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그리 단단하지 못한 송곳으로

땅을 쪼으려 내려오다 바닥에 닿기

전에 드러눕는다 자해 공갈단이다

비는 길바닥에 윤활유 들이부은듯

아스팔트 검은빛을 더욱 검게 한다

하늘에서 내려올 땐 무명 통치마였던

비는 아스팔트 바닥 위를 번칠거리며

흐르다가 하늘을 둘러싸는 여러 다발

탯줄이 된다 아, 오늘은 늙은 하늘이

질퍽하게 생리하는 날 누군가 간밤에

우주의 알집을 건드린 거다 아니다,

아무도 다녀가지 않은 알집 두터운 벽이

스스로 깨져 무너져 쏟아지는 것이다


어제 비오는 걸 보다 이 시가 생각나서 다시 읽고는, 역시 감탄을 금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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