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서가는 지나치게 스릴러, 공포 등으로 채워지는 경향이 있어서 그리 내 흥미를 끌지는 못한다. 띄엄띄엄 둘러보며 모아 본 책은 고작 7권. 물론 책 읽는 속도는 그보다 훨씬 느리니 눈에 띄는 책이 적다고 불평한 일은 절대 아니지만 말이다.

The Tower, the Zoo and the Tortoise
- 소설 / Julia Stuart / Random House 

첫 책은 귀엽고 웃기면서도 따뜻한 책으로 시작해 보자. 주인공은 런던 타워의 근위병으로 아내와 180살 먹은 거북이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날 여왕이 선물받은 동물들을 런던 타워에 살도록 하면서 온갖 동물들이 그의 관리 하게 들어오게 되는데... 당연히 각종 동물들과 얽히는 좌충우돌이 이야기의 한 축을 자리할테고, 런던 타워에 얽힌 역사, 그리고 주인공 부부가 겪은 상실을 치유해가는 과정이 다른 축을 형성한다. 옆의 표지는 미국판 표지인데, 개인적으론 좀 더 회화적인 느낌의 영국판 표지가 더 마음에 든다. 


Memory Wall
- 단편집 / Anthony Doerr / Scribner 

개인적으로는 처음 보는 작가인데, 굉장히 평이 좋다. Olive Kitteridge 처럼 느슨하게(?) 연결된 단편들인데, 세계의 여러 장소들(그 중 한 단편은 한국의 DMZ 을 배경으로 한다고 한다)을 배경으로 하면서 단편들간의 연결이 매우 매끄럽다고 하니 과연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엮어 놨을지가 궁금해진다. 표지에 암모나이트 화석이 보이는데, 작가의 전작 역시 화석과 관련된 책이라고 하니, 꽤 그 방면으로 specialty 가 있는 작가인 것 같다. 


Displaced Persons
- 소설 / Ghita Schwarz / William Morrow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65 년이 되는 해지이만, 여전히 아우슈비츠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아우슈비츠 자체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은 없지만, "아우슈비츠 이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 극단의 경험이 개개인에게 가한 트라우마가 당사자와 그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되풀이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말이다. 이 소설은 그 아우슈비츠 생존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The Fever : How Malaria Has Ruled Humankind for 500,000 Years
- 과학 / Sonia Shah / Farrar Straus & Giroux 

대표적인 여름 불청객인 모기(요즘은 겨울 모기도 많다지만)와 연관된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귀찮은 존재 정도일지 모르지만, 다른 지역에서 모기는 생과 사의 문제이기도 했다.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 때문. 이 책은 말라리아라는 질병이 인류사에 끼친 영향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그 긴 말라리아와의 투쟁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난한 나라들에서 비위생적인 환경과 의약품의 부족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The Murder Room
- 범죄 / Michael Capuzzo / Gotham 

딱 범죄 소설 같은 제목인데, 논픽션이다. 부제가 "셜록 홈즈의 후예들이 모여 세상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미결 사건들을 풀다"라고 붙어 있는데, Vidocq Society 라는 범죄해결단체(?) 이야기다. 추리소설 팬들이라면 알고 있을 수도 있겠는데, Vidocq Society 는 필라델피아에서 구성된 범죄 전문가 모임이라고 한다. 심리학자, 프로파일러, 전직 수사관 등으로 구성된 이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갖고 미결 사건들의 기록을 함께 검토해 새로운 증거 등을 찾아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이 느껴지는 책일 듯 하다. 


