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죽어 있는, 침묵하고 있는 불가사리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내게 그것은 신의 완고한 침묵처럼 여겨졌다. 모든 것들은 신의 침묵 아래에서, 아무런 절대적인 이유도, 궁극적인 목적도 없이 존재하고 있었다.

죽음은 어쩌면 그 죽은 불가사리 안에도, 그것이 죽는 것을 지켜본 바닷가에도, 그것이 죽어 있는 모래사장에도 있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만유인력처럼 존재를 끌어당기는, 삶을 무색하게 만드는 죽음은 살아 있는 불가사리 안에 있었으며, 그것이 죽는 순간 죽음 또한 죽은 것인지도 모른다. 동시에 죽음은 도처에 있어, 죽은 존재는 모든 시간 위에, 세상의 모든 것이 그것의 제단에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존재할 뿐인, 시간의 구석구석에 뿌려진 것이다. 어쩌면 존재와 소멸, 그리고 죽음,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인지도 몰랐다.

내게 존재란, 그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결코 입증될 수 없는, 그렇다고 부정할 수도 없는, 하나의 곤란한 가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져왔다. 그리고 존재는, 어떤 존재도, 아무런 이유 없이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존재에, 그것 속에, 이유가 있어 그것을 나 자신이 믿게 할 수 있는 어떤 것이 과연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는가? 아니다, 결코 그 누구도, 어떤 철학자도 철학의 궁극적인 그 질문에 대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 무엇 때문에, 세계가 창조되지 않고, 없지 않고, 그 대신 존재하고 있는가, 라는 존재에 대한 반문을, 끝이 보이지 않는 질문만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질문만이 이 우주를 채우고 있는 어둠만큼이나, 암흑 물질만큼이나 무한하고 끝이 없는 것일 것이다.

- 겨우 존재하는 인간, 정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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