으로 받쳐 들어보는가 하면, 이것을 뺨에 슬쩍 갖다 대었다가 금세 무엇을 베어보기나 하듯 낫등을 지그시 노리며 내려다보는 것이다. 그는 쇠에다 침을 퉤 뱉어서는 손톱으로 문질러놓고 혀 끝을 대보기도 했다. 앞니 몇 개가 빠진 점원녀석이 한참 동안 좌우로 훑어보았다. 그의 조그만 눈에는 이미 순진한 빛이 사라지고 껌벅이는 눈으로 곁눈질치는 것이었다.
 비토미르는 그 중에서 낫다고 생각되는 것을 두서넛 골라 한 옆으로 가려놓고는 곧 이것을 들고 상점 밖으로 나가서 하나하나 여유있게, 조심스럽게 발받이 돌에다 퉁겨보기 시작했다.
 점원녀석이 따라나와 연상 물건을 지키고 있다. 농부는 점원녀석만 성가시게 쫓아다니지 않는다면 돈을 좀 더 주고라도 살 심산이었다. 하기야 이렇게 해보면 흠 있는 데를 곧 발견해 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어린 점원녀석과 그 녀석의 눈치가 못마땅했지만 그는 그런 것에 정신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마치 음차(音叉)를 다루는 것처럼 날을 발받이 돌에다 땅하고 때려서는 곧 이것을 귀에다 갖다 대고 어느 손님보다 오랫동안 이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의 얼굴 표정은 넋빠진 사람 같았다. 그 소리에만 정신이 빠져 버린 그는 자기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장터에 와 있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들판으로 달려가서 자루를 해박은 바로 이 낫을 휘두르며, 뱀이 풀숲을 뚫고 나가듯 삭삭 풀을 베어 나가 비탈진 초원을 한 고랑 베어 제쳐 놓은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었다.
 상점 앞을 지나가던 농부들이 발길을 멈추고 서성거리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귀를 기울여 보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몇 마디 말을 걸어보기도 한다. 아무리 두들기고 찬찬히 살펴보아도, 전처럼 그 품질 좋던 바르카르 상표(商標)가 붙은 낫은 이제는 살 수 없다고 묻지도 않은 말을 귀띔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비토미르는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마다 치사를 해주었지만 귀를 대고 다시 소리를 들어보고 자신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었다.
 꽤 오랫동안 그가 낫을 퉁겨보고 또 엎어보고 제쳐보고 있으려니, 참다못한 상점 주인이 문 밖으로 달려나와 약간 노기 띤 음성으로 투덜대기 시작했다. 한 묶음 가운데서 추려놓은, 두서넛 중에서 골라 보라는 것이다.
 "아무거나 골라잡아도 염려할 건 없어요. 비토미르, 다 괜찮다니까”
 "예” 하고 농부는 대답했다. 사실이 그렇다느니보다 그저 툭 튀어나온 말이었다. 상점 주인의 말에 구애없이 마음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좀더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다. 
 어떤 날에는 큼직한 글자로 공장표지를 한 금장표가 박혀 있었다. <Boehme & Son,Wiener Neustadt>. 그래서 사람들은 이것을 금장표라고 불렀다. 다른 종류로는 그 쇠가 불을 먹여 푸르스름해진 것으로, 일명 티롤 제(製)라고 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에는 깨알 같이 잔 글씨로 새겨져 있고 클로바 네 잎의 그림이 박혀 있었다. 역시 은장으로 박은 것이었다.
 "거 뭘, 그렇게 골치 쓸 필요 없다니까요” 상점 주인이 빗대어 하는 말이었다. "당신 보라고 글자하구 클로바 자호가 게 있지 않소”
 "그렇군요. 그래요” 농부는 생각 없이 대답했다. "소위 글발깨나 읽는다는 작자들도 종종 잘 속더라. 물건은 보지 않고 자호만 보고 샀다간 망신당하는 때가 많단 말이야”
 농부는 이렇게 생각했다.
