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올게 : 바닷마을 다이어리 9 - 완결 바닷마을 다이어리 9
요시다 아키미 지음,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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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완결!! 9권과 함께 이참에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호즈미 만화 몇 권 더 사서 박스도 득템할테닷!
낱개로 있던 8권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아가들 집장만 해줄 수 있어서 느므 좋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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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9-04-28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결이라니! 저도 사러 가야겠어요.ㅋ

설해목 2019-04-28 13:09   좋아요 0 | URL
이런 만화는 무조건 소장각! ^^

뒷북소녀 2019-04-28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박! 수납박스를 주다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완결되면 이런 이벤트 해줬으면 좋겠어요.ㅋ

설해목 2019-04-29 10:06   좋아요 0 | URL
해주겠지 아마도.. 그래서 나는 아예 안 읽고 안 사고 기다리고 있어... 박스 완전체를 갖기 위해서?! ㅋㅋ
 
원본 초한지 1~3 세트 (전3권 + 가이드북) 원본 초한지
견위 지음, 김영문 옮김 / 교유서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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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실린 옮긴이의말과 해제만 읽어도 <서한연의>를 완역한 <원본 초한지>의 의의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것 같다. 고전 소설을 어떠한 손질도 없이 원전 그대로를 읽을 수 있다는 건 독자에게는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책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한문시와 삽화도 독서의 재미에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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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23 0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설해목 2019-02-23 01:13   좋아요 1 | URL
ㅎ ㅎ 뽀대가 장난 아닙니다!

붕붕툐툐 2019-02-23 0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흥미가 확 생기네요~ 읽고 싶은 책에 담을게요^^

설해목 2019-02-23 13:47   좋아요 0 | URL
붕붕툐툐님에게도 흥미로운 책으로 남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셔요. 붕붕툐툐님~ ^^
 
아홉번째 파도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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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는 손이 이렇게 떨린 적이 있던가? 책을 읽다가 말고 터져 나온 눈물을 몇 번이나 닦아내야했던 적이 있던가? 책에 실린 지명과 지형과 사건들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던가? 다 읽고 나서 글을 써준 작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중얼거렸던 적이 있던가? 이 소설은 내게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이 소설을 먼저 읽은 친구가 내 고향 삼척을 모델로 한 이야기라고 알려준 것이 한참 전이었음에도 사실 선뜻 읽을 마음이 생기지 않아 눈밖에 둔 책이었다.

 

나고 자라 그곳을 너무 잘 알기에, 부모님과 남동생, 친척들 그리고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삼척은 내게 애증을 느끼게 하는 장소이다. 온전히 사랑할 수도 그렇다고 무턱대고 미워할 수도 없는 곳. 그곳에 내겐 삼척이다. 강원도 영동지방의 한 작은 소도시 척주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바로 내 고향 삼척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삼척을 고향으로 두지 않았다면 소설 속 일들이 그저 픽션으로만 다가왔겠지만 삼척에서 태어난 70년대 생인 내게는 이 소설이 다큐로 다가왔다. 물론 약왕성도회라는 사이비 종교집단과 마약 밀수라는 사건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가 없다. 하지만 그 외에 이야기들은 나 또한 알고 있고 들어 봤으며 겪은 생생한 경험의 이야기들이다.

 

척주에서 자랐지만 서울에서 자리를 잡고 일하던 송인화와 윤태진은 둘 만의 사정으로 각자 척주에 다시 일자리를 잡게 된다. 그리고 송인화가 일하는 보건소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는, 척주에서 나고 자란 서상화. 이 세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소설은 크게 세 가지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끌고 나간다. 하나는 핵발전소 건립을 두고 친핵과 반핵을 지지하는 사람들 간의 갈등이고 다른 하나는 동진시멘트에서 일하지만 원청과 하청으로 나뉜 현장 노동자들의 갈등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약왕성도회라는 사이비 종교집단이 아픈 사람들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보여준다. 한두 다리만 건너면 서로를 알고 있는 소도시 사람들이 저마다의 입장으로 인해 서로를 어떻게 미워하고 이용하는지를 작가는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아주 촘촘하고 탄탄하게 이야기를 직조해 놓았다.

