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테르부르크의 대가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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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한 것은 아니나 -본능적이었을지도- 여성작가들의 글들을 주로 읽어왔다는 것을 깨닫게해준 소설이다.
첫 부분에서부터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다잡게 만드는 남성적 서사들이 이어졌다. 요 몇년간 접해온 글들에서 느낄수 없었던 권위의 냄새..일반화하긴 어렵겠지만 문학적 폭력으로 내내 불편한 기분이었다. 작가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나의 편중된 독서 경향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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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들
앤 카슨 지음, 황유원 옮김 / 난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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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손에 들고 있는 이 책 -[짧은 이야기들]은, 내가제안하권대, 온타리오 북부 광산촌에서의 정신적 겨울을 젊은 시절의 카슨이 청년 시절에 구현해낸 것의 온전한 조형력에서 생겨난 슬래그 같은 시적 발화의 한 독특한 형태이다. 카슨이 활동 초기에 동시에 썼던 텍스트들을 오가며 읽어보는 것, "불가해하다"라는 말을 갈수록 더 듣고 있는 한 작가의 명성울 조사해보는 것, 지구물리학적이고 메타비주얼적인 세계에서의 격렬한 형성을 포함한 그의 문학적 태생의 과정들을 탐구해보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짧은 이야기들]에도 겹쌓여 있듯 카슨의 작품군은 들판, 그리고 공업이 발달한 온타리오의 기원을 반영하는 외과적이며 눈부시게 밝은 이미지의 기층을 계속해서 채굴하고 있다. 그리고 우연인지 고의-고전주의의 심술로 인한-인지는 모르겠으나,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이 2013년에 티민스 지하 2.4마일 지점의 심부채광 시추공에서 솟구쳐나오며 발견되었다.

2014년 서드베리에서
마거릿 크리스타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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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가능하다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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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폭력의 피해자가, 혹은 가해자가 되는 것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생각 없이 던진 말 한마디의 날선 칼, 억제할 수 없었던 공격적인 감정의 분출, 아닌 줄 알면서도 외부의 힘에 굴복하여 하게 되는 잔인한 행위. 나는 그러지 않겠다는, 혹은 그 희생자가 되지 않겠다는 굳은 마음이 무색해지는 순간들은 늘 존재한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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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파이어
카밀라 샴지 지음, 양미래 옮김 / 북레시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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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은 단 하나의 온전한 정체성을 대표하지 않는다. 무슬림국가들은 때로는 히잡을 착용할 것을 강제했고, 때로는 히잡을 벗을 것을 강제했다. 국가가 히잡을 여성 통제를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했던 시절과 히잡이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되어가는 시절 속에서. 히잡은 단순히 복종만이 아닌 ‘저항‘과 ‘번화‘의 상징까지 아우르는 복잡다단한 역사를 밝아왔다.
무슬림 정체성을 유지하지만 여성에 대한 억압에 무조건 복종하지 않는 이스마와 아니카의 히잡은 이처림 히잡과 연결된 억압의 역사와 정치성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더 나아가, 히잡을 쓰는 여성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섬불리 판단하기 이전에, 여성 개개인의 다층적인 의도나 삶을 편리하게 재단하는 외부의 가치판단과 여성을 바라보는 납작한 시선을 먼저 돌이켜보게 한다. ‘홈 파이어‘가 2018년 여성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데에는 테리를 비롯한 주체적이고 강인한 여성 인물과 가부장 문화로부터 자유로운 두 가족의 모습은 물론이고, 코란에 반영된 여성혐오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히잡 착용에 담긴 복잡한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이스마와 아니카의 삶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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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의 대가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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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선과 악, 진실과 허위, 정상과 비정상, 쾌락과 고통을 가르는 선을 넘나든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라면 그가 이 세상에서 하지 못할 짓이란 없다. 그는 파우스트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영혼을 팔았듯, 글을 쓰기 위해서라면 죽은 아들 파벨도 팔 것이며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도 팔 것이고, 자신의 영혼도 팔 것이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은 배반하는 것이고, 변절하는 것이다. 그는 펜이 춤추는 대로 진실을 왜곡할 수도 있고. 아이들을 어두운 곳으로 데리고 갈 수도 있고 악마와 거래를 할 수도 있다. 그의 영혼에 균열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페테르부르크의 대가]의 결말에 이르면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이 창조한 이반이나 스타브로긴의 경우처럼 헛것을 보게 된다. 아니, 그것은 더이상 헛것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것은 파벨도 아니고 네차예프도 아니며, 그리스도도 아니고 진실도 아니다. 그것은 악마다.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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