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환율전쟁 - 환율이 경제를 움직인다
최용식 지음 / 새빛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환율이 오르면 위기라고 언론들이 왜 그렇게 걱정들을 하는지 막연했는데 이 책을 통해 환율이 바로 경기의 향방을 가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자 경제 전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MB정권이 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이라는 꿈같은 공약을 내세워 출범했고 그 핵심은 수출을 늘리는 정책이었다. 그리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환율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달러를 사들여 환율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던 것이다.  

그 덕분에 비록 일시적으로는 수출이 크게 증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 성장률은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된다. 환율이 상승하지 수입 원자재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더 심각한 것은 생산자 물가 상승률의 급격한 상승이었다.  

이와같은 진단에 대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금융시스템은 우리 몸의 혈관계와 비슷하다. 화폐를 발행하여 유통시키는 중앙은행은 우리 몸에서 피를 생산하는 등뼈이자 심장이고, 은행 등의금융시스템은 정맥과 동맥으로 이루어진 핏줄 역할을 한다. 그리고 금융시장에서 유통되는 통화는 경제에서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한다." 심지어 환율은 국가경제의 흥망성쇠까지 좌우한다.  

학교 다닐때 선생님들 가르침에 따르면 강대국들의 흥망은 대체로 정복과 공공집단의 편협한 이익추구와 폭동 등 기타 여러가지 원인들이 있다고 배웠다. 그리고 그런 변수들이 참 막연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저자는 이런 역사적인 분석들을 하나씩 분해한다.  

1. 올슨이 주장한 "공공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편협한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들의 대두"가 경제를 쇠락시킨 근본원인이라면 1970년대 이후 1980년대 까지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체하기만 했던 미국 경제가 1990년대 중반 이후 부흥을 이루어서 일본과독일을 다시 앞지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2. 폴 케네디가 주장한 '대외적 과잉팽창'은 분명희 경제쇠학의 중요한 원인중 하나다. 그렇지만 15세기에 번영을 누렸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나 중국에서 경제적 번영을 누렸던 송나라나 명나라, 이집트에서 번영을 누렸던 고대의 여러 왕국의 쇠락은 "대외적 과잉팽창"과 거리가 멀었다다.  

3. 킨들버거가 제기한 "국가의 생명주기"는 설득력이 있지만 이것만으로 국가경제의 흥망성쇠 과정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4. 윌리엄 번스타인이 주장한 "재산권의 확립, 과학적 합리주의, 자본시장의 활성화, 수송과 통신의 발달"도 경제가 발흥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계기를 마렸했다. 그렇지만 일반이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5. 크렉 글라이즈데일이 주장한 "해운업과 조선업의 발달"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미국은 해운업과 조선업이 쇠락한 지 이미 오래됐지만 여전히 세계경제의 패권을 쥐고 있고,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론은 환율전쟁에서 졌기때문에 쇠락했다는 것이다.  

시종일관 환율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논조는 즐거울정도로 놀랍다. 한국인이어서 다분히 주관적이겠지만 경제발전의 근원으로 동양을 시종일관 지목한 점도 신명나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러나 과거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면 보다 생생한 지식이 될터인 즉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후반부 우리나라 정권의 환율대응전략을 살펴보는 부분이라 하겠다. 김대중정권과 노무현정권과 현정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은 환율관리의 중요성을 현실감있게 조망한다.  

환율도 중요하지만 국가경제의 일익을 담당하는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써 이 책에서 놓지지 말아야 할 또 한가지 강조 포인트가 잇다면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의 유지관리를 꼽고싶다.  

이 책의 주제인 환율은 독자적으로 생성하고 움직이는 변수가 아닌 종속성이 강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쇠락 부분에서 그 중요성을 찾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 반도의 도시국가들은 중개무역으로 부를 축적했다. 이렇게 축적한 부는 금융업을 융성시켰으며, 금융업은 더 많은 부의 축적을 가능케 했다. 당연히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은 인근 지역에 비해 과대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 이후 돈의 가치가 높은 쪽으로 자본이 흘러감으로써 이탈리아 도시국가들과 경쟁관계에 있던 지역의 상업을 발달시켰다. 금융업이 발탕하자 사람들은 좀더 먼 지역에 대한 투자로 눈을 돌렸다. 그 첫번째 중심지역이 대양항해시대를 준비하던 이베리아 반도의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대양 항해시대를 열었던 데에는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에서 융성했던 금융업의 뒷받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또한 이탈리아 도시국가의 자본이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옮겨가자 그와 함게 배를 만드는 조선업 기술과 항해의 기술도 옮겨갔으며, 고급 인력들도 함께 옮겨갔다. 결국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성장잠재력과 국제 경쟁력은 점점 더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금융산업 발달 역시 족쇄역할을 했다. 금융산업의 발달은 다른 지역의 상업과 산업의 발달을 촉진시켰고, 이는 더 많은 부를 축적하게 함으로써 그 지역의 금융산업 발달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경제적 패권은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에서 이베리아 반도로 옮겨지고말았다.    

우리도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이다. 이탈리아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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