 

척주는 석회석이 많은 지대라 동진시멘트가 시멘트 공장을 운영하면서 척주 사람들을 먹여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도계와 태백은 오랫동안 탄광촌이었던 곳으로 폐광되기 전까지는 호황을 누리던 곳이다. 하지만 이 두 일이 소도시의 경제를 살렸을지언정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에게는 많은 상처를 남겼다. 위험한 곳에서 일하다가 죽은 사람도 한둘이 아니며 무사히 살아남았어도 진폐증이며 폐병에 걸린 사람 역시 부지기수다. 게다가 이제는 척주에 핵발전소까지 건립하겠다고 하는 시장으로 인해 척주 사람들은 또 한번 잠정적인 핵이란 위험에 내몰리게 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소설 속의 꾸며낸 거짓 상황이 아니다. 실제 삼척의 상황이다. 삼척시 하늘에는 여전히 석회 분진이 날아다니고 핵발전소 건립은 더 이상 추진되지 않지만 대신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서기로 결정된 상태다. 핵의 위험 대신에 미세먼지의 위험이 삼척을 다시 건강 위험 지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핵발전소가 그렇게 꼭 필요한 거면 척추가 아니라 한강에다가 지으라는 말이 나온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핵발전소뿐만 아니라 화력발전소도 전기를 제일 많이 쓰는 서울 한강에다가 건립하라고 외치고 싶은 사람이다. 대도시의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지방의 소도시는 핵이며 미세먼지의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하고 또 어떤 곳은 송전탑으로 인해 사람들이 초고압송전이 건강에 어떤 해를 끼치지나 않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 누리는 사람 따로 있고 피해 보는 사람 따로 있다. 그런데 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대책도 세우지 않고 피해 보상도 해주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 평생을 살았던 가난한 사람들이 병 들어서 기댈 것이 무엇이겠는가. 몸의 고통을 덜어주는 약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니 아픈 사람들을 파고드는 사이비종교의 등장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내 아버지는 삼척의 외곽 촌동네에서 나고 자라 동진시멘트(동양시멘트) 현장직 노동자로 30년 넘게 일하다 은퇴를 하셨다. 삼교대로 일하고 시끄러운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하셨기에 은퇴를 하고 나서는 불면증과 이명에 시달리고 계신다. 그나마 원청 직원으로 일하셨기에 학자금 지원으로 자식 셋 대학을 보내실 수 있었다고 말씀하신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렇듯 삼척 사람들은 자식들이 외지에서 터잡고 살기를 원하신다. 당신들은 이런 곳에서 평생 살았지만 자식들은 이곳에서 터잡지 않기를 바라신다. 윤태진과 송인화가 그러하듯 척주 사람들도조차 척주를 싫어한다. 사랑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일까. 소설의 많은 인물들 중에서도 서상화에게 자꾸만 마음이 갔다. 태어나 자란 곳임에도 나 역시 고향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는데, 자신에게 아픔과 슬픔을 겪게 한 곳임에도 척주에서 작은 약국을 하나 차려 살고 싶다고 말하는 서상화가 마음을 파고 들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밝고 열심히 살아가는 서상화를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찡하다 못해 아렸다. 우리 아버지가 서상화 아버지처럼 하청 직원이었다면 서상화 가족이 겪었을 고통이 내 고통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서상화란 인물에 애착이 갔다. 내가 송인화였어도 서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삶을 긍정하는 서상화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어떤 광채를 송인화도 보았던 것임에 틀림없다. 누군가의 밝음으로 내 어둠을 몰아내는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서상화와 송인화의 사랑을 응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소설 결말에 송인화처럼 나 역시 오열했는지도 모르겠다.

 

삼척 사람이기에 작가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얼마나 꼼꼼하게 취재를 하고 노력을 다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삼척에는 얼마나 자주 다니러 갔을 테며 자료 조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을지 안 봐도 눈에 선하다. 그렇기에 소설은 디테일이 살아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삼척에서 나고 자란 나는 알 수 있다. 동진아파트에 목욕탕이 있다는 것하며 중장비에 대한 지식까지... 읽는 내가 이렇게 아플진대 취재하며 플롯을 짜며 이야기에 살을 붙이며 작가는 얼마나 아팠을까. 그 아픔을 짐작하기에 그저 이런 글을 써준 작가에게 한없이 고맙다. 작은 소도시에 일어났던 분쟁과 아픔의 역사를 이렇게라도 남겨둘 수 있어서 그저 작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2018 책읽는 도시선포 기념으로 삼척시와 삼척교육문화관이 함께하는 행사를 통해 작가와의 만남을 지난 12월에 개최하였다는 소식을 인터넷 뉴스로 봤다. 초대 작가가 김용택 시인과 박범신 작가였다고 한다. 적어도 삼척에서는 이런 행사의 첫 초대 작가로 최은미 작가여야 하지 않았을까. 삼척에 절대 핵발전소가 건립되지 못하게 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무소속으로 삼척시장에 당선되어 벌써 재선까지 성공한 시장이라면 삼척을 모델로 삼척의 실상을 잘 그려낸 작가를 초빙해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는 건 아닐까.

