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만화야 워낙 재미있었지만, 과연 영화로 옮겨도 그 재미를 유지할 수 있을까? 주진모는 좋아하지 않는 배우(가 아니라 싫어하는 얼굴)이고, 김아중은 CF 외에는 뭘 본 적이 없으니 모르겠고, 근데 감독은 대체 누구야? 이런 악조건임에도 친구가 보고 싶다고 한 <조용한 세상> 대신 이 영화를 고른 건 그 전에 본 예고편 때문이었다. 그리고, 선택은 옳았다. (<조용한 세상>의 평이 아주 안 좋다. 김상경과 박용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감독을 탓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단 김아중. 연기도 잘 하고 노래도 잘 한다. 노래를 손질했으리란 건 당연히 짐작할 수 있으나 그건 소위 가수들도 마찬가지이므로, 가수보다 낫다. 뚱뚱하고 못생겼고(내 보기엔 절대 못생긴 얼굴은 아니다만), 그렇지만 인지 혹은 그래서 인지 다른 사람들보다 어리숙하고 착하고 순진한 강한나에 제대로 어울린다. 그런데 이건 실리콘을 붙여 만든 때문인지도 모른다. 분장 후에 거리를 나갔더니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뿐더러, 실제 뚱뚱한 사람의 기분을 알 수 있었다고 하지 않나. 연기이기보다는 단지 분장 덕을 본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생각은 전신 성형 후 제니로 탈바꿈한 모습을 보면서 사라진다. 완벽한 미녀로 변신했지만 남들이 눈치채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뚱뚱했을 때의 습관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그녀, 제니의 모습 아래로 한나가 겹친다. 그래, 그 느낌이라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감독 이름을 보지 못해서 나중에 찾아보니 전에 <오! 브라더스>를 연출한 사람이라고 한다. 코믹 전문인가. 하여간 이 영화만 놓고 보자면 감독은 꽤나 영리한 사람이다. 오락 영화답게 관객을 웃겨주다가 클라이맥스에서 감동 모드로 밀어넣는데, 좀 억지스럽긴하지만 못 봐 줄 정도는 아니다. 어차피 만화를 그대로 영화로 옮길 수는 없으니(그런 건 일본에서만 가능한 일인듯.) 만화의 설정과 느낌만 따왔고, 그래서 원작 만화와는 별개로 영화로서의 힘을 가진다. 만화적인 캐릭터도 살아있고, 각각의 에피소드들도 재미있다.

 

한가지 흠이라면 상준씨(주진모)의 캐릭터이다. 초반에 소주 마시기 싫다고, 위스키 계속 마시기 위해서는 한나를 철저히 이용해야 한다고 야비한 얼굴로 말했던 사람이, 어째서 한나를 밀어주게 되었을까. 한번쯤은 너 자신을 위해서 노래하라고 격려해줄 수 있을까. 뭐 한 인간이 한가지 고정된 면만 가지는 건 아니라는 듯 왔다갔다하는 이중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넘어가려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주진모에 대한 비호감이 좀 없어졌다.

 

한나의 가장 친한 친구 역이 출산드라를 했던 김현숙이라고 한다. 이 친구도 노래 잘하고 연기 된다.

 

캐스팅과 시나리오와 연출이 잘 맞아떨어진, 웰메이드 오락 영화. 연말에 가볍게 웃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다만, 성형수술을 할까 고민하는 분이라면 비추. 전신 성형이라도 하겠다고 덤비면 곤란하다. -_-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6-12-18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무실 막내가 시사회 당첨되서 공짜로 보고 왔다고 하더군요..
"김아중"만큼은 대단히 이쁘게 나와요..하더니..영화에 대해 별반 말이
없더라구요.^^

sooninara 2006-12-18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고가 땡기더라구요. 만화도 재미있었는데..

sudan 2006-12-18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연말 보너스 받아서 가볍게 성형이나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면 안되겠어요. (이렇게 말하면 정말 믿으시나? ㅎㅎㅎ)
만화는 재미있게 봤는데, 그 개그가 영화에서도 통하긴 힘들거라고 생각했었어요. 노래 연기가 어슬프면 가수로 성공하는 스토리도 너무 억지스러울 것 같았구요. 그런데, 얼블루님 리뷰 의외세요. 노래도 제법 되고, 원작의 느낌도 살렸다는거잖아요.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인데, 보고싶다는 생각 드는걸요?

urblue 2006-12-19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보다 더 재미있지는 않구요, 만화적인 영화이긴하지요.
제가 생각해도 좀 의외에요. 제법 재미있었다니까요.

김아중이 못생겼을 때의 기분을 잘 알거라고 하신 님, 처음에 무슨 말씀이신가 했답니다. ㅋㄷㅋ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