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조승원 지음 / 싱긋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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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유로 지금은 친구와 100일 금주 내기를 하고 있어서 맥주 한 캔 혹은 와인 한 잔 마시며 독서하는 즐거움을 잠시 미뤄두고 있다. 친구의 가치관을 단순명쾌하게 말하자면 기브앤테이크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는 내어주어야 한다는 걸 사십 평생 살면서 수많은 경험으로 깨달았다며, 이번 100일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마시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것! 나도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친구의 내기에 흔쾌히 응했지만 100일 동안 禁酒100일 동안 禁讀 만큼이나 어렵다. 그런 내가 하필 이 책을 집어 들었으니...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ㅎㅎㅎ;;;

 

그러니까 제목에 확 끌렸던 거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루키 소설 읽다가 술집으로 가고 싶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차마 혼자 술집으로 가지는 못하고 책 읽다 말고 한밤중에 편의점으로 달려가 맥주를 사가지고 왔던 기억도 있으니까. 그러니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라는 제목을 봤을 때 잊고 있던 동지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이 들 수밖에.

 

들어가며부터 읽는데 아니 사실은 이런 책을 쓴 사람이 너무 궁금해서 책날개에 실린 저자의 약력부터 읽는데 이 저자 정말 심상치 않은 애주가에 하루키스트라는 걸 단박에 간파할 수 있었다. 현재는 MBC 보도국 인권사회팀장이란 직함을 가진 기자출신인 저자는 술을 얼마나 좋아했으면 국가 공인 자격증인 조주기능사를 취득하고, <술에 대하여>란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것도 모자라 극장판으로 제작하기까지. 대주가를 거쳐 미주가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저자의 술에 대한 사랑 그리고 대학 시절 읽게 된 상실의 시대를 통해 하루키의 평생 팬으로 사는 작가에 대한 사랑까지... 아 놔~~ 저자 약력만 읽고 책에 반해버리기는 또 처음이다. ㅎㅎ

 

그래도 책을 쓸 운명이긴 운명이었던 것 같다. 분명히 어딘가에는 있을 것 같았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하루키의 술을 다룬 책을 찾을 수 없었다. 일본어에 능통한 회사 후배와 일본인 친구를 동원해 확인한 뒤 내린 결론은, ‘하루키의 술을 다룬 단행본은 아직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이었다. _ p.8

 

하루키와 그가 쓴 소설에 대한 참 다양한 책들이 출간되었음에도 하루키의 술에 대한 책은 없다는 것을 알고는 바로 그런 책을 쓰는데 돌입한 추진력!! 다행히?!도 회사가 파업기간이라 저자는 한 달 만에 자료를 정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집회 나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신촌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하루 평균 14시간씩 작업을 하는 열정과 끈기력!! 무엇보다도 하루키와 술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술을 참아냈던 대단한 자제력!! 저자의 이런 들 덕분에 세상 처음으로 하루키의 술에 대한 책을 만나게 되어, 술은 아주 좋아하고 하루키도 좋아하는 나는 저자의 바람처럼 책 읽는 동안 참 행복했다.

 

그럼 본격적으로 하루키의 술의 세계로 들어가 보면, 저자는 크게 4종류의 술로 나누어 이야기를 이어간다. 하루키의 술을 키워드로 나누어보면, 하루키의 맥주는 허무와 일상을, 하루키의 와인은 격식과 품위를 그리고 하루키의 위스키는 고독, 진정과 치유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전직 바텐더 출신인 하루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칵테일까지...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술이야기다! 중간중간 안주 삼아 술에 어울리는 하루키의 음악을 소개하고, 마지막에는 가볼만한 술집을 공유하는 센스까지. 이 저자양반 진짜 여러모로 꾼의 면모를 다 갖추고 있다 하겠다. ㅎㅎ

 

열여덟 살 때부터 수천 병의 맥주를 이미 충분히마신 ’. 지금 그의 곁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한때 의미 있다고 여긴 모든 것은 늘 바람처럼 파도처럼 왔다가 사라질 뿐이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3년의 핀볼에서 가 마셔대는 맥주는 삶의 의미와 존재 가치를 상실한 청춘의 허무감을 강렬하게 대변한다.

