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모르는 사람들이 전쟁을 이야기한다. 전쟁을 모르는 대통령이, 국방장관이...사단장이, 사령관이...전쟁을 이야기한다. 그들에게 전쟁은 직업이 되었다.

우리는 전쟁이 없는 세상을 알지 못했다. 전쟁의 세상이 우리가 아는유일한 세상이었고 전쟁의 사람들이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지금도 다른 세상이나 다른 세상의 사람들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다른 세상, 다른 세상 사람들은 정말 존재하기나 했던 걸까?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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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하의 것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호영 옮김 / 녹색광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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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렉의 책 중 두번째로 읽은 책이다. 그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사물들]을 만났을 때의 당황과는 다른 마음의 준비로 시작한 페렉 다시 읽기! 언어사용실험, 자전적인 글을 쓰기 위한 훈련..뭐 이런 차원으로 그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수월하다. 그러나 그 이면의 의도를 찾으려는 나의 강박적 읽기가 한사코 밑줄을 긋고야 말겠다고...

유럽 대륙에서 건너온 여행자가 처음 런던에 도착하면 두 가지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다. 첫 번째는 그의 반사 행동과 관계된다. 여행자는 길을 건너기 전에 본능적으로 왼쪽을 쳐다보겠지만, 차들은 그의 오른쪽에서 온다. 그의 목 근육이 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데에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아주 작은 차이 때문에 런던은 우리에게 정말로 ‘외국‘ 도시처럼 보이게 된다. - P127

낡았지만 놀랍도록 빠른 지하철들이 하루 종일 사방으로 교차하는 이 거대한 도시에서, 우리는 결국 아주 작은 부분만을 보고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히드로 공항으로 우리를 태우고 가는 버스가 아주 잠깐 엿보게 해주는 그 순간 동안만 반분리형 전원주택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는 광활한 교외를 어렴풋이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결코 런던을 제대로 알지 못하겠지만, 런던과의 친분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단편적이고 한가로운 산책들에서 오랫동안 지울 수 없는 추억들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 P135

이 세계의 위대한 인물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실제로는 침묵, 침착함 그리고 신중함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공간에 대해 말하자면, 아마도 깊은 명상에 잡긴 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할 것이다. 물론 인터폰의 경우도, 비서를 시켜 누구에게 전화를 걸거나 아무개와의 약속을 취소하게 하고, 자신에게 또 다른 아무개하고의 점심 약속과 오후 5시 콩코드 광장에서의 약속을 상기시키게 하고, 알카 셀체를 가져다 달라고 하거나 베르제를 보내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면 족하다. 정상 회담을 위해서는 안락의자 두세 개 정도만 있으면 총분하다. 하지만 그들의 공간에는 행정 업무의 고된 현실이나 관료들의 낮 두꺼운 술책들을 상기시키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타자기도
없고, 걸어 놓은 파일들도 없으며, 스테이플러이나 접착제 통, 토시(덧붙여 말하자면, 요즘에는 흔히 볼 수 없는 것)도 없다.
여기서는 단지 생각하고, 구상하고, 결정하고, 협상하는 것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충실한 노동자들이 아래층에서 성실하게 수행할 모든 하급의 일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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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초판본, 양장)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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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中 : 스토너의 삶은 누군가의 지적처럼 ‘실패‘에 더 가깝다고볼 수도 있다. 그는 학자로서 명성을 떨치지 못했고, 교육자로서 학생들의 안정을받지도 못했으며, 사랑에 성공하지도 못했다. 그는 선하고 참을성 많고 성실한 성격이었으나 현명하다고 하기는 힘들었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애잔하지만 그를 섣불리 실패자로 낙인찍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질문 때문이다. 그는 삶을 관조하는 자였다. -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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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초판본, 양장)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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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담담하고 무심한 죽음이라니!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원한다면 그들을 무시할 수도 있었다. 세상의 모든 시간이 그의 것이었다.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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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초판본, 양장)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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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간이 신앙을 갖게 되면서 죽음을 더 두려워하게 된 건지도...

로마의 서정시인들이 죽음을 삶의 현실로 편안하고 우아하게 받아들인 것에 다시 의아함을 느꼈다. 그들은 무(無)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살면서 즐겼던 풍요로움에 바치는 공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반면 기독교 시대에 라틴 전통을 따라 시를 쓰던 후세의 시인들 중 일부의 작품에는 거의 감춰지지 않은 증오, 쓰라림,공포가 드러나 있는 것이 신기했다. 그들은 비록 모호한 약속이기는 하나 풍요롭고 황홀한 영생의 약속으로 그런 감정이 드러난 것을 보면, 마치 죽음과 영생의 약속이 삶을 망가뜨리는 못된 장난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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