 

다만 아쉬운 건 제목과 표지이다. 소설을 읽고 나서도 제목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고 그저 예쁘장하기만 한 표지가 이 소설과 왜 이리 어울리지 않는지... 소설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예쁘고 말랑말랑한 표지를 선보여 오고 있는 이 출판사가 아니었다면 제목도 표지도 좀 더 소설의 이미지를 대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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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1-13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곳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그곳에 살아 보지 않은 사람은
작가가 재구성하려는 서사의 깊이까지
결국 도달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울산 사람은 아니지만 울산을 배경으로
서사를 펼치는 작가분의 글을 보고 감
탄한 적이 있습니다.

이래서 한국소설을 읽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삶은 어쩌면 애증의 원천일런지도.

설해목 2019-01-14 09:25   좋아요 1 | URL
그런가봐요. 저도 제 고향 이야기니까 이렇게까지 몰입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작가에게 더 고마워요.
다들 남의 일처럼 여기던 걸 끝까지 취재하고 이렇게 글로 남겨주셔서요.

공쟝쟝 2019-01-15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이쁘기만 한 표지라 이런 소설이라고는 생각 못했네요. 읽어보고 리뷰다시 읽어볼게요 ^.^

설해목 2019-01-15 14:31   좋아요 1 | URL
네.. 정말이지 표지에 속지 말아야할 무게감 있는 소설인데... 표지가 참 옥의티라고나 할까요. ^^;;

무심이병욱 2019-02-07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꼼꼼하고 성실하게 쓴 리뷰가 어디 또 있을까요? 최은미 작가가 부러워지는 순간입니다.

설해목 2019-02-08 09:27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소설을 애정하다보니 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네요. ^^
 
아홉번째 파도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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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주, 어라진, 은남... 내게는 삼척, 정라진,부남으로 읽혔다. 이 이야기는 적어도 내겐 실화다. 내 부모와 친척들이 겪은 이야기이고 내가 살아온 이야기다. 그래서 읽는 내내 울었고 이런 글을 써준 작가에게 계속해서 고맙다는 말을 중얼거렸다. 믿을 작가가 이렇게 또 한 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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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9-01-13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설해목님 추천으로 바로 읽고 싶은 책으로 담습니다~

설해목 2019-01-13 14:39   좋아요 1 | URL
제 고향 삼척을 모델로 한 소설이라 저에게는 각별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더라도 정말 잘 쓴 소설이란 생각이 듭니다. 한 번 잡으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접을 수 없더라구요. ^^

붕붕툐툐 2019-01-15 17:34   좋아요 1 | URL
설해목님 고향이 삼척이시군요~ 저는 강릉에서 3년 살았는데, 그래서 그런지동해의 바닷가 도시에 각별한 정이 있어요~ 괜히 더 반갑네요^^

설해목 2019-01-15 17:45   좋아요 0 | URL
앗.. 반갑습니다. 붕붕툐툐님~
저는 동향의 작가를 만나면 또 그렇게 마음이 가더라구요.
최은미 작가는 강원도 인제 출신이라 제가 더 작가님에게 끌리나 봅니다. ^^
 
작별 - 2018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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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르 잠자는 갑충처럼 변하는 것이 아니라 갑충이 되며, 스토리는 그 시점부터 현실적으로 전개된다. 초현실주의 소설에서 작가는 자신의 스토리를 마치 마음이 꿈을 만들어내듯 전개하며 심리적 사건들의 시퀀스를 통째로 바꾸어 놓는다. 이 모든 방식들에서 스토리의 플롯을 짠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작품을 리얼하게 만드는 플롯을 짜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가 스토리를 클라이맥스까지 따라가기 위해 (그 방식 내에서)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그저 그것들에 대해 말해주는 대신, 클라이맥스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모든 것들을 극화한다. _ 존 가드너, <소설의 기술> 중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샴쌍둥이

