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좀 들어 봐
줄리안 반즈 지음, 신재실 옮김 / 동연출판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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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이렇다.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서 친구의 아내에게 반해버린 남자. 이제 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론 남자가 여자를 먼저 만나 사랑하지 못한 처지를 탓하며 친구를 축복한다거나 홀연히 사라져버린다면 얘기는 성립되지 않는다. 남자, 올리버는 사랑을 하는 사람의 온당한 태도(친구에게서 아내를 빼앗아오는 ) 취하기로 결심한다. 명은 이제 당신을 앞에 두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얘기하기 시작한다. 당신은, 같은 사건에 대한 저마다의 주장을 듣고 나름의 판단을 내리면 된다.

 

<사랑과 전쟁>인가 하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이혼을 원하는 부부가 각자 입장에서 얘기를 하면 시청자가 이들이 이혼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누가 잘못했는지 방송국에 입장을 밝힌다. 그리고 다음 주에 방송국은 시청자의 의견을 종합해서 알려준다. (가끔 프로를 보면서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는 사실에 놀라곤 했다.) 소설은 마치,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자.

 

스튜어트  내 사랑이 뭐가 잘못되었지? 그들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질리언  처음엔 스튜어트를 사랑해서 결혼했고, 지금은 올리버를 사랑해.

올리버  이건 내 탓이 아니야. 난 질리언을 사랑한 것 뿐이고,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올리버는 질리언을 유혹했고, 질리언은 스튜어트를 버리고 올리버에게 갔다. 눈에 드러나는 상황은 그렇다. 그러나 질리언이나 올리버가 나쁘다고 잘라 말할 있을까. 부부 관계란 애초에 사랑 혹은 애정이라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증명할 수도 없는 감정을 바탕으로 성립된다. 물론 결혼이라는 사회적 의식을 거치면서 죽는 날까지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하지만, 그건 상황이 허락하는 한에서, 혹은 감정이 지속되는 한에서, 라는 단서가 붙는 약속이다. 상황이나 감정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TV 보면서 사람들은 남편이 나쁘다, 아내가 나쁘다, 이혼을 해야 한다, 정도는 극복을 해야 한다, 쉽게들 얘기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다른 누가 아닌 바로 자신에게 닥친 상황이라면?

 

사람이 당신에게 이러쿵저러쿵 얘기한다. 사람 말을 들으면 말이 맞는 같고, 사람 말을 들으면 말이 맞는 같다. 인생은 그렇게, 상대적인 진실로 가득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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