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붉은 별 - 상 - 두레신서 10
에드가 스노우 지음, 홍수원 옮김 / 두레 / 199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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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택동에 대해 보다 잘 알수 있는 믿을 만한 전기가 없을까하고 한참을 찾다찾다 결국 한우리독서논술연구소장 김우철실장님의 확신으로 구매하게 되었다.
부모의 관심어린 교육도 못받고 자랐지만 워낙에 선배의 이끌림도 없었던 나.

다른 사람들은 이책을 대학때 필독서였다느니 사화과학서적 1순위였다느니 하지만 정작 나는 지식인들의 추천도서와는 거리가 있었다. 너무 일찍부터 돈을 벌었던 것일까?
돌이켜보면 대학생활에서 얻지 못한 것은 나 자신의 탓이 아닐까 한다.

물론 그렇다고 내 아이에게 너무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싶지는 않다. 남들은 스무살 피끓는 나이에 읽는 책을 마흔 가까이 되어서 읽게 되었지만, 이처럼 알아야 할 것은 언젠가는 알게 될 테니까...

얼마전 1936년 마오쩌둥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 동행 취재기 ‘중국의 붉은 별’로 하나의 신화를 일군 미국 기자 에드거 스노의 딸 시안 스노씨가 한국에 왔다.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적십자본부에서 일하는 그는 스노가 1941년 미국으로 돌아간 뒤 재혼한 연극배우 로이스 휠러 스노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서울에서 열린 한국 적십자100주년 기념 국제회의에 참석한 그는 DMZ와 월정사 등을 돌아봤다. 새벽 예불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제가 스무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정작 제 곁을 떠나신 뒤 다른 사람들을 통해 제가 모르는 아버지의 모습을 알게 된다는 것이 참 신기해요.
남한에 ‘중국의 붉은 별’ 독자들이 많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그가 기자에게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 ‘공산주의 혁명의 희망’을 이야기한 책이 왜 한국에서 인기인가. “요즘 저는 어머니에게 회고록을 쓰시라고 조르는 중입니다. 아버지가 공산주의자였다는 일부 주장도 바로잡아야 하고, 천안문사태 이후 중국이 우리 가족에게 보이는 적대감, 그런 것들을 다 기록해야 한다고 말씀 드리고 있지요.”

 중국 농촌의 처참한 가난과 공산혁명의 현장을 서방 세계에 생생하게 전한 ‘중국의 붉은 별’은 결과적으로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의 정당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몫을 했다. 때문에 중국 정부는 그를 ‘존경하는 스노 선생’이라고 불렀고, 1972년 그가 작고한 뒤에도 부인과 자녀 등 가족은 늘 국빈 대접을 받았다. 그랬던 사이가 뒤틀어진 것은 2000년. 천안문사태 사망자의 유족을 만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로이스 스노 여사는 당국의 방해와 감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스노 여사는 “중국이 언론자유를 보장하지 않으면서 남편을 진실의 탐구자로 찬양하는 것은 위선행위”라고 중국 정부를 공개 비판했다.

“그 뒤로 중국에서는 에드거 스노의 부인을 언급할 때면 제 어머니의 존재는 지운 채 첫 번째 부인인 님 웨일스의 이름만 표기하고 있답니다. 어머니는 올해 여든다섯이지만 기억이 분명하고 수십년 피워온 담배를 끊어 건강도 좋으세요. 아버지와의 기억을 왜곡하는 그런 일들에 화를 내고 계시죠.” 님 웨일스는 독립운동가 김산을 주인공으로 ‘아리랑’을 써서 올해 대한민국 정부 훈장을 받은 작가. 1936년 상하이에서 에드거 스노를 만나 결혼했고 대장정 취재에 동행했다.

