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살인자들로 득실대고 있소. 즉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놓고 그 사람을 쉽사리 잊어버리는 사람들 말이오. 누군가를 잊어버린다는 것, 그게 뭘 의미하는지 생각해본 적 있소? 망각은 대양이라오. 그 위엔 배가 한 척 떠다니는데, 그게 바로 기억이란 거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기억의 배는 초라한 돛단배에 지나지 않는다오. 조금만 잘못해도 금세 물이 스며드는 그런 돛단배 말이오. 그 배의 선장은 양심 없는 자로, 생각하는 거라곤 어떻게 하면 항해 비용을 절감할까 하는 것뿐이오. 그게 무슨 말인지 아시오? 날마다 승무원들 중 쓸모 없다고 판단되는 이들을 골라내어 처단하는 거요. 어떤 이들이 쓸모 없다고 판단되는지 아시오? 잡놈이나 게으름뱅이나 바보천치일 것 같소? 천만에. 바다로 내던져지는 이들은 선장에게 이미 봉사한 적이 있는 이들이라오...... 한 번 써먹었으니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거지. 단물 다 빨린 것들한테 더 이상 뭘 바랄 수 있었어? 자, 사정없이 쓸어내버리자고, 여엉차! 그들은 난간 위로 내던져지고, 바다는 무자비하게 그들을 삼켜버린다오. 그렇소, 기자 양반, 그런 식으로 날마다 수없이 많은 살인이 저질러지고 있다오. 처벌도 받지 않는 살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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