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올케가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우리집에 왔다. 올케가 녀석을 침대 위에 올려놓고 부엌으로 나갔는데, 낯선 환경에 겁이 났던 탓인지, 평상시 계단 하나도 내려가지 못하던 녀석이, 폴짝 뛰어내려 올케를 따라갔다. 갑자기 비명 소리가- 녀석을 들어보니 다리가 거의 ㄱ자로 구부러져 있었다. 동생과 올케는 바로 녀석을 안고 병원으로 뛰었고, 전치 5주라는, 게다가 다리에 철심을 박아넣는 수술까지 해야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동생은 몇십만원의 수술비를 까먹은 녀석을 버리고야 말겠다고 소리질렀지만, 뭐 어쩌겠는가, 데리고 살 밖에. 게다가 깁스한 모습이 귀엽다고 웃는다.

녀석은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누가 불러도 고개만 까딱 쳐다보고는 제 할일에 열중한다. 처음엔 녀석이 자기 이름을 몰라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웬걸, 다 알아들으면서 능청을 부리는거다. 동생이 뽀뽀하자고 달려들면, 슬몃 고개를 돌려버린다. 특히 말썽을 부려 벌을 선 후에는 어김없다. 답답해진 동생은 의사에게 상담(!)까지 했는데, 의사 왈, 이 놈은 나름의 정신세계가 있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그러던 녀석이, 깁스를 하고 철창 안에 갇혀 있다보니 약해진 모양이다. 다른 한 놈이 밖에서 맘껏 뛰어놀며 사람들에게 어리광부리고 있는 걸 보면서 꽁알거리기 시작한다. 불러도 쳐다도 보지 않던 녀석이 먼저 사람을 부르고 애정 표현을 한다. 성질도 죽었고, 얼굴도 점점 예뻐진다고 동생과 올케가 좋아한다. 그런데 귀여움떠는 것이 어쩐지 놈의 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 깁스 풀고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다시금 자기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여간 귀여워서, 나도 이 사진을 보며 큭큭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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