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dohyosae >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

1898년 미국은 스페인과의 "미서전쟁"을 벌였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은 그동안 자신들의 정책으로 유지하여왔던 "먼로주의"를 버리고 카리브해와 태평양상에서 강력한 식민주의 세력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때 미국은 카리브해의 쿠바와 태평양의 필리핀을 스페인으로부터 빼앗아 제국주의 확대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미국은 사실 이보다 일찍 제국주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지만 남북전쟁이란 내란과 그 후의 재건과 치유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기에 제국주의 대열에 뒤늦게 합류하였던 것이다.

미국이 팽창주의로 나서는데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찰스 다윈의 자연도태론에 바탕을 둔 자연 진화론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있다. 생존을 위한 끝없는 투쟁과 적자생존을 통해 더욱 강력한 존재가 태어날 수 있다는 다윈의 법칙은 사회진화론과 직접적으로 선이 닿아있는 것이었다. 이런 사상적 이론으로 무장한 미국의 제국주의는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란 표어 속에 담겨져 자신의 팽창을 정당화하였던 것이다. 이는 영국인들이 신의 의지Divine Will로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합리화한 것과 유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명백한 운명이란 단어는 미국의 역사가 존 피스크John Fiske가 1885년 하퍼스 매거진에 기고한 글에 나오는 것이다. 여기서 피크스는 앵글로 색슨이 북미대륙을 식민화했을 때 시작된 인류의 교화사업은 미국에 의해 완수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자신들이 사용하는 영어가 결국은 전인류의 언어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그의 이런 주장은 1백년이 지난 현재 아주 적절하게 들어맞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패권주의의 끝은 아직도 알 수 없고, 전 세계에 불어닥친 영어열풍은 명백한 운명의 대상들이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존 피크스와 같은 시기에 조합교회의 목사인 죠슈아 스트롱Josiah Strong은 <앵글로 색슨족과 세계의 미래>라는 글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스트롱은 "시민의 자유Civil Liberty"와 "순수한 영적 기독교 정신A Pure Spiritual Christianity"를 언급하였다. 미국은 이 두 정신으로 훈련받아야만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두 정신으로 무장한 미국인은 중남미로 그리고 태평양과 대서양으로 아프리카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가 주장한 것은 정치적 선구자로서 미국과 종교적 의무의 미국인이라는 두 명제를 혼합한 것이었다. 즉 미국인은 다른 세계에 자신들의 정치체제와 종교를 이식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에게 가장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팽창주의자는 해군장교 출신의 이론가였던 알프레드 마한Alfred T. Mahan을 꼽을 수 있다. 그의 지론을 담은 가장 유명한 저서인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한국에도 번역되어 있음>에서 1660년에서 1783년 사이에 영국 해군을 분석하면서 국가의 장래는 해군력에 달려있다고 주장하였다. 해군력은 평화시에는 국가의 통상을 위해 전시에는 상선을 보호하고 무역로를 확보하며 나아가서 식민지와 해외의 기지를 획득할 수 있는 기초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당시 미국이 추구하고 있던 대륙위주의 정책에 대한 반론이었다. 사실 그의 주장은 미국이 농업과 공업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면서 물건을 팔 시장의 확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 당시 미국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미 세력을 확보하고 있던 기존의 식민세력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들이 진출할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었다. 일차적인 목표는 카리브해였다. 카리브해를 자신의 내해로 만들어 놓고 유럽 열강이 자리잡은 대성양이 아니라 태평양을 목표로 삼았다. 미국은 방대한 태평양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해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인식하게 되고 해군력의 확장과 태평양상에서 미국 해군력의 전초기지가 될 지역을 확보해야만 했다. 이 결과 1890년대 초 하와이를 중심으로 한 샌드위치 제도의 확보에 주력하였다. 하와이는 미국 서부해안의 방어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었다. 마한은 미국의 이런 팽창주의 정책이 미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였다. 그는 미국의 진출은 문명의 축복을 확장시키는 것으로 파악하였던 것이다.

마한의 이런 관점은 러시아의 관점과 상당히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러시아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규정하면서 서방 라틴기독교세계로부터 정교 세계를 보호하는 최전방의 국가로 정의하였다. 이는 러시아가 종교의 수호자이면서 두 세계의 접점이자 중심이란 의미였다. 미국 역시 카리브해를 내해로 만들고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을 대서양 세계인 유럽의 보호자이면서 이 문명을 확산시키는 전도자라는 것이었다. 미국에게 아무도 그 임무를 지워주지 않았지만 그들은 스스로 그 짐을 짊어지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짐은 신성한 운명Divine Destint로 아직도 유효하다. 미국은 태평양을 지나 이제 인도양에 도달하였다. 그리고 다시 대서양으로 돌아오게 되었을 때 자신들의 신성한 임무가 종결된 것으로 이해할까. 역사의 교훈은 절대로 자신들의 임무에 만족한 제국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신성한 의무는 미국의 구호일 뿐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5-03-29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29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rrmi82 2005-04-17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백한 사명감(혹은 운명) 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피스크가 아니라 데모크라틱 리뷰라는 저널의 편집장이었던 슬리번이라는 사람이 했다고 하는데... 대체 어떤게 맞는 얘긴지 알수가 없네요 ^^;;

urblue 2005-04-17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저도 모르겠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