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면, <인간 육체 연구>라는 제목의 그림에서 이러한 점을 분명히 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서 그는 인간의 육체가 완전히 우연임을 폭로한다. 인간의 육체는 우연의 산물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다른 식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손이 셋이거나 무릎에 눈이 달리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의 그림에서 나를 '끔찍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아니 오로지 그 점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끔찍함'이 올바른 표현일까? 아니다. 이러한 그림들이 자아내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단어는 없을 것이다. 이 그림들이 자아내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끔찍함'은 아니다. 즉 역사의 광기, 고문, 박해, 전쟁, 대량 학살, 고통 따위에 의해 야기되는 그런 '끔찍함'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 이건 다른 식의 '끔찍함'이다. 그것은 갑자기 화가가 드러내는 인간 육체의 우연성 때문에 생기는 그런 '끔찍함'이다.
─ 밀란 쿤데라

Study for the Human Body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