 

하루키 소설에 등장하는 맥주의 또다른 키워드는 일상성이다. 하루키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언제 어디서든 끊임없이 맥주를 찾는다. 한마디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초저녁이나 대낮은 물론이고 심지어 이른 아침부터 맥주를 마신다. _ <하루키와 맥주> 중에서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하루키에겐 한 가지 원칙이 생겼다. 현지에 가면 반드시 현지의 술을 맛본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하루키는 토속주라는 것은 그 지역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맛이 좋아지는 법이라고 적었다. 이 원칙을 지키며 여행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세계 주요 산지 와인을 모두 현지에서 접하게 됐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머물 때는 키안티 와인을 마시고, 그리스에서는 송진이 들어간 레치나 와인을 즐기는 식이었다. _ <하루키와 와인> 중에서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에게 고독은 숙명이나 마찬가지다. 고독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그들 곁에는 늘 위스키가 있다. 호박 빛깔의 독하고 쓴 이 액체는 갑자기 사라져버린 애인과 친구를 대신해 주인공의 쓸쓸한 마음을 뜨겁게 위로한다. 주인공은 위스키를 마시며 외로움과 싸우기도 하고, 자아를 찾기 위한 모험을 계속할 용기도 얻는다. 하루키 소설에서 위스키는 거대한 군중 속에서 외톨이처럼 고립된 현대인의 이미지를 닮았다. _ <하루키와 위스키> 중에서

 

‘7년 경력 바텐더하루키의 칵테일 실력은 어땠을까? 하루키는 맛있는 칵테일을 만드는 법이라는 글에서 “(칵테일은) 잘하는 사람이 만들면 비교적 적당히 만들어도 맛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만들면 정성껏 진지하게 만들어도 별로 맛이 없다.”면서 자신은 그럭저럭하는 부류였다고 적었다. “그럭저럭이라고 표현한 걸 보면, 전문 바텐더 수준은 아니어도 칵테일 실력이 보통 이상은 됐던 것 같다. _ <하루키와 칵테일> 중에서

 

저자는 하루키의 소설에 술이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는지를 짚어주면서 동시에 하루키의 개인적인 술 취향은 물론 하루키 문학과 관련된 모든 종류의 술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정말이지 술술 풀어내고 있다. 그야말로 술로 풀어보는 하루키의 모든 것이라 할만하다. 술과 하루키를 사랑하는 저자의 남다른 열정이 없었다면 이런 책을 진짜 만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책에는 술로 하루키로 꽉 차 있다. 책을 읽다 취기가 돌 정도로 말이다. ㅎㅎ

 

요즘 읽고 있는 이현우의 책에 빠져 죽지 않기로 읽을 책의 목록이 길어져서 걱정이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시고 싶은 술의 목록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금주하고 있는 마당에 대신 재미난 술에 관한 에세이로 마음을 달래보자 싶었다가 술에 대한 온갖 정보로 가득한 실용서와 진배없는 이런 복병을 만날 줄이야. -.- 이러다가 내 용돈은 앞으로 책값이 아니라 술값으로 다 나가게 생겼다. ㅎㅎ;;;; 친구랑 금주 내기로 어긴 사람이 책을 사주기로 했는데 이건 뭐 조만간 술값과 내기 값으로 재산 탕진하는 거 아닌가 몰라. T.T 아무튼 재미로 읽으려던 책에 내가 좋아하는 술의 정보가 너무 자세하고 풍부하여 공부하듯 이틀에 걸쳐 꼼꼼하게 읽었다. 게다가 책장을 넘기는 족족 술사진도 함께 제공되고 있다 보니 정말이지 술 공부 제대로 했다!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읽어서 술에 대한 박사가 되고 말테다. ㅋㅋ