 "네” 농부는 다시 한번 대답했다.
 그는 상점 주인과는 더 이상 말을 않고 다만 마음 속으로 지껄이면서 날과 손이 대화를 주고받을 뿐이었다. 이것저것 모두 생각해 보았으나 다른 것은 다 볼 필요도 없었고, 오골보골 들끓는 쌩쌩이 장터에서는 좀 미안하지만 염치불고하고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되는 것이었다.
 "난 그따위 것은 모른다”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글자나 자호는 참 예쁘게 새겨져 있지만, 나와 그것들과 무슨 상관이 있담. 더구나 일단 물건값을 치르고 난 다음에야 하등의 무슨 상관이 있느냐 말야? 그런 건 생각도 할 필요없지. 그 따위 글자들은 소용이 없어지기 때문에 말이야. 그런 것 때문에 골치를 앓게 되거든. 돈을 더 받기 위해 그따위 것을 박아 놓았지. 골치 아프게시리. 결국 손해 보는 쪽은 우리거든. 그 멋들어진 글자와 금장표가 사람을 망하게 만들어 놓지. 내겐 그 따위 것들은 소용도 없어. 그래도 사긴 하나 사야지. 디카부 마을의 억센 풀이 글자를 알 리 없지. 오직 필요한 것은 낫뿐이야. 낫만 있으면 되고말고. 이놈의 집에서 처음 낫을 사는 것은 아니야. 그래도 나는 다 알고 있어. 그 꿍꿍이속을 말이야. 누가 봐도 여기서 볼 때는 참 멋진 군도(軍刀)같이 볼 테지. 그러나 이놈을 일단 사들고 그 육시랄 디카부 마을 밭으로 올라가 보란 말이야. 자루를 해박고 풀을 베기 시작해 보지. 마치 고드름 녹아 떨어지듯 풀포기에 날이 푹푹 닳아 버리고 또 숫돌질엔 영 맥을 못춘단 말이야. 나는 이런 걸 다 알고 있지 그럼”
 비토미르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여전히 하나하나 문지방 발받이 돌에다 두들겨 보는 것이다. 판에 박힌 듯 한결같이 요란한 소리를 내봄으로써 낫 속에 숨겨진 진실을 알아내기 위하여 낫을 달래는 것이었다. 
 다시 그는 날을 골라잡고 하나하나 여유있게 음미해 보았다.
 그 꾸부정한 날의 모양과 검푸르고 또 금장표의 빛깔은 마치 낫 하나하나의 내력과 운명을 얘기해주는 것 같았다. 저 낯모를 세상에서 디카부 마을의 농삿군인 그의 손에까지 들어오게 된 경로 말이다. 그는 마치 보기나 하는 듯 머리 속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광석을 캐낸 광산에서 이것을 녹이는 용광로로, 또 거기에서 물건의 모양과 이름을 붙여주는 철공소에 이르기까지. 그는 속으로 이 물건이 한 다리 한 다리 거쳐온 경로를 생각해 낼 수 있었다. 루마니아 세멕이 들어오기까지 다른 나라들을 통해서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실어 날라서는 또 부리고 싣고 해서 수입업자들의 손을 거쳐 대리상으로, 또 거기에서 비엔나와 사라예보의 도매상에 들어와 마차에 실려 꼬불꼬불 비세그라드에 들어오기까지의 일들을 생각했다.
 이렇게 손과 손을 거쳐 들어오는 도중에 물건이 상하게 마련이다. 즉 어느 것에나 조그마한 흠이 지게 마련이다. 어느 것에나 흠이 있지 그럼!
 비록 비토미르가 상식적으로 모든 것을 어림쳐 생각한 것이라도 마치 몸이 아플 때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생생한 느낌이었다. 이 물건을 사서 닳아빠질 때까지 써먹을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기였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라 자기 일인 것이다. 별 도리가 없었다. 
