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면, <인간 육체 연구>라는 제목의 그림에서 이러한 점을 분명히 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서 그는 인간의 육체가 완전히 우연임을 폭로한다. 인간의 육체는 우연의 산물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다른 식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손이 셋이거나 무릎에 눈이 달리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의 그림에서 나를 '끔찍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아니 오로지 그 점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끔찍함'이 올바른 표현일까? 아니다. 이러한 그림들이 자아내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단어는 없을 것이다. 이 그림들이 자아내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끔찍함'은 아니다. 즉 역사의 광기, 고문, 박해, 전쟁, 대량 학살, 고통 따위에 의해 야기되는 그런 '끔찍함'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 이건 다른 식의 '끔찍함'이다. 그것은 갑자기 화가가 드러내는 인간 육체의 우연성 때문에 생기는 그런 '끔찍함'이다.

─ 밀란 쿤데라

 


Study for the Human Body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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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4-12-30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각의 논리>를 봐야겠다.

로드무비 2004-12-30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프랜시스 베이컨의 '시인의 잠'이란 그림을

보고 좋아서 환장을 했는데 찾을 수가 없네여.

<감각...>도 아주 재밌다오.^^

urblue 2004-12-3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각의 논리 가지고 계신가요? 절판이던데..

urblue 2004-12-30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의 잠>이란 제목이 맞나요?

대개 제목이 study, portrait, figure, body 정도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이미 알고 계신가 모르겠는데, www.francis-bacon.cx 로 가서 보세요. 연도별로 그림이 정리되어 있네요.

로드무비 2004-12-30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각의 논리> 못 구하면 나중에 빌려드릴게요.

그리고 제 기억에 의하면 1990년 무렵에 본 그림입니다.

어느 잡지에 난 조그만 사진을 오려가지고 다녔죠.

지금은 없어졌지만......

저 주소로 한 번 가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