 

무엇보다 저자에게 감사한 것이 부록에다가 가볼만한 술집을 추천해주었다. 그것도 일본판과 한국판으로다... 일본에 있는 바 라디오라는 곳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팩토리란 곳은 꼭 한번 가보고 싶다. 특히 팩토리에서는 하루키가 사랑한 모든 칵테일을 특별 메뉴로 마셔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고급 정보를 독자들에게 알려주시다니 저자는 정말로 된 사람이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에 하루키의 모든 책이 다 있을 것 같은(소장하고 있는 하루키 작품만 120종이란다) ‘피터 캣이라는 북카페도 꼭 가보고 싶다.

 

어제 <와카코와 술>이란 일드를 봐서인가 책을 덮고 나서 문득 궁금해졌다. 하루키는 이렇게 수많은 종류의 술을 자신의 글에 썼는데 왜 일본 토속주는 없는 걸까. 이 책의 저자 정도의 정보력과 열정이면 분명 하루키 책에 언급되어 있었을 일본 토속주를 찾아냈을 텐데... 그렇다면 하루키는 자기 글에 일본 토속주은 한 번도 쓰지 않았던 것일까. 그랬다면 하루키 개인은 일본 토속주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걸까... 일본에는 일본 토속주 랭킹을 매겨놓은 사이트(https://www.yukinosake.com/sake-ranking/)도 있던데... 그만큼 일본에서는 토속주가 흔한 술일 텐데도 하루키는 왜 자신의 글에 일본술은 인용하지 않은 걸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오늘 나는 잠이 들 수 있을까 모르것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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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1 07: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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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1 09: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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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1 07: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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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1 09: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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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1 09: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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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1 11: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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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1 11: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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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빠져 죽지 않기 - 로쟈의 책읽기 2012-2018
이현우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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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던 책의 리뷰는 과거의 독서를 다시 환기시킬 수 있어 좋고, 읽지 않은 책의 리뷰는 어느새 읽을 책들의 목록으로 이어진다. 당분간 서평의 바다에 풍덩 빠져 느긋하게 책을 즐기는 가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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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9-19 15: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은 절대 읽으면 안됩니다 !
왜냐면 자꾸 집에 있는 책은 읽지 않고
새로운 책을 읽게 되기 때문이죠 ㅋㅋ

설해목 2018-09-19 15:46   좋아요 1 | URL
빙고 ㅎㅎㅎ 진짜로 장바구니가 터져나갈 것같아요. ㅋㅋ
 
보이지 않는 고통 -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어느 과학자의 분투기
캐런 메싱 지음, 김인아 외 옮김 / 동녘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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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공학자가 된다는 것은 노동자들이 있는 곳에서 수없이 많은 시간을 보내며 노동자의 눈으로 작업현장을 바라본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인간공학자가 된다는 것은 노동자들의 행동 관찰 결과를 경영자들과 논의하기 위해 작업현장과 사무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빈다는 것을 뜻한다. 공감 격차를 관찰하기 위한 최적의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_ p.109

 

이 책을 읽고서야 인간공학자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과연 이런 직업이 존재할까 싶어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인간공학기사라는 자격증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관련 검색은 대부분 이 국가자격증을 따는 데 필요한 조건들에 대한 시험 정보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인간공학이란 직업은 전문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노동자를 대하는 그들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거였는데, 그런 걸 언급하는 글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인간공학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일을 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 캐런 메싱은 인간공학자이다. 비교적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란 그녀였음에도 여성이 과학도가 되는 것이 어려운 시절에 많은 차별과 은근한 멸시를 몸소 겪으면서도 결국 과학자가 되었다. 그녀는 페미니즘이 과학과 나의 이력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교수도 동료도 대부분이 남자들인 분야에서 당당히 과학자가 된 그녀는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한 제련 공장에서 방사선이 방출되는 문제로 인해 노동자들과 직접 대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노동자의 근무 환경을 면밀히 관찰하고 조사하여 노동자의 질병과 위험 예방을 위해 일하는 인간공학자로 살아 왔다. 이 책은 그녀가 노동자들과 직접 대면하고 그들의 일을 관찰하면서 얻은 결과물이자 무엇보다 노동자를 대하는 과학자의 태도가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를 묻게 되는 묵직함이 담긴 회고록이다.