 "젠장 요놈의 것이” 화가 치밀어 오른 비토미르는 이렇게 투덜대며 날을 들어 발받이 돌에다 대고 힘껏 내리쳤다. 계산대 뒤에 있던 상점 주인이 휙 고개를 돌렸다. 아차 정신을 차린 그는 어쩔 줄 모르고 서성댔다.
 만져 보고 흔들어 보고 한참 고르고 난 그는 찬 물 속에 뛰어 들어가는 사람처럼 선뜻 단김에 마음을 결정했다.
 그런 후에도 상점 주인과 옥신각신 흥정이 길어졌다. 
 돈을 치르고 낫을 들고 나온 비토미르는 나귀 등에 올라탔다. 그가 산 물건은 뒤쪽에 있는 길마에 매놓은 빈 자루 속에 찔러 넣었다.
 주막에 다다르자 말에서 내린 그는 브랜디 한 잔을 시켜 목을 축였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게 되니 잡담이 오고가게 마련이다. 그는 주로 자기가 산 낫에 대해서 푸념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교부(敎父) 두 사람도 만났다. 은근히 군침을 다시는 것을 눈치챈 그는 술을 몇 잔 더 시켜 왔다. 그는 잔을 떼지 않고 연거푸 석 잔을 들이켰다. 보통 주량을 넘게 마신 것이다. 이게 다 그놈의 낫 때문이지. 그는 이렇게 혼자 뇌까려 보는 것이다.
 그는 땅거미가 짙어지고 얼마 있다가 마을을 향해 비탈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믿음직스러운 늙은 나귀는 딱정벌레처럼 가파른 비탈길을 기어 올라갔다. 띵 하던 비토미르의 머리는 점점 맑아졌다. 술이 정신을 흐리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에게는 브랜디가 노곤한 사지에 힘을 돋구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 같았다. 쌓이고 쌓였던 모든 상념이 치솟아 올라 목청을 돋구어 소리지르고 한바탕 노랫가락이라도 뽑아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침내 그는 모든 것이 또렷하게 선명해져옴을 느꼈다. 어느 정도 정확하게 낫에 불을 먹여서야 된다는 것을 지금은 말할 수 있다. 또 상점 주인 양반에게 말해야만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것도 같았다. 그런데 늘 이 모양이었다. 마을로 내려가면 늘 얼떨떨해지기가 일쑤고,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모든 일과 사사건건에 어쩔 수 없이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생지옥 같은 장터를 빠져 나와 디카부 마을을 향하여 산길을 기어오르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원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자신 속에 깃들인 신념과 능력과 믿음이 다시 그에게 찾아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가도 다음 장날이 오면 또 맹추가 되어 버린다. 또 전처럼 되어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그러니 언제나 염통이 곪아 터질 지경이었다.
 말에 박차를 가하고는, 오늘 무척 애를 먹였고 많은 돈을 잡아먹은 낫을 돌아보았다. 지금 자기 뒤에 매달려 있는 낫이야말로 두말할 것 없이 마누라가 자기 것인 것처럼 자기의 소유물인 것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사람이 생명이 없는 물건의 성질과 진가를 판단해 볼 수 있을까? 제일 좋은 낫을 골랐다고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또 바가지를 썼는지 안 썼는지를 누가 안단 말인가? 최종적으로 물건값이 결정되었을 때 그는 상점 주인의 표정을 살폈던 것이다. 그리고도 낫에 새겨져 있는 상표문제보다는 오히려 낫 그 자체가 수수께끼 문제 같았다. 그렇게 한참이나 뒤적거려 봤지만, 그래도 흠이나 결점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또 그의 물건이 비록 크고 쨍쨍한 소리를 울렸지만 고르다가 놓아 버린 물건이 더 좋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하긴 이제는 다 끝난 일이다. 이미 다 고른 물건이다. 그러나 꺼림칙한 생각이 그를 괴롭혀주었기 때문에 그는 못 미더운 듯 연상 힐끗 눈알을 굴리며 나무라는 눈으로 그가 산 물건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오른쪽 어깨 너머로 넘겨다 보면 시커먼 낫 머리가 보이고 왼쪽으로 넘겨다보면 날 끝이 드러나 보였다. 쇠로 만든 초생달같이 생긴 것이 싱싱하고 밝은 빛을 내며 창공을 솟아오르는 진짜 달같이 보였다. 안장에 앉아 몸을 한번씩 뒤퉁거리면서, 어떤 때는 부드러운 말로, 또 어떤 때는 투정섞인 말로 새로 산 자기의 소유물에게 말을 걸어보는 것이다.