 

어느 겨울날 저녁 천변에 있는 야외 벤치에서 잠시 졸다 깨어보니 눈사람이 된 여성이 이 단편의 주인공이다. 소설은 카프카의 <변신>처럼 한 여성이 눈사람으로 변했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성은 변한 자신에 놀랄 법도 하지만 히스테리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이미 되어 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류장으로 걸어간다. 여성은 눈사람이 된 몸이 작은 실수에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건 직감적으로 알지만 오히려 마음은 차분하다. 그 차분함은 어디에서 오늘 걸까. '이게 혹시 마지막인가. 그녀는 문득 의문했고, 살아오는 동안 두어 차례 같은 의문을 가졌던 순간을 기억했다. 그때마다 짐작이 비껴가곤 했는데, 기어이 오늘인가.' 이 문장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 여성은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되어 힘들고 바쁘게 살아오면서 한편 미래를 위해 장·단기의 계획을 세우면서도 죽음을 완전히 잊고 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일지 모른다고 의문했던 한두 번의 경험 사이사이에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있던 죽음을-이십대 미혼모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사실은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아가는 걸 어렵게하는 사회적 죽음을 포함하여- 희미하게나마 계속해서 느끼며 살았기에 여성은 눈사람으로 변했어도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여성은 왜 자신에게 일어난 어떤 사건들에서 마지막이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을까. 삶에 더 무게를 두고 살았더라면 그런 순간이 닥쳤을 때 마지막이라기보다는 그저 좀 어렵게 넘겨야할 큰 고비로 여겼을 수도 있을 텐데. 그건 여성의 집안 내력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삼남매의 둘째였던 여성은 감수성이 예민하던 나이에 집안의 장남인 고등학생 오빠가 학교폭력으로 자살을 한 경험을 겪었다. 이후 남은 두 자식 대신 죽은 하나의 자식을 그리워하며 평생을 살아가는 부모를 지켜보며 여성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늘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여성에게 삶과 죽음은 하나씩 떼어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샴쌍둥이 같이 늘 함께 하는 것이다.

 

예고된 죽음이 주는 안도

 

'언제가 끝인지만 알 수 있다면. 잠이 오지 않는 밤 식탁 앞에 앉아 수첩을 펼쳐놓고 어깨와 목 사이 딱딱한 근육을 주무르며 그녀는 생각하곤 했다. 그것만 안다면 미래를 준비하는 이 모든 일이 쉬워질 텐데. 착오 없이 분명해질 텐데. 깨끗해질 텐데.'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신인 아버지의 행태에 질려버린 딸은 인간들에게 남은 수명이 얼마인지를 문자로 전송한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를 알게 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정말로 죽지 않는지를 실험하기 위해 위험한 짓을 하고, 성전환 수술을 하고 불륜을 저지르고 고릴라와 결혼을 하기도 한다. 영화상에서의 남은 수명을 알게 된 인간들의 반응은 좀 극단적이다. 영화를 보면서 죽을 날을 알게 되면 지금 당장 나는 무얼 할 건지 스스로에게 물었고, 그 대답은 그때나 지금이나 영화 속 인물들 보다는 <작별>의 여성에 더 가깝다. 여성은 자신이 언제 죽을지를 안다 해도 지금 당장은 정해진 수명까지의 미래를 분명하게, 깨끗하게 계획하길 원한다. 의식주의 해결이 분명하게 확정되었다기보다는 언제 어떤 상황에 놓일지 모를 불안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에겐 뭐 하나라도 분명한 것이 있기를 바라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나 혼자만이 아닌 자식이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작별 의식

 

