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밭에 갔던 친구가,
“벌써 익은 게 하나 있네.”
하고 배 한 알을 따다 준다.
이 배가 언제 따는 나무냐 물으니 서리 맞아야 따는 것이라 한다. 그런데 가다가 이렇게 미리 익어 떨어지는 것이 있다 한다.
먹어보니 보기처럼 맛도 좋지 못하다. 몸이 굳고 찝찝한 군물이 돌고 향기가 아무래도 맑지 못하다.
나는 이 군물이 도는 조숙한 열매를 맛보며 우연히 천재들이 생각났다. 일찍 깨닫고 일찍 죽는 그들의.
어떤 이는 천재들이 일찍 죽는 것을 슬퍼할 것이 아니라 했다. 천재는 더 오래 산다고 더 나올 것이 없게 그 짧은 생애에서라도 자기 천분天分의 절정을 숙명적으로 빨리 도달하는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인생은 적어도 70, 80의 것이어니 그것을 20, 30으로 달達하고 가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오래 살고 싶다.
좋은 글을 써 보려면 공부도 공부려니와 오래 살아야 될 것 같다. 적어도 천명天命을 안다는 50에서부터 60, 70, 100에 이르기까지 그 총명, 고담枯淡의 노경老境 속에서 오래 살아보고 싶다. 그래서 인생의 깊은 가을을 지나 농익은 능금처럼 인생으로 한번 흠뻑 익어보고 싶은 것이다.
“인생은 즐겁다!”
“인생은 슬프다!”
어느 것이나 20, 30의 천재들이 흔히 써 놓은 말이다. 그러나 인생의 가을, 70, 80의 노경에 들어보지 못하고는 정말 ‘즐거움’ 정말 ‘슬픔’은 모를 것 같지 않은가!
오래 살아 보고 싶은 새삼스런 욕망을 느낀다.
아직 무언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찾지 못해서일까,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