 "실컷 바람이나 마셔 봐라. 너도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리면 너와 인연을 맺을 동네가 어떤 동네인지 알게 될 거라. 너는 시집을 오는 거란 말이야! 만일 그 예쁜 너의 글자를 곱게 모셔둘 것이라고 생각했다간 정말 큰코 다치지. 그럼, 어림도 없는 노릇이지. 내 말해준다만 그 산뜻하고 아담한 글자 같은 건 아랑곳하지 않을 거란 말이야. 하기야 저곳에서는 너나 풀이나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이라면 호락호락 놀고 먹게 놓아두지는 않을 거란 말이야. 나는 아직까지 나의 할아버지 리스탠 어른의 일을 기억하고 있지. 꼴을 베어 오라고 젊은이 늙은이 할 것 없이 한 사람 한 사람 내보냈지, 솥에 넣어 들들 볶듯 부려먹었단 말야. 애녀석들은 파리새끼처럼 픽픽 쓰러졌었지, 아낙들은 애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그를 붙들고 애걸복걸했지만, 그는 그럴수록 더욱 아우성만 질렀지. ‘제 할일이나 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아!' 이렇게 호통을 치셨어. ‘아직도 너희들 근력이 정정하지 않느냐 말이야. 개도 안 뜯어먹을 그놈의 몸뚱이를 아끼는 꼴을 죽어도 보고 싶지 않단 말이야. 사족을 놀려 일하지 않고, 먹지도 않으려면 무엇하러 세상에 태어들 났느냐 말이야…' 나는 죄다 기억하고 있지. 흥, 그것보다 더한 일까지도 기억할 수 있단 말야…”
 비토미르는 낫을 보고 싱긋이 웃음지었다. 달빛을 받은 낫의 광채가 그에게로 되비쳤다. 그는 어금니를 지그시 다문 채 심각한 듯 뇌까렸다.
 "좋아 요것아. 내일 아침 한 번 시험해 볼 테야. 자루를 해박아 갖고 번개같이 휘둘러서 들판과 온 골짜기에다 본때를 보여줄 테니까 두고 봐라. 너를 숫돌 위에 놓고 석석 갈기 시작하면 디카부가 어떤 동네인지 너는 알게 될 거라! 네놈 빤들한 맵시도 마술에 걸린 것처럼 뭉턱뭉턱 닳아 떨어질 테니. 두고 보라니까. 이게 바로 산이라는 거야. 험준한 큰 산이지. 네가 있던 물렁물렁 하고 밋밋한 평지와는 다르단 말야”
 희미한 달빛을 뚫고 앞을 내다본 비토미르의 눈에는 ‘서나무 작은 동네’라고 불리는 분지가 보였다. 
그는 곧 자기 마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자 목청을 힘껏 돋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사도, 이렇다 할 가락도 없다. 그저 높은 소리가 축 처져 흘러퍼질 뿐이다. 마치 원수를 불러다가 복수라도 하는 것처럼.

 

* 출처 ㅡ [풀씨](2001년 여름) http://www.fulssi.or.kr/book/

* 이 작품은 이보 안드리치에 대한 정보를 찾아헤매던 어느 날 운좋게 건진 것입니다. 퍼온 곳, [풀씨]에서는 <낫>이라는 번역제목만 있을 뿐 원제목을 병기하지 않았더군요. 슬라브어를 모르므로 제목의 원어를 병기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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