 

캐런 메싱이 주로 관찰했던 대상은 병원이나 역사에서 청소를 하는 노동자, 오랜 시간 서 있어야 하는 은행이나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 정해진 시간 안에 라인에서 자신이 맡은 작업을 차질 없이 완수해야 하는 제조업 노동자, 수시로 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콜센터 노동자 등 남성보다는 여성, 오랜 시간 일정한 자세로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하고 무거운 물건을 수시로 옮기는 등의 버거운 육체노동을 하며 수시로 바뀌는 교대근무로 인해 생체리듬이 흩어지는 등 노동으로 인해 위험과 질병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그에 비해 저임금을 받는 비교적 하층 계급에 속하는 노동자들이었다.

 

사실 노동자들이 그런 작업환경에서 장시간 일할 경우 몸에 어떤 무리가 갈지는 조금의 관심만 있어도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노동자들은 일로 인해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질병으로 인해 치료를 받거나 혹은 퇴사를 하고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인간공학자가 하는 일은 이런 노동현장을 관찰하고 조사하여 현 작업환경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하여 앞으로 더는 노동자들이 육체적인 고통이나 질병을 겪지 않도록 예방을 하는 것이지만, 인간공학자의 제안이 실제적으로 작업환경의 변화에까지 이르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원인으로 저자는 공감 격차를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공학이 공감 격차의 양쪽을 잇는 가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공판 이후 32년간 나는 학자나 사회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들과 사회적 지위가 낮은 노동자들이 분리되는 것을 보았다. 노동자들에겐 자신의 경험을 공론화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경험의 차이를 나는 공감 격차라고 부른다. 공감 격차는 노동·과학·사회의 모든 면에서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산재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판사들이 조립 라인의 노동조건을 상상하지 못하면, 그들은 작업관련성 질환에 대한 보상 요청을 기각한다. 노동자들이 아픈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과학자들은 노동자들의 족부 통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얼치기 연구를 설계하게 된다. 병원 청소노동자가 지닌 청소 업무에 대한 막대한 지식과 노력을 사업주가 모른다면 사업주들은 장비나 가구를 구입할 때 청소노동자들의 자문을 구하지 않게 된다. 결국 이는 비효율을 발생시키고 병원에서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_p.40

 

이 책의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해본다면 바로 노동자에 대한 공감 격차를 줄이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서로 다른 직업과 위치,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된 문제인 노동자들의 작업환경과 질병에 대해서 이해관계를 달리하게 되는 주된 이유를 저자는 공감 격차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인간공학자가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여 결과물과 해결책을 내놓아도 이를 실질적으로 반영해야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사업주나 판사와 같은 높으신 양반들이 제대로 노동자들의 고통과 문제에 공감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노동 환경에 대해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의 공감 능력 부재야말로 노동 문제 개선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임을 저자는 책에서 여러 번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자에 대한 공감능력 부족은 인간공학자를 포함한 과학자들에게 던져진 화두이기도 하다. 과학자나 의학자는 직접 노동자를 만나서 문제점을 파악하려하기 보다는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과 학술지에 나타난 수치를 더 신용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나 사업주의 의뢰를 받은 인간공학자의 경우 종종 노동자의 실제 상황을 사업주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경우도 있고 노동문제를 재판하는 판사들 역시 과학자들에게 사업주 쪽이냐 노동자 쪽이냐 하는 명확한 의견을 말하기를 요구한다. 100% 확실한 것이 아닌 불확실성을 전제로 탐구하는 과학이란 분야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은 이렇듯 명확한 입장을 강요받는 민감한 문제에 관련되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도대체 그럼 누가 노동자들을 위해줄 수 있는 걸까 싶은 마음에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저자와 같이 노동자들을 위해 열심히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물론 있지만 결국 그들의 성과도 노동 환경 개선이라는 직접적인 것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노동자는 그저 살아 있는 노동 기계 다름 아닌 것이다. 노동의 대가로 질병을 감수하고 목숨까지 받쳐야하는데도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미리 그런 위험을 예방하자는 것이, 그들의 질병에 대한 산재를 인정하자는 것이 그렇게나 힘든 일이어야 하는 걸까. 새삼 공감이라는 말의 무게가 달리 느껴진다.