여성은 자신이 이 밤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질 거라고 직감하고 자신만의 이별을 준비한다. 죽은 장남만을 붙들고 살고 있는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일상의 대화를 하고 짧은 통화를 마친다. 거리가 멀어진 남동생에게는 차마 전하지도 못할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자신에게 사랑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 남자에게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며 마지막 입맞춤을 한다. 그리고 곧 고등학생이 되는 아들과는 끝말잇기를 하며 평범한 작별의식을 치른다. 여성은 죽음을 직감하고 사라져가는 중에도 감정의 변화가 거의 없다. 체념한 듯도 하고 득도한 듯도 하다. 눈사람으로 변한 여성에 대한 아들과 연인의 반응도 격렬하지 않다. 눈사람이 된 당사자인 여성의 차분한 모습에 대한 거울반사 같은 반응이다. 죽음을 앞두고 하는 작별 의식은 보통은 살아남은 자들의 격한 반응으로 주객전도되기 쉬운데 소설에서의 작별 의식은 오롯이 죽음을 맞는 여성이 그것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럴 수 있는 것 역시 여성이 살면서도 늘 죽음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은 아닐까. 막상 닥친 의아스런 죽음에도 감정이 동요되지 않을 정도로...

 

악몽과의 작별

 

소설에는 사실 좀 뜬금없다 싶은 장면이 있는데 바로 여성이 자신이 꾸는 악몽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문밖에서 열린 문틈으로 살림살이를 돌아보면서 자신을 괴롭히던 악몽을 떠올린다. 여성은 뉴스에 관한 악몽을 자주 꾸었다. 뉴스에서 나오는 끔찍한 사건들이 꿈으로 나타나 그녀를 괴롭히는가 하면 개인적인 악몽들 역시 그녀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들이다. 꿈이 현실의 마음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여성은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한 상황에 대한 불안을-목숨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은 물론 자연재해나 경제적인 불안과 자식에 대한 걱정을 포함한 총체적인 불안- 늘 끌어안은 채 살아오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이 악몽 장면을 통해 내가 느낀 건 여성은 자신이 죽게 되면 이 악몽에서도 그리고 악몽 같은 현실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내심 안도하는 것 같다.

 

고통이 없다면 두려움도 없지

 

눈사람이 된 여성은 닥친 죽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는 물론 자신에게조차 두려움을 보이지 않는다. 죽음의 방식이 너무 어이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죽음에 당연히 수반되어야 할 몸의 고통이 없기 때문이다. 고통이 없으니 눈으로 된 몸이 녹아 죽는 그 순간까지도 여성은 두려움 없이 자신의 죽음을 직시할 수 있다. 품위 있게 죽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 역시 고통의 부재이지 않을까 싶다. 고통의 사촌쯤 되는 고단한 한평생을 살았으니 죽는 그 순간만이라도 고통 없이 맞을 수 있다면... 소설을 읽고 나서 나도 마지막 순간에는 눈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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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1-06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사람이라...한강의 책을 또 읽어봐야하나...ㅎ

설해목 2019-01-06 23:38   좋아요 1 | URL
저도 사람들 리뷰가 좋아 궁금해서 읽었는데 역시 한강이다 했네요. ^^

카알벨루치 2019-01-07 00:51   좋아요 1 | URL
작품이 한 강입니다 그쵸? 읽어야할책이 한~강입니다! 잼없나? 굿밤하소서

뒷북소녀 2019-01-07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언니! 리뷰를 이렇게 잘 쓰시면 어떻게 해요?
저 분명 읽었는데, 읽었는데... 저도요...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ㅠㅠ
그리고... <이웃집에 신이 산다> 저 영화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19금이네요...
혹시 너무 잔인해서 19금은 아닌거죠? 문란해서 19금인가요?
영화까지 관심이 솔솔 생겨버렸어요.

제 마지막을 알게 된다면... 그때도 저는 책을 읽고 있을까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저는 그런 생각을 했드랬죠.

건강한 한 주 보내소서^^

설해목 2019-01-07 19:42   좋아요 1 | URL
소설이 느므 좋으니 할 말이 많아서 주절주절거려봤다네..^^
내용이 조금 파격적이라 영화가 19금인 것 같애...ㅋㅋ
나 역시 마지막을 알아도 그냥 매일 하던 것처럼 책을 볼 것 같아...
뒷북소녀도 즐겁고 따뜻한 한 주 보내길~~ ^^

레삭매냐 2019-01-08 1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랑은 한강 작가가 맞지 않다고 막
깔라고 그랬는데...

다른 분들이 워낙 좋다고 하시니 바로
깨갱입니다 ㅋㅋ

설해목 2019-01-08 12:02   좋아요 0 | URL
제 주위 남자들은 다 비슷한 반응이더라구요.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요..
각자의 취향이라고 해두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