시안이라는 이름은 중국 샨시성의 성도 시안(西安)에서 땄다. “대학생 때 시안에 한 번 가봤어요. 문화혁명이 한창이던 시절이라 곳곳에 붉은 깃발이 나부끼고, 사람들은 긴장해 있었죠.” 산사(山寺)의 고적과 서울의 수천 가지 표정에 반했다는 그는 중국에 매혹됐던 아버지를 더 잘 이해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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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매싱>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스매싱 - 아이디어가 막힐 때 돌파하는 힘
정상수 글.그림 / 해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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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득이는 아이디어에 관한 지식을 총망라했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이번 주에 들어와서 기분이 한결 가벼워 진 것 같은데, 아직은 겨울 끝자락이니 계절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확실한 이유가 따로 있을까 마는 이 책이 일부 긍정의 기를 불어넣어 준 것만은 확실하다. 책을 덮으면서 다시 바로 한번 더 읽고 싶게 만드는 그런 어떤 느낌을 주는 즐거운 선배의 수다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이디어에 대해서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한다. "버리는 것이 남는 것,아까워도 없애버려라"  만드는 것 보다 비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조각에 관한 유명한 일화에서 비롯된 이 말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광고물을 제작하다보면 이사람 저사람, 사장님과 회장님이 이래저래 손을 대서 결국 모든 것을 담은 잡탕밥이 되기 일수다. 벌써 광고밥이 10년인데도 불구하고, 알면서도 대게 결국에는 그렇게 된다. 그러나 소비자는 영리하기 때문에 조금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스매싱'은 저자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과 오길비앤매더사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들까지 합세하여 그야말로 다양한 이야기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솝우화들로 가득 차있다. 항상 고민하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아무래도 이 책이 가장 값어치 있어지는 상황은 임원들이 광고에 대해서 막무가네로 지시할 때 근거자료로 제시할 수 있는 아군을 얻었다는 것이 아닐까? 그동안 알면서도 당했던 사례들이 풍부하게 담겨져 있다.  

광고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광고주가 읽으면 가장 좋겠고 관련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읽어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반면에 조직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그 이유는 저자가 이야기 하는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면 소통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에 관한 인용문이 인상적이다.   

"어린 안네프랑크는 일기장에 슬기로운 말을 남겼다. '불평하는 일은 라디오를 켜는 일과 같다. 나는 라디오를 켤 수도 있고, 켜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켜지 않는 쪽을 택했다' "

이 외에도 저자가 소개하는 많은 좋은 글이 있는데 특히 나이키 카피를 소개하고싶다. Just Do It 전체 카피가 이렇게 멋지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미국광고는 우리보다 훨씬 길어서 그런지 내용의 깊이도 상당하다. 우리 모두 Just Do It

우리는 너무도 자주 겁을 먹는다.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겁을 먹는다.
희망 속에 공포심을 심는다.
그렇다고 하고 싶으면서 아니라고 한다.
소리치고 싶지만 숨죽이고 앉아 있다.
그러면서 입 다물고 있어야 할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왜 그러는가?
결국 인생은 한 번인데.
두려워 할 시간이 정말로 없다.
이제 그러지 마라.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않은 일을 해보라.
위험을 감수하라.
철인삼종경기에 나가보라.
편집자에게 편지를 보내보라.
월급인상을 요구하라.
TV를 던져버려라.
자전거로 전국을 일주해보라.
봅슬레이를 타보라.
무엇이든 시도해 보라.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를 여행해 보라.
특허를 내라.
그녀에게 전화하라. 

어차피 잃을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걸, 모든 걸, 모든 걸 얻을 뿐이다.
그러니 지금 하라 (Just Do It).
- N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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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라이팅>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브레인라이팅 - 종이 한 장으로 세계 최강의 기업을 만든 기적의 메모 발상법
다카하시 마코토 지음, 송수영 옮김 / 이아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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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좋은데 얼마만큼 실행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항상 회의를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걱정을 많이 줄일 수 있겠다. 다카하시 마코토의 <브레인라이팅>에는 생각을 해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정리해서 공유가치로 활용하는 방법까지 거의 모든 기술이 총 망라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미덕은 기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브레인스토밍을 위시하여 마인드 맵과 여러가지 다양한 창조활동 기술이 자세하게 적혀있다는 점이다.  

토니부잔이 고안하였고 아이들 교육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마인드 맵이 핀란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는데 일조했다는 설명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요즘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여기서 소개된  '브레인라이팅', '마인드맵', '특성열거법', '체크리스트법', '고든법', NM법', '시네틱스', '도서분류법','블록법','KJ법', '크로스법', '피시본법', '스토리법', '카드순서법', '포인트 평가법' 등의 방법들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어 보인다.

자신의 생각을 정해진 틀에 끼워넣고 하나씩 꺼내는 방법 자체가 업무를 위한 기획을 할 때나 생각을 할 때 매우 주목할 만하다. 

이 모든 방법들의 원초적인 아이디어는 '대량발상'이다.  

저자는 일본에서도 유명한 네이밍회사를 운영한다. 단 한 번의 회의에서 1,000개 이상의 아이디어가 쏱아지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1,000개의 아이디어 중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3개 정도 뿐이다. 저자는 이것을 '1/300 법칙' 이라 부른다. 따라서 저자가 소개하는 모든 방법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라면, 우선은 대량발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많이 만나봐야 사람보는 기준도 생기고, 직장경험이 많은 사람이 사회를 더 잘 이해하는 것처럼 다양한 생각을 꺼집어 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관건이다.  