 

며칠 전에 법원에서 삼성전기에서 일한 근로자의 백혈병에 대하여 산재를 인정하였다는 기사를 보았다. 반도체 분야에 이어 전자전기산업 분야에서 산재를 인정한 첫 케이스라고 한다. 사업주가 위험 물질에 노출될 위험성을 파악하고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안전 장비 및 시설에 조금만 더 투자했더라면 노동자가 백혈병에 걸리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면 도대체 사업주에겐 노동자란 어떤 의미일까, 새삼 그런 생각에 한없이 마음이 가라앉는다. 사업주나 노동자나 결국은 모두 생명은 하나뿐인 존재들인데, 왜 한쪽은 죽어나가고 한쪽만 배가 불러야 하는 건가... 대형 항공사에서 스튜어디스로 근무하던 승무원이 우주방사선 피폭으로 급성백혈병을 걸려 산재를 신청해놓았다는 기사도 두 달 전쯤 봤었다. 그리고 제부는 동생과 관련해 현재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 재해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열심히 일한 대가가 질병이나 죽음이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저자와 같은 과학자들이 더 많아지기를,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공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를. 그리하여 노동은 신성하다는 것을 노동자들이 스스로 느끼며 뿌듯하게 일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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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7 0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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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7 0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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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나에게 삶에서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성취하는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 나이의 한계는 물론이고 을 가르쳐주었다. 이 넓고 복잡한 세상에서 우리 한 사람한 사람의 내부에는 놀랍고도 위대한 잠재력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정적인 기회가 오지 않는 한 그 숨겨진 재능이 발휘되는 일은 거의 없다. _ <두 늙은 여자> 서문 중에서

 

나이란 것은 너무나 눈에 띄는 표지여서, 우리는 인생의 후반에 우리 몸과 정신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노화의 결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노인들이 아주 조금이라도 별난 행동을 하면 그것에 기행 또는 노망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그들이 평생 동안 그런 행동을 해왔을지라도 말이다. 그렇게 정신을 구속하는 마인드세트를 가지고 있으면 꼭 끼는 갑옷을 입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성장과 유연성, 모험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삶의 질뿐만 아니라 그 길이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_ <마음챙김> p.130

    

 

최근에 그 제목만으로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던 책 <두 늙은 여자>를 읽었다. 이 책을 먼저 읽은 50대 지인이 강추하기도 했고 젊은보다는 늙은이란 말에 더 민감한 내 나이도 이 책을 선택하는데 한몫 했다. 책은 비교적 얇은 편이라 펼친 그 자리에서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동안 얼마 전에 읽은 책인 <마음챙김>이란 책이 자동반사적으로 떠올랐다. 두 책을 엮어보자면, <마음챙김>에서 말하는 이론을 고스란히 경험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두 늙은 여자>라 하겠다. 노년과 노인, 나이듦에 대한 강력한 마인드세트로 인해 어쩔 수 없는 두려움을 꼬리표처럼 달고 있던 내게 두 책은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그래서 이렇게 내가 느낀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간단하게 글로 남겨놓으려고 몇 자 적어본다.

