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 속에서 들리는 건 한숨 소리와 알 듯 모를 듯 이상한 말들 뿐이다. 결혼한 지 3년이 넘었는데 갑자기 강아지를 키우며 정을 붙인다지를 않나, 대학 때 공부 안한게 후회된다고 하지를 않나,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라지를 않나. 남편과 무슨 문제가 있는 모양인데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 친구와 이토록 오래 전화로 얘기한 건 아마 처음인 듯 싶다. 무슨 말이든 계속 하고 싶어하는 게 뻔히 느껴지는 걸, 일하는 중이라 더 이상 통화하기 어려워 그냥 끊었다.
저녁에 만난 1년차 신혼 부부는 같이 사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역시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는게 보이고, 단순히 사랑 싸움의 정도를 넘어 있다.
몇년 전 결혼을 생각할 때 가장 큰 고민은 결혼 후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점이었다. 그런데 주위의 결혼한 커플들을 보니 그건 핵심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다른 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것과 금전적인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인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이런 문제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라 사랑으로 해결한다는 것도 우습다.
괜히 기분이 우중충하다. 너무 덥고, 친구들 걱정 약간에, 사는 게 뭐 이런가 하는, 내가 느끼지 않아도 될 듯한 씁쓸함까지. 이 모양이니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 까닭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