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비보이 공연을 보았다. Extreme Dance Comedy라는 부제가 붙은 [피크닉 Picnic]은 영국에서도 호평을 받은 공연이라고 한다. 어제 본 공연팀이 영국에서 공연한 같은 팀인지는 모르겠다.

죄수들이 갇힌 교도소에 어느날 비보잉의 비급이 적힌 책이 떨어지고, 비급의 신비한 힘에 의해 비보이로 변신한 죄수들은 탈옥을 감행한다. 교도관들과의 쫓고 쫓기는 에피소드들이 비보잉으로 펼쳐진다.

 



공연 전체에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 우선 본격 공연 시작 전 비급이 적힌 책의 역사를 동영상으로 보여주는데, 그에 의하면 석기 시대 사냥을 하던 원시인들, 그리스 올림픽에 참가했던 젊은이들, 로마의 검투사들, 심지어 히틀러의 나치조차도 비급을 손에 쥐고 비보잉에 심취했던 이들이라는 것이다. 나치 문장은 한 팔로 물구나무를 서서 다리를 벌린 비보이의 포즈로 변형되어 있다. 시작부터 웃지 않을 수 없다.

Extreme Dance Comedy라는 부제답게 전반적으로 연극적이고 코믹한 컨셉이 강하다. 다른 비보잉 공연을 본 적이 없어서 비교를 할 수 없지만, 비보이들은 단지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표정과 다이내믹한 슬랩스틱으로 '연기'를 한다. 1시간 30분 공연 내내 재미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충분히 웃겨준다. 특히 죄수들이 탈옥을 하는 장면은 전체 극 중 가장 재치있고 훌륭하다. 소품으로 사용한 인형도, 비보이들의 표정도, 상황 자체도 어찌나 귀여운지 한참 웃었다.

책장처럼 구성되어 배경을 전환하는 세트의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소극장 공연에서라면 연극이나 뮤지컬 등 다른 공연에서도 유용할 듯 싶다.

비보잉을 말하자면, 그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TV에서 많이 본대로 몸을 돌리고 거꾸로 서고 정지했다 다시 움직이는 등 보통 사람으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몸짓을 보여주긴 하더라. 비보이들 대부분이 키가 작고 비쩍 말랐는데, 상체는 올록볼록한 근육이 매끄럽게 감싸고 있어서 보기에 훌륭하다. 저 [300]의 갑각류같은 무식한 근육과는 다르다.

중간중간 살짝 지루한 부분은 좀 더 다듬는 편이 낫지 않나 싶다. 원래 어떤 공연이든 처음 올려서 완벽하게 되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 반복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다듬고 새로운 시도로 만들어 가는 거라고 한다. 내년 쯤 같은 공연을 다시 보게 되면 차이를 알아 볼 수 있을까. 공연이 계속된다면, 그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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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7 23: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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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8 09: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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