이제부터 저자의 안내에 따라 창조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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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환율전쟁 - 환율이 경제를 움직인다
최용식 지음 / 새빛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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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오르면 위기라고 언론들이 왜 그렇게 걱정들을 하는지 막연했는데 이 책을 통해 환율이 바로 경기의 향방을 가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자 경제 전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MB정권이 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이라는 꿈같은 공약을 내세워 출범했고 그 핵심은 수출을 늘리는 정책이었다. 그리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환율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달러를 사들여 환율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던 것이다.  

그 덕분에 비록 일시적으로는 수출이 크게 증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 성장률은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된다. 환율이 상승하지 수입 원자재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더 심각한 것은 생산자 물가 상승률의 급격한 상승이었다.  

이와같은 진단에 대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금융시스템은 우리 몸의 혈관계와 비슷하다. 화폐를 발행하여 유통시키는 중앙은행은 우리 몸에서 피를 생산하는 등뼈이자 심장이고, 은행 등의금융시스템은 정맥과 동맥으로 이루어진 핏줄 역할을 한다. 그리고 금융시장에서 유통되는 통화는 경제에서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한다." 심지어 환율은 국가경제의 흥망성쇠까지 좌우한다.  

학교 다닐때 선생님들 가르침에 따르면 강대국들의 흥망은 대체로 정복과 공공집단의 편협한 이익추구와 폭동 등 기타 여러가지 원인들이 있다고 배웠다. 그리고 그런 변수들이 참 막연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저자는 이런 역사적인 분석들을 하나씩 분해한다.  

1. 올슨이 주장한 "공공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편협한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들의 대두"가 경제를 쇠락시킨 근본원인이라면 1970년대 이후 1980년대 까지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체하기만 했던 미국 경제가 1990년대 중반 이후 부흥을 이루어서 일본과독일을 다시 앞지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2. 폴 케네디가 주장한 '대외적 과잉팽창'은 분명희 경제쇠학의 중요한 원인중 하나다. 그렇지만 15세기에 번영을 누렸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나 중국에서 경제적 번영을 누렸던 송나라나 명나라, 이집트에서 번영을 누렸던 고대의 여러 왕국의 쇠락은 "대외적 과잉팽창"과 거리가 멀었다다.  

3. 킨들버거가 제기한 "국가의 생명주기"는 설득력이 있지만 이것만으로 국가경제의 흥망성쇠 과정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4. 윌리엄 번스타인이 주장한 "재산권의 확립, 과학적 합리주의, 자본시장의 활성화, 수송과 통신의 발달"도 경제가 발흥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계기를 마렸했다. 그렇지만 일반이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5. 크렉 글라이즈데일이 주장한 "해운업과 조선업의 발달"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미국은 해운업과 조선업이 쇠락한 지 이미 오래됐지만 여전히 세계경제의 패권을 쥐고 있고,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론은 환율전쟁에서 졌기때문에 쇠락했다는 것이다.  

시종일관 환율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논조는 즐거울정도로 놀랍다. 한국인이어서 다분히 주관적이겠지만 경제발전의 근원으로 동양을 시종일관 지목한 점도 신명나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러나 과거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면 보다 생생한 지식이 될터인 즉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후반부 우리나라 정권의 환율대응전략을 살펴보는 부분이라 하겠다. 김대중정권과 노무현정권과 현정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은 환율관리의 중요성을 현실감있게 조망한다.  

환율도 중요하지만 국가경제의 일익을 담당하는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써 이 책에서 놓지지 말아야 할 또 한가지 강조 포인트가 잇다면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의 유지관리를 꼽고싶다.  

이 책의 주제인 환율은 독자적으로 생성하고 움직이는 변수가 아닌 종속성이 강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쇠락 부분에서 그 중요성을 찾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 반도의 도시국가들은 중개무역으로 부를 축적했다. 이렇게 축적한 부는 금융업을 융성시켰으며, 금융업은 더 많은 부의 축적을 가능케 했다. 당연히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은 인근 지역에 비해 과대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 이후 돈의 가치가 높은 쪽으로 자본이 흘러감으로써 이탈리아 도시국가들과 경쟁관계에 있던 지역의 상업을 발달시켰다. 금융업이 발탕하자 사람들은 좀더 먼 지역에 대한 투자로 눈을 돌렸다. 그 첫번째 중심지역이 대양항해시대를 준비하던 이베리아 반도의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대양 항해시대를 열었던 데에는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에서 융성했던 금융업의 뒷받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또한 이탈리아 도시국가의 자본이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옮겨가자 그와 함게 배를 만드는 조선업 기술과 항해의 기술도 옮겨갔으며, 고급 인력들도 함께 옮겨갔다. 결국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성장잠재력과 국제 경쟁력은 점점 더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금융산업 발달 역시 족쇄역할을 했다. 금융산업의 발달은 다른 지역의 상업과 산업의 발달을 촉진시켰고, 이는 더 많은 부를 축적하게 함으로써 그 지역의 금융산업 발달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경제적 패권은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에서 이베리아 반도로 옮겨지고말았다.    

