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없이 날들이 계속되고 있고, 그 와중에 한국까지 다녀오느라 4월에는 신간 정리를 빼먹었다. 덕분에 쟁여 놓은 책들이 좀 있어 이번 책소개는 꽤 풍성할 듯 하다. 날씨도 점점 따뜻해지고 하니, 선선한 바람과 햇빛 아래서 책이나 읽으며 뒤굴거릴 수 있는 주말 오후가 기다려진다.

Caleb's Crossing
- 소설 / Geraldine Brooks / Viking Press 

[People of the book] 의 저자 Geraldine Brooks 의 신작이 나왔다. 이번 작품의 중심 인물은 미 원주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하버드를 졸업한 Caleb 이라는 실존 인물이다. 여기에 작가는 Bethia 라는 백인 여성을 화자로 등장시키는데, 그녀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나은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했기 때문에 Caleb 이 겪는 고난을 함께 공감하며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게 된다. 


The Beauty of Humanity Movement
- 소설 / Camilla Gibb / Penguin Press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베트남은 나에게 가장 관심이 가는 나라 중 하나이다. 즐겨 찾는 쌀국수(Pho) 집에 가면 벽에 하노이 시내 풍경이 벽화로 그려져 있는데, 서구문명과 전통이 묘하게 뒤엉켜 있는 모습이 늘 신선하게 다가오곤 한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 중 한 명도 쌀국수를 파는 사람이다. 3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베트남전 전후부터 현대 베트남을 아우르는 시간을 다룬다고 하는데, "미국 작가가 쓴 베트남 소설" 이라는 한계를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Life Times : Stories, 1952-2007
- 단편집 / Nadine Gordimer / Farrar Straus & Giroux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대표하는 또 한 명의 작가 나딘 고디머의 단편 모음집이다. 부끄럽게도 아직 고디머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지라 그녀가 어떤 스타일의 작가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9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운 활동가라는 점,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온갖 모순들로부터 결코 눈을 돌리지 않았던 작가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고 생각이 된다. 


Selected Shorts and Other Methods of Time Travel
- 단편 / David Goodberg / Blue World Publications 

단편집이기는 한데, 전체가 하나의 기본 컨셉을 공유하고 있으니 에피소드 모음이라고 말해도 무방하겠다. 2051년, 상업적 시간 여행이 보편화 된 미래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구성한다. 귀여운 삽화와 코믹한 내용, 기발한 상상력이 어우러져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으로 보인다. 참고로 아마존 별점도 매우 좋다. :) 

 
Reading Lips : A Memoir of Kisses
- 회고록 / Claudia Sternbach / Unbridled Books 

제목만 보면 무슨 독순술 책인가 싶겠지만,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키스에 얽힌 기억들을 모은 일종의 회고록이다. 첫 키스, 할 뻔했던 키스, 이마에 남겨진 키스 등 키스는 인간과 인간이 나누는 가장 긴밀한 형태의 스킨쉽 중 하나라는 점에서 분명 각별하기는 하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모두들 자기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 내겠지.. 


Reading My Father
- 회고록 / Alexandra Styron / Scribner 

미국의 작가 윌리엄 스타이런의 딸이 쓴 아버지에 대한 회고록. 윌리엄 스타이런 또한 아직 내가 읽어 보지 못한 작가라서 딱히 크게 관심이 간 책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자식이 바라본 대가" 류의 책들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측면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살아서는 타블로이드 기사의 소재고, 죽어서는 회고록의 소재가 된다는 차이가 있을 뿐. 


The Anti-Romantic Child : A Story of Unexpected Joy
- 아동 / Priscilla Gilman / Harper 

아이를 가졌을 때, 저자는 예일 대학에서 워즈워스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 또한 예일 출신이자 연극 비평가였고, 따라서 이들 부부는 당연히 자신들의 아이가 자신들을 닮아 문학을 사랑하는 책벌레로 자라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아이는 숫자와 문자에 비범한 능력을 보이기는 하지만 산만하고 말뜻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증세를 보이는 아이로 자라났는데, 진단 결과 hyperlexia(초독서증?) 라는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이야기는 부모가 자신들과 전혀 다른 성격의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워내는 과정을 (아마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Deep Future : The Next 100,000 Years of Life on Earth
- 환경 / Curt Stager / Thomas Dunne Books 

기후변화는 날씨에 비해 긴 주기의 변화를 의미한다고는 하지만, 근래 들어 부쩍 날씨들이 험악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사실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 기후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향후 10만년 동안에는 과연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까? 그리고 지금 인간들은 과연 그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상상력인건 분명한데, 과연 인간이 10만년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별로 믿음이 안 간다 -0- 


The House of Wisdom
- 역사 / Jum Al-Khalili / Penguin Press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로빈 훗]을 보면 로빈 훗의 아랍인 동료가 망원경을 사용하자 로빈 훗이 엄청 신기해 하는데, 아랍인 동료가 이를 보고 "야만인들" 이라며 비웃는 장면이 나온다. 아닌게 아니라 중세 아랍의 문명은 유럽보다 훨씬 앞서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이 지닌 지식이 십자군 전쟁의 결과 유럽으로 유입되면서 르네상스의 기반을 쌓았다고도 할 수 있다. 아랍 문명이 서구 문명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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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1-05-05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커버 이미지들이 잘 보이나요? 여기서는 어째 이미지가 잘 안 뜨네요 -_-;

치니 2011-05-05 11:39   좋아요 0 | URL
안 보여요, 모두 엑스 표시.

turnleft 2011-05-06 02:33   좋아요 0 | URL
음.. 아마 알라딘 커버이미지 DB 쪽에 문제가 좀 있나봐요. 해당 책 정보 페이지에 들어가도 안 나오는군요 -_-a

마노아 2011-05-0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지는 딱 두 개 보여요. 영어 제목은 원서로 읽는 거죠?
미국 작가가 쓴 베트남 소설의 한계가 어떻게 극복되는지 저도 궁금해요!

turnleft 2011-05-06 02:34   좋아요 0 | URL
미국 애들이 좀 자기중심적이라 다른 문화 이야기를 지들 식으로 해석하고 풀어가는 경우들이 많거든요. 그런 책 읽으면 기분이 나빠져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