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일수가 적어서 그런지 유난히 빨리 지나가는 기분이 든다. 어느새 2월의 마지막 주. 서둘러 2월의 관심도서를 정리해 본다.

늘 그렇듯, 여기 정리하는 책들이 반드시 신간인 것은 아니다. 서점을 돌아다니다가 눈에 들어오는 책들을 정리해 놓는건데, 아무래도 커버가 드러난 형태로 진열된 책들 중심으로 보다보니 그때 그때 서점의 진열 컨셉에 많이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시의성보다는 아, 이런 책들도 있구나 하는 식으로 읽어주시길.


While Mortals Sleep

- 단편집 / Kurt Vonnegut / Delacorte Press

작고한 커트 보네거트의 미공개작들이 속속 책으로 묶여서 나오고 있다. 이런 유작들을 볼 때마가 종종 궁금한 것은, 과연 작가가 이 작품들이 공개되기를 원했을까 하는 점이다. 그를 사랑하는 독자들이야 그의 작품을 이렇게라도 더 만날 수 있는게 반갑겠지만, 공개하지 않은데는 그 작가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만약 내가 작가라면, 내 유언장에 미공개 작들은 모두 태워버리라고 남겼을 것 같구만..


The Box
- 소설 / Gunter Grass / Houghton Mifflin Harcourt

독일의 거장 귄터 그라스의 신작이다. 한 유명한 작가의 8명의 자식들(여러 명의 부인으로부터 태어난)이 모여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술회하고, 한 사진작가가 오래된 아그파 카메라로 이를 기록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소설인데, 귄터 그라스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자식의 눈으로 본 아버지, 라는 설정은 일종의 거리두기 효과를 가져오면서 작가의 삶과 독일의 근현대사를 하나의 렌즈를 통해 조망하는 멋진 소설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A Cup of Friendship
- 소설 / Deborah Rodriguez / Ballantine Books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카불의 한 커피숍을 배경으로 커피숍을 드나드는 다양한 인물의 시각에서 에피소드들을 풀어 나간다. 전통과 전쟁이라는 이중의 폭력 속에서 살아가는 아프간 여성들의 삶이 주된 소재가 된다. 작가의 소설 데뷔작인데, 소설은 아니지만 전작인 Kabul Beauty School 에서부터의 문제의식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Mourning Diary
- 회고록 / Roland Barthes / Hill and Wang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가 번역되어 나왔다. 1977년 10월 그의 어머니가 죽은 다음날부터 약 2년에 걸쳐 바르트는 조그마한 색인 카드에 그의 어머니에 관한 기억들, 그리고 그 자신의 감정들을 일기처럼 적으며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했다. 짤막한 단상들의 묶음이지만, 관계에 대한, 그리고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바르트 그 자신은 1980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The Tell-Tale Brain
- 과학 / V.S.Ramachandran / W.W.Norton & Company

간단히 정리하자면,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분하게 만드는 특징을 신경의학, 특히 뇌과학의 관점에서 접근한 글이다. 언어의 사용하고 문명을 건설하고, 예술품을 만들고 감상하는 행위는 분명 다른 동물들과 구분되는 인간만의 행위이다. 그렇다면 진화의 어떤 결과들이 이러한 독특한 행위를 가능케 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은 무척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인간의 몸만큼 큰 미스테리도 드물다.


The Clockwork Universe
- 과학사 / Edward Dolnick / Harper

물리학의 아버지라 불리웠던 뉴튼은 동시에 연금술에 심취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늘의 우리가 언뜻 듣기에 모순되어 보이는 이 합리성과 비합리성의 공존은 사실 신적 질서가 막 해체되고 이성적 사유가 자리잡던 17세기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발상에 가까웠던 것 같다. 이 책은 17세기 과학 혁명의 시기의 일련의 과학자들(뉴튼 포함)이 보였던 다양한 면모들을 통해 과학 혁명이 인류의 정신 세계에 미친 영향을 탐구해 나간다.


The Googlization of Everything
- IT / Siva Vaidhyanathan / Univ of California Press

부제로 (and why we should worry) 라고 붙어 있다. 어느 순간 거대한 공룡으로 자라나 인터넷의 거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구글에 대한 경고를 담은 책이다. 정확한 논지는 잘 파악이 안 되었는데, 대충 구글이라는 단일 기업이 정보의 진입로 역할을 하면서 정보를 서열화 해버리는데 대한 경고로 읽힌다. 구글이 어떤 악의를 가지고 정보를 조작한다는 뜻이 아니라, 구글의 특정 알고리즘이 어떤 정보가 우리에게 더 유익한지를 미리 결정해 버린다는 점, 그로 인해 정보의 생태계가 그 다양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고민해 볼만한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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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2-2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요@@

turnleft 2011-02-23 13:03   좋아요 0 | URL
그쵸? 이번 달은 유난히 맘에 드는 책이 많았던 듯. 뭐부터 읽어볼까요?

... 2011-02-2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트 보네거트의 미공개작에 대한 생각은 저도 같아요. 좀 놔두면 안 되나?

그나저나 보더스는 이제 어찌 된답니까?기사가 한창 뜨던데.. 이제 오프대형서점은 B&N 천하인가요?

turnleft 2011-02-24 03:08   좋아요 0 | URL
파산 신청을 했는데, 200개 점포 정도를 닫고 일단 당분간 운영을 계속하기는 할건가 보네요. B&N 하나만 남긴 해도 사실 대세는 이미 아마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