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읽은 사람은 알겠지만, 책의 초반, 정말 재미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읽었다면, 홀로 킥킥거리고 있을 흘끗하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번쯤은 느꼈을게다. 삼미의 선수들 이름을 대면서 화자가 웃지 말라고 협박하는 장면이 있다. 그러나 어찌 웃지 않을 있을까. 협박은 박민규가 독자에게 하는 말이나 다름없다. 물론 이는 다른 사람을 웃기고자 하는 이의 기본 자세다. 자기가 먼저 웃어서야 어디 얘기가 되겠는가. 하여간 시치미 떼고 너스레를 놓는데야 넘어가지 않을 재간이 없다. 이처럼 능청스러운 작가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어쩌다 삼미 슈퍼스타즈 같은, 만한 사람은 알고, 그러면서도 낯선 재료에 눈을 주었는지 모르겠으나, 재료를 엮어내는 작가의 '글발' 칭찬해 줘야 마땅하다.

 

그런데 삼미에서 화자의 대학 시절로 얘기가 넘어가면서 뭔가 이상해진다. 그렇게 사람을 웃기더니 이제는 내가 언제?, 한다. 리포트를 내라면 내고, 출석을 부르면 대답을 하고, 시험을 치라면 치는, 무료하고 의미없는 대학, 생각없이 참가했다 어이없이 그만둔 투쟁, 학교와는 다른 분위기의 홍대 까페, 역시나 이상한 까페 주인, 결정적으로 애인 셋에 섹스 파트너 일곱을 그녀까지, 평범해서 식상할 정도인 내용을 지나친 진지함으로 줄줄이 늘어놓는다. 도대체 그녀는 등장했냐고. 진부함에 피식 웃음을 흘리다, 혹시 이것조차 작가의 의도적인 장난이 아닌가 의심하게 정도다. (가만, 그러고보면 정말 하루끼혹은 하루끼에 경도된 작가들을 패러디한 아닐까?)

 

어쨌거나 초반에 삼미의 이야기로 흥미를 돋우고, 중반에 보통의 삶을 이야기한 후 내리는 결론은, 지나치게 열심히 살지 말라는 것이다. 치기 어려운 공은 치지 않고 잡기 어려운 공은 잡지 않는 삼미의 플레이처럼, 과잉의 노력으로 필요 이상을 이루려는 욕심을 버리라는 말이다. 이건 사실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 전부터 이미 '느림'이라는 것이 우리 생활의 화두로 던져졌다. 심지어 광고조차도, 일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에, 주변의 사람들과 자연에 좀 더 관심을 두라고 충고한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능력과 돈이 필요하고, 그러지 못하는 너는 무능하다는 메시지로 평범한 사람들을 주눅들게 한다는 함정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작품이 차별화되는 것은 아마, 그런 함정에서 벗어나있기 때문일 것이다. 1 2 5리의 승률로도 행복할 있다고, 시선을 어느 곳에 두고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너같이 평범한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조근조근 일러주는데,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사실은 별 세개 반을 주고 싶다. 꽤 괜찮은 작품임에 틀림없지만 빈약한 느낌이 든다. 역시나 삼미의 플레이 같다고 하면, 작가에게 칭찬이려나 비난이려나. 박민규에 대한 평가도 일단 유보다. 다른 작품을 노려본 후에야 계속 그를 읽을지 말지 결정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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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6 1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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