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chaire님의 잡채밥 페이퍼(http://www.aladin.co.kr/blog/mypaper/1080449)를 본 게 화근이었다. 그때부터 어찌나 잡채가 먹고 싶은지. 먹는 건 물론 좋아하지만 잡채를 만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어제는 남편이 야근을 하는 날이었으니 시장에 몇 집있는 반찬 가게에서 조금 사다 혼자 먹고 말까, 이 참에 도전해 볼까 고민하기 시작한 것.
퇴근하면서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잡채가 먹고 싶다 했더니 만들어 보라 하신다. 걱정스러운 우리 엄마, 당면 삶는 것부터 야채 볶고 양념하는 것까지 하나하나 다 일러주신다. 아니, 그러니까! 그런 건 다 안다고요! 하지만 아는 것과 맛을 내는 건 다른 문제잖아! 우리 엄마의 문제점은 내가 뭘 어떻게 만드냐고 물어보면, 이거 조금 저거 조금 넣으면 된다,에서 끝나는 것. 그 조금이 얼만큼이냐구요, 글쎄. -_-
일단 집 앞 수퍼에서 당면을 샀다. 야채는 집에 있는 것으로 대강 해결할 생각.
커다란 냄비에다 물을 잔뜩 올려서 끓이기 시작하고, 당근, 양파, 피망, 버섯을 다듬어 놓고, 다른 쪽 냄비에는 건조묵을 올려 삶았다. 저번에 할인점에서 건조묵을 사왔는데 그간 뜯지도 않아서 이참에 이용하기로 결정.
당면을 삶아 헹궈놓고 야채를 볶는다. 여기까지는 별로 어려울 것도 없다니까.
당면에 간장과 설탕, 참기름을 넣고 대강 버무린 후 야채 투입. 다시 간장, 설탕, 참기름, 깨소금 넣고 버무린다. 조금 심심한 것도 같고 약간 단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빠졌나... 아차, 후추. 근데 후추를 넣어도 별로 맛이 달라지지 않는다. 흠.
밥 한 덩이 데워서 접시에 담고 잡채를 올리는 것으로 끝.
이렇게 생애 첫 잡채를 성공적(과연?!)으로 끝내고 밥을 먹었다. 아주 맛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밥 다 먹고 잡채만 덜어서 또 먹고. 암튼 만족스럽고 배는 부르네.
10시 넘어 들어온 남편은 그때까지 밥도 못 먹었다 한다. 잘됐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대강 맛없어도 맛있게 먹을거 아냐. 히히.
남은 당면으로 한 번 더 만들어봐야지. 조금 더 맛있어질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