우리도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이다. 이탈리아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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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매튜 메이 지음, 박세연 옮김 / 살림Biz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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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100년만의 폭설이 내린 주에 평생에 남을 기억으로 2010년의 한해를 열자는 사장님의 강요로 설악산에 다녀왔다. 갈때는 정말 싫더니만, 설악산을 처음 가본 나는 엄청난 절경에 그야말로 심장이 멎을 정도로 놀랐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동양화의 그림들과 너무도 똑같았다. 흰 눈과 안개가 어울어진 여백의 미는 그야말로 우아한 자태 그 자체였다. 이 설악의 절경은 수년전 일본 벳부에서 보았던 만들어진 듯한 깨끗한 산과는 근본이 다른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었다.

이 책을 다 읽고 저자가 말하는 우아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아한 아이디어는 빼어나거나 뛰어난 아이디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일반적이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종류의 아이디어도 아닌, 그야말로 절제된 아이디어를 말한다. 심지어 저자는 남들처럼 할꺼면 차라리 하지마라고 과감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레오나드 다빈치가 그린 그림은 여백의 미를 살려서, 봐도봐도 신비한 느낌과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내용을 소개하는 부분은 '진중권의 미학오디세이'에서 읽고 무릅을 치면서 감탄했던 내용이다. 저자는 이것을 우아한 아이디어라고 표현한다. 약간 다르긴 하지만 이것이 현재로 넘어오면 애플의 아이폰 같은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제품에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애플 마니아들은 스티브잡스가 여백의 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인데, 남들이 모두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은 안하는 것과 같다는 스티브잡스의 철학을 바로 저자는 우아한 아이디어의 범주에 넣는다.  

솔직히 이 책의 첫장을 열었을때 상투적인 내용이 아닌가 해서 다소 염려스러웠다.그러나 살림출판사 책들은 한번도 끝까지 읽고 후회한 적이 없다는 믿음에서 조금씩 더 욕심을 내서 읽어보았다.    

결국, 책장을 넘길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예전에 읽었던 '100년전 한국사'(살림)처럼 새벽까지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들었다. 아마도 지금 우리 회사의 상황과 너무 비슷한 내용에 공감이 가서 그랬을 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회사는 독서교육을 하는 회사이다. 20년간 독서교육만을 고집한 것이 처음에는 다소 어리숙하게 느껴졌었다. 경쟁업체들이 공룡같은 덩치를 가진 것을 보면 배아프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순간 독서만을 고집하는 것에 매력을 갖게 되었다. 요즘같은 세상에 국어, 영어, 수학을 가르치는 얄팍한 교육회사들이 교육을 빌미로 돈을 벌어들이는 장사를 하는 것에 비하면 독서를 가르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인재를 책임진다는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회장님의 철학도 다른 장사꾼들과는 격부터가 달랐다고 느끼던 요즘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아한 아이디어라는 것은 바로 남들이 모두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남들이 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 그것이 바로 우아한 아이디어다.  

이렇게 유추해보면 구글이 하얀 맨바탕 홈페이지를 고수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우아한 아이디어인 셈이다. 아이팟이 다른 기본적인 기능을 버리고 튀는 성능만을 추가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것 역시 그러하지 않을까?  

샘솟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책은 아니지만 지금 내 모습에서 확신을 찾고 싶은 사람들은 분명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힘을 얻게된 나에게는 너무도 매력적인 문구를 적어본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작은 성과에 안주(satisfice)'하는 성향이 있다('satisfice'란 사이먼의 용어로서 'satisfy'와 'suffice'의 합성어이다). 그 과정에서 최고의 방법은 너무 찾기 힘들다거나, 노력을 들일 만큼 대단한 가지가 없다거나, 아니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이처럼 어느정도에 머무르려는 인간의 성향은 행동과 추가로 이어지고, 이때문에 우아함으로부터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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