 

<두 늙은 여자>는 제목 그대로 두 늙은 여자의 특별한 생존에 대한 이야기이다. 알래스카 극지방의 유목민인 두 여자는 맹추위가 닥친 어느 해 식량부족으로 인해 이동을 하던 부족의 무리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단지 두 늙은 여자가 부족의 이동 속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두 늙은 여자 칙디야크와 사는 버림받았을 당시 80세와 75세로, 추운 겨울 부족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젊은 시절 자신들의 경험과 신체적 장애까지도 극복할 강인한 정신력을 통해 살아남았고 자신들을 버린 부족민들을 도와줄 수 있었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부족민들로부터 사랑과 배려를 받았다. 생각건대, 두 사람이 버림받는 일 없이 계속해서 무리 속에 있었다면 그들의 최후는 이야기와는 전혀 달랐을지도 모른다.

 

# 마인드세트를 부술 기회를 갖는다는 것.

 

결과적으로 부족으로부터 버림을 받음으로써 칙디야크와 사는 죽는 날까지 행복할 수 있었다. 그녀들이 버림받는 일 없이 부족에 남아있었더라면 부족민들에게 멸시를 당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거나 적어도 행복한 죽음을 맞지는 못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는 죽음의 선고와도 같던 내쳐짐을 다시 한번 스스로를 구해낼 절대절명의 기회로 만들었던 건, 결국 두 사람에게 오랫동안 고정되어 있던 마인드세트를 부수는 것으로 가능했다.

 

노인들이 겪는 문제의 많은 부분이 아동기에 내면화된 부정적 고정관념의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노화로 인한 쇠퇴중 실제로 유전자에 의해 계획된 것이 얼마나 되는지, 선입견에 기인하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 또 평온한 것이든 신나는 것이든 간에 우리가 그 가능성에 마음을 연다면 인생의 후반기에 얼마나 많은 선택이 가능할 것인지도 알지 못한다. _ <마음챙김> p.142

 

긴 세월 동안 우리는 많은 것들을 배웠어. 하지만 노년에 들어서자 우리는 삶에서 우리의 몫을 다했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더 이상 전처럼 일하기를 그만두었어. 우리의 몸은 우리의 예상보다 좀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직 건강한데도 말이야.” _ <두 늙은 여자> p.44

 

우리는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거야! 우리 부족에게, 그리고 죽음에게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말이야!” _ <두 늙은 여자> p.44-45

 

죽음이라는 절망을 삶이라는 희망으로 바꾸는 것은 결국 자신밖에는 할 수 없다는 걸 두 여인은 보여주고 있다. 노인은, 늙는다는 건 이런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던 두 여자에게 찾아든 버려짐이라는 절망은, 그녀들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였고 그리고 자신들이 아직까지 일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것을 자각하게 해주었다. 곰곰 생각해보면 자신을 규정 짓는 건 스스로가 아니라 타인이나 이미 제도화된 시스템, 오래된 관습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래된 관습과 고정관념으로 인해 스스로를 규정 짓다보니 우리는 우리 안에 어떤 잠재력이 숨어 있는지 찾아볼 기회조차 갖지 않는다. 그리고 스스로를 들여다볼 기회가 왔을 때조차도 자신을 믿기보다는 외부의 잣대로 미리 단정 짓기 일쑤다. 그럼으로써 배울 기회도 성장할 기회도 심지어는 살 기회조차 놓치고 그저 대부분의 남들처럼 살아가는 게 정답이라고 여긴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란 노랫말처럼, ‘사람은 스스로 믿는 대로 된다.’는 체호프의 말처럼, 나를 믿어야 그게 진정한 내 인생이 된다는 걸 보여준다. 두 늙은 여자는...

