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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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야기는 취향이 아니다. 헐리우드에서 지겹도록 반복하는 권선징악은 가소롭기 짝이 없고, 소위 영혼을 맑게 한다는 교훈적 이야기는 진저리가 난다. 그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스스로 질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 책은, 잘못 골랐다. 파울로 코엘료의 3부작 <그리고 일곱번째 날…>을 읽기 전에 워밍업 차원에서 짧은 소설을 하나 보려고 했던 건데, 그리고 <연금술사>라는 제목에 끌렸던 건데, 이렇게 교훈적이고 아름다운 내용일 줄이야!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난 양치기 산티아고가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자아의 신화’를 이룩해 간다는 내용의 이 소설은 결국 보물이란 멀리 있지 않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이야기한다. 게다가 구절구절 온통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들만 적혀 있다. 어쩐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데다 다양한 맛을 내는 명태 같다고나 할까. (명태로 만든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행인 건 코엘료가 소설이 뭔지 아는 작가라는 점이다. 지루하게 좋은 말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그래서 아름다운 내용임에도 지겹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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