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선과 악, 진실과 허위, 정상과 비정상, 쾌락과 고통을 가르는 선을 넘나든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라면 그가 이 세상에서 하지 못할 짓이란 없다. 그는 파우스트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영혼을 팔았듯, 글을 쓰기 위해서라면 죽은 아들 파벨도 팔 것이며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도 팔 것이고, 자신의 영혼도 팔 것이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은 배반하는 것이고, 변절하는 것이다. 그는 펜이 춤추는 대로 진실을 왜곡할 수도 있고. 아이들을 어두운 곳으로 데리고 갈 수도 있고 악마와 거래를 할 수도 있다. 그의 영혼에 균열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페테르부르크의 대가]의 결말에 이르면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이 창조한 이반이나 스타브로긴의 경우처럼 헛것을 보게 된다. 아니, 그것은 더이상 헛것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것은 파벨도 아니고 네차예프도 아니며, 그리스도도 아니고 진실도 아니다. 그것은 악마다. - P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