 

# 우리는 모두 늙는다.

 

두 늙은 여자는 애써 충격을 감추며 모닥불 앞에서 꿋꿋한 자세로 턱을 치켜들고 앉아있었지만, 그들의 모습은 늙고 작아 보였다. 그들은 젊은 시절 아주 늙은 사람들이 뒤에 남겨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지만, 자신들에게 이런 운명이 닥칠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_ <두 늙은 여자> p.20

 

우리는 젊을 때 노인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자신은 영원히 늙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그 질문에 대답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전반적인 능력 저하와 노령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마인드세트를 형성한다. 언젠가 자신이 노인이 되었음을 깨닫는 순간부터 이런 상관관계가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노인이 그런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면 매사에 소극적이 되고 뭔가에 새로 도전해 볼 의욕도 움츠려들기 쉽다. _ <마음챙김> p.145

 

칙디야크와 사 역시 젊은 시절에는 자신들이 늙어서 버림받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노인이 된 그녀들은 결국 부족에서 내쳐졌고 그 충격은 꽤 오래 그녀들을 괴롭혔다. 부족민들이 자신들도 결국은 늙는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더라면 두 여인에 대한 처사를 달리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지하철이나 버스 노약석에 앉은 어르신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저 나이를 드시기까지 어떠한 어려움들을 겪으셨을까.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것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저분들처럼 끝까지 잘 살아낼 수 있을까.’ 뭐 이런 마음이 드는 거다. 나 역시 늙는다는 것을 자각하며 산다는 건, 좀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려할 여지가 커진다는 것일지도.

 

# 한계 짓지 말기!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우리가 가려는 곳에 가까워지는 거야. 오늘 나는 몸이 좋지 않지만, 내 마음은 몸을 이길 힘을 갖고 있어. 내 마음은 우리가 여기서 쉬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해.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 _ <두 늙은 여자> p.69

 

우리는 노년기의 발달은 거기까지, 하는 식으로 자의적인 한계선을 긋지만 그 대부분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우리의 노년기는 삶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 가진 노년상과 그에 포함된 수백 가지의 작은 선입견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_ <마음챙김> p.150

 

두 책을 통해 내가 확실히 배운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스스로를 한계 짓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 하는 것이다. 한계를 짓는 순간 신체는 물론 지적 능력 등 내면의 힘까지 그 한계에 갇힐 수밖에 없다는 걸 두 책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다. 타인이나 사회, 제도가 만들어진 한계에도 맞서 싸워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스스로가 만든 한계에 자신을 가두지 말아야 한다는 걸, 그것이 새로운 나와 만나는 지름길이라는 걸 이번에 확실히 마음에 새겨두었다. 물론 실천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결국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나뿐이라는 걸 잊지 말자!

 

# 세월이 주는 경험과 지혜

 

부족과 두 여인 간의 관계는 점점 더 좋아졌다. 양쪽 모두 고난을 통해 교훈을 얻었고,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사실을 깨달았다. 부족은 자신들이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들은 나약했다. 그리고 무리 가운데 가장 대책 없고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두 늙은 여인이 실제로는 강한 존재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이제 그들 간에는 암묵적인 이해가 자리잡았다. 부족은 그들이 충고를 구하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기 위해 두 여인과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 여인이 그렇게 오래 살아온 덕택에 자신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제 그들은 알았다. _ <두 늙은 여자> p.153

 

모두 그들의 의견을 높이 산다. 그들 중 특히 똑똑하고 공정한 이는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몇몇 나이 든 미망인들은 가장 역할을 하는데, 가족들은 그 가장에게 철저히 순종한다. 노인들의 경험은 그 집단에 도움이 된다. 그들은 어떻게 먹을 것을 찾고 집안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 성문화되어 있지 않은 그들의 법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고 그 법을 존중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필요한 경우에는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나무라거나 심지어 벌을 주기도 한다. _ S. de Beauvoir, Old Age (London: Andre Deutsch Ltd., 1972) <마음챙김> p.140에서 재인용 (사라진 야드한 부족에서 노인들은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글)

 