Zoo Story : Life in the Garden of Captives
- 동물 / Thomas French / Hyperion 

쉽지 않은 질문들 : 동물원은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희귀동물 보호나 교육 등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지 다른 형태의 쇼 비지니스일 뿐인가? 동물들은 과연 동물원에 잡혀 있는 것으로 보호를 받는가? 이 책에 실린 여러 실제 사례들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들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풍부한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Packing for Mars : The Curious Science of Life in the Void
- 넌픽션 / Mary Roach / W.W.Norton 

우주여행은 아직도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서 우리는 우주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여전히 하나의 스펙터클로 대한다. 거대한 로켓, 우주비행사들이 받는 어마어마한 훈련, 여차하면 한 줌의 먼지로 화할 수도 있는 위험 등. 근데, 우주여행도 결국 인간의 이야기다. 예컨데 (책 소개에 따르면) 무중력 상태에서 대화할 때 상대와 거꾸로 서서 이야기를 하면 무례한 것으로 간주된다던가, 2주 지난 우주선에서는 어떤 꼬질꼬질한 냄새가 난다던가 하는.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려 주는 책. 아마존 8월의 책으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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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08-1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참으로 다양한 리스트! 말라리아 이야기까지 읽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

turnleft 2010-08-10 21:43   좋아요 0 | URL
흐흐.. 그냥 눈에 띄는대로 챙겨놓는지라. 제 모토가 "좌충우돌 책읽기" 잖아요;;

... 2010-08-10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urnleft님, 가지고 계신 kindle이요 얼마나 자주 이용하시게 되던가요?

바라던 9.7인치짜리 킨들dx가 결국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꿩대신 닭으로 6인치 free 3G + wi-fi를 살까말까 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킨들 하드커버가격도 초반에 9.99달러에서 11.99로 오른데다가 괜히 사두고 버릇대로 그냥 종이책 주문해서 보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건 그렇고 저도 가끔 자체적으로 신간소설 정리를 하긴 하는데 turnleft님이 뽑으신 책과는 여지껏 딱 한 개만 겹친다는... ^^;;

turnleft 2010-08-10 21:49   좋아요 0 | URL
음, 결론부터 말하면 잘 안 쓰게 되요 -_-;

일단 여기서는 영어책 구하는게 어렵지가 않고, 제 자신이 종이책을 훠어어얼씬 선호하는 탓도 크구요. 한국책을 차라리 이북으로 볼까 해서 킨들에 한글 나오게 하는데까지는 성공했는데, 정작 중요한 컨텐츠를 구할 방법이 없네요. 한국 서점들에서 파는 ePub 은 DRM 이 걸려 있어서 자신들이 지원하는 이북리더 외에서는 쓸 수가 없네요.

영문책을 읽는게 목적이라면 새로 나온 킨들도 좋은 선택이라고 봐요. 한글책을 원한다면 아마존에서 한글책을 팔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으니 피하시는게 좋구요. 저는 양쪽을 다 원하는데 영 여의치가 않군요 ㅠ_ㅠ

브론테님은 취향이 확실하시니 보시는 책들이 있을거구요, 저는 워낙 이것저것 대중 없이 손을 대다보니 서로 겹치는게 없는 것 같네요. 뭐 나름 정보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좋은 일인지도 ^^;;

... 2010-08-11 18:1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도 종이책을 전적으로 선호하기 때문에 한국책은 이북으로 볼 생각 전혀 없구요, 갓 나온 외서신간을 하드커버로 사자니 너무 비싸고 페이퍼북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니 너무 텀이 길고 해서 킨들책으로 사버리자! 했지요. 게다가 책말고 일과 관련해서 볼 것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화면이 더 큰 킨들DX를 구매해 볼까 하고 생각했더랬어요. 킨들을 구입하면 영자신문과 잡지 몇 개도 같이 구독해 주리라, 막 이러기도 했구요. 그래서 요즘 킨들 and/or 아이패드 and/or 스마트폰 --> 이들의 조합은 빼보고 더 하고 난리랍니다. 이러다가 세월은 가고 계속 종이책만 들고 있는 상황이 벌어질 듯 해요.

TurnLeft님께는 반대로 더 절실한게 한국책일텐데, 한국책은 말씀하신 대로 컨텐츠가 너무 좌절스러워서... (킨들에서는 한국책을 읽을 수가 없군요!)

답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