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이야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전에 <십시일반> 보고서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런 것도 하는구나 싶었는데, 이제 영상물까지. 흠. 반갑긴 하다. 여섯 편의 애니메이션은 각각 장애인, 인종, 여성, 외모 지상주의, 외국인 노동자, 학교 교육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육다골대녀(肉多骨大女). 처음엔 그림이 이상하다 싶었지만 곧 감독의 유머 감각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고조 할아버지까지 거슬러 올라가 큰 머리와 통뼈와 짧은 다리와 두툼한 살과 뻗친 곱슬머리와 화병에 잘 걸리는 성질을 갖게 된 집안 내력을 보여주는 장면들을 보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이애림 감독 본인의 얘기인가 살짝 의심했는데, 인터뷰에서 본인이 모델은 아니라고 한다. 아버지가 머리가 크시고 본인도 뼈가 크다는 사실은 인정. 육다골대녀는 직장 구하기도, 남자 구하기도 어려운 외모를 가지고 어떻게 살았을까? 뭐 해피 엔딩이지. 그러나 식상하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전주영화제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듯.

 

그에 비하면 동물 농장은 상당히 빤하다. 일단 동물을 이런 비유에 끌어들이는 것 자체가 못마땅한데다 그 방식도 그렇다. 양이 보기에 염소나 소나 돼지는 당연히 다른 종이다. 사람들의 인종이나 민족과는 다르지 않나. 민족이나 피부색이 다르다고 배척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으면 차라리 코카스패니얼 사이에 낀 시추라든가, 뭐 그런 식의 비유를 들란 말이다. 흥.

 

그 여자네 집은 아마 많은 여자들의 공감을 얻을 듯. 결혼도 하지 않은 내가 이런 말 하기는 그렇다만, 직장 다니면서 갓난애 키우고 남편 밥 해먹이고 집안 일 하다 보면, 애니메이션에서 표현한 대로 청소기로 싹 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다. 이 작품은 내용 말고도 표현하는 방법이 좋다. 단순한 선이 이리 저리 옮겨가며 모양을 갖추고 색을 바꾸는 게 재미있다.

 

토요일 오후, 씨네큐브 2관에서, 한 스무 명 남짓 앉아 영화를 봤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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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9-26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애림 씨 인터뷰도 재미나던데 퍼와야겠다.
블루님을 위해서...ㅎㅎㅎ

urblue 2005-09-26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터뷰 읽었습니다. 퍼올까 하다가 귀찮아서 포기... ㅎㅎㅎ

로드무비 2005-09-26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애림 씨 다음 작품 제목 <을씨년>.
내가 그 단어를 을매나 좋아하는데...^^

sudan 2005-09-2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그런 식의 비유를 들란 말이다. 흥. → '흥'의 어감은 상당히 쌜쭉한 또는 뾰루퉁한 느낌이죠.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아시겠지만, 심심해서에요. -_-)

sudan 2005-09-2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추천했습니다!

urblue 2005-09-2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씨네큐브랑 상암 CGV랑, 몇 군데서 하던데요.

로드무비님, 로드무비스러운 단어를 좋아하시는군요. 을씨년이라..ㅎㅎ

수단님, 안 어울려요?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