고향집에 며칠 머물면서 부모님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배움도 짧고 삼척 이외에는 어디를 가보신 적도 거의 없지만 그 분들이 하시는 이야기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지식과 지혜가 넘쳐났다. 대부분은 무언가를 키워내고 또 그것을 음식으로 활용하는 법 등 의식주와 관계된 것들이었다. 도시에서야 돈만 있으면 의식주는 저절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만약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인해 돈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은 상황을 만나게 된다면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건 의식주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지식과 지혜를 갖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의식주를 직접 해결하며 살아온 나이 많은 분들일 테고... 칙디야크와 사 역시 살아온 세월에서 얻은 산 지식과 경험으로 자신들은 물론 무너져가는 부족을 구해냈다. 허투루 나이 들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새삼 달리 가슴에 와 닿는다.

 

# 혼자가 아닌 둘 나아가...

 

자신이 포기한다면, 친구 역시 포기하리라는 것을 알 만큼은 오래 살았던 것이다. _ <두 늙은 여자> p.59

 

몸이 음식을 필요로 한다면, 마음은 친구를 필요로 하지. _ <두 늙은 여자> p.84

 

그들이 상대의 힘겨운 과거에 대해 알게 되자 서로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커져갔다. _ <두 늙은 여자> p.87

 

저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돼. 맞아, 저들은 성급하게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았지. 하지만 이제 우리는 저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했어. 만약 저들이 같은 잘못을 저지른다해도 이제는 우리 둘 다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알아.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많은 것을 증명했어. 이제 우리는 자존심은 잠시 내려놓고 저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생각해야 해. 성인들을 위해서 그러고 싶지 않다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말이야. 당신 사랑하는 손자를 잊을 수 있어?” _ <두 늙은 여자> p.141-142

 

 

혼자가 아닌 둘이였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칙디야크와 사.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우정을 뛰어넘어 결국은 공동체로 살아간다는 의미를 되새김질해보게 된다. 두 사람은 살아남아서 생각할 여유를 갖게 되자 부족에게 버림받은 쓰라림으로 괴로워한다. 그리고 부족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분노와 불신으로 인해 그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결국은 서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함께 지내게 된다. 두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두 사람의 강한의지도 있었지만 그들을 위해 칙디야크의 딸과 손주가 남기고 간 요긴한 물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결국 두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역시 다른 사람들의 배려와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가 아닌 둘 나아가 공동체를 이룬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할 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두 늙은 여자의 이야기로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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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8-08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년 전에 사서 읽지 못하고 있는 디 브라운
의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그리고 사서 읽다만 장 아메리의 <늙어감
에 대하여>가 떠오르네요.

야생에서의 생존이라면, 노인장들의 지혜
를 따라갈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도시인
들은.

설해목 2018-08-09 08:59   좋아요 0 | URL
제 관심이 그래서인가 요근래 노년이나 나이듦에 대한 책들이 자주 눈에 띄더라구요.
저 두책도 찾아봐야겠습니다. ^^

AgalmA 2018-08-11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버지에게 강간 당한 강력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를 쓴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트라우마는 분열을 초래하며, 기억을 억압하지는 않는다고˝ 하더군요. 기억하고 못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는 거죠. 그래서 오빈은 글로 풀어낸 걸 테고요.
쓰신 리뷰의 초점처럼 어릴 적 트라우마나 주변의 제약과 한계를 내면화하지 않고 오픈해서 풀어나가는 게 지혜로운 삶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설해목 2018-08-11 22:1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경험한 것을 어떻게든 밖으로 표출하는 것! 그게 자신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란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구요.
 
윌리엄 트레버 - 그 시절의 연인들 외 2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5
윌리엄 트레버 지음, 이선혜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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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버의 글은 정신없이 글 속으로 빠져들어 읽고 나서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면, 자동적으로 다시 그 작품을 떠올리게 된다. 잔잔한 재미 속에 깃든 깊은 통찰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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