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들 대부분은 에너지 보존이라는 말을 들으면 1970년대식 에너지 절약운동을 떠올린다. 당시 유럽에서는 석유가격이 네 배나 올랐고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자동차를 덜 타고 실내 온도를 낮추어야 한다며 에너지 절약운동에 앞장섰다.
사실 넓게 보면 보존이라는 말은 새로운 에너지 경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에너지 보존이라는 말을 할 때는 단지 에너지를 적게 쓰자는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자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즉, 우리가 사용하는 단위 전력으로 이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고 더 많은 부를 창출하자는 이야기다. 이렇게 보면, 보존은 도덕이나 윤리적인 문제라기보다 일을 어떤 식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다. 에너지 비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익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문제인 것이다. 차세대 에너지 경제로 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중대한 과업은 에너지 비용을 추가로 더 들이지 않고 부를 더 많이 창출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에너지 보존, 즉 지속적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어떤 장치가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곧잘 잊어버린다. 오늘날의 자동차는 1970년대 자동차에 비하면 같은 양의 휘발유로 두 배나 더 먼 거리를 주행한다. 오늘날 사용하는 거의 대부분의 기계장치들은 이전에 비해 더 편안하고 재미있고 많은 기능을 제공해준다. 그러나 비용은 과거의 절반 수준이다. 1975년부터 2000년 사이에 미국 경제는 약 50% 성장했다. 이 기간 중에 에너지 집중도, 즉 GDP 1달러를 늘리는 데 들어간 에너지의 양은 기술 발전이나 효과적인 정책, 혹은 마케팅 등을 통해 40% 떨어졌다.
이런 수치들을 보면 우리가 앞으로 이루어낼 미래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상상할 수 있다. 전 세계가 하루하루 써서 없애는 에너지의 양은 엄청나다. 식생활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25% 미만이다. 미국에서 필요 이상의 난방으로 버려지는 에너지의 양은 일본 경제 전체를 움직이는 에너지보다 많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의 절반은 처음부터 없어도 되는 것이다. 휘발유 1갤런으로 만든 에너지의 15%는 자동차 바퀴까지 도달하지도 않는다. 이것만 잘 활용해도 석유의 지정학을 새로 쓸 수 있을 것이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가 아모리 로빈스가 잘 하는 말이 있다. “이 나라의 모든 자동차가 갤런당 4.3킬로미터를 더 달릴 수 있도록 효율성이 개선된다면 페르시아 만에서 석유를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
저자는 상당히 실용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당장 대체에너지를 현실화 할 수도 없고, 저개발국에서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나 값싼 에너지에 익숙해있는 선진국 소비자들에게 에너지를 쓰지 말라고 혹은 절약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음을 인정한다. 석유의 고갈과 환경 오염에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는 중장기적 계획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면서 대체에너지를 개발해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이자 강대국인 미국의 주도하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로서는 그리 낙관할만한 상황은 아닌듯 하지만 이래저래 변하지 않을 수 없을거라는 데는 동의. 어쨌거나 '너무 늦으면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