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ttle QueerFest 2007 행사 중 언니(?)들의 Dream Girls 공연.

예전에 꽤 인상깊게 봤던 영화 중 하나가 <타인의 취향>이라는 영화였는데(사실 다시 보려고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대여기간 내에 보지 못하고 결국 그냥 돌려줬다. 흠흠;;), 영화 내용하고는 별개로 나는 이 <타인의 취향>이라는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었다. 나랑 취향이 다르다고 해도 그걸 인정해줄 줄 알아야 한다.. 뭐랄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스스로가 대견하지 않은가 싶어 으쓱했었던 것 같다.

근데, 그냥 그런 사람들이 있다더라, 라는 지식과 실제 그런 사람들을 눈 앞에서 바라보며 이야기하는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더라. 솔직히, 난 그들에게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여자가 되고 싶다는(이건 사실 취향이라기보다는 정체성의 문제지만) 것도, 화장을 해서 예뻐보이고 싶다는 것도 "그럴 수도 있다"고 인정해버리기는 쉬운데, 그게 도무지 어떤 느낌인지 와 닿지가 않는거다. 생각해보니 <타인의 취향>은 결국 그저 "타인"의 취향일 뿐 내 취향이 될 수는 없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언제 "이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걸까 싶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언니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춤솜씨를 마음껏 뽐내기 시작했다. 환호하는 사람들. 그들의 환호에 얼굴 가득 웃음을 싣고 더욱 열정적으로 공연하는 사람들. 그들은... 그래, 참 행복해 하더라. 나 따위가 그들을 이해하든 말든, 그들은 자기들이 하고 싶은걸 하면서,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면서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들의 행복을 내가 인정하고 말고가 어딨나. 그건 이해를 가장한 오만이었다. 나는 '다수'에 속한다는 안도감이 허락했던 배부른 관용.

공연이 끝나고, 당신들의 행복할 권리 앞에 나는 박수로 화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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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05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때론 더 중요한것 같아요.. 설사 이해되기는 어려워도.. 그래도 그걸 받아들이려 한다는 게 어디예요 ..그쵸? !

turnleft 2007-08-06 01:45   좋아요 0 | URL
그쵸. 이해가 되건 안되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겠죠. 하지만, 또 모든걸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고민이 남아요. 전두환을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 기준이 무엇인가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전두환의 경우야 워낙 극단적이라 할 말이 있지만, 좀 더 미묘한 경우들도 많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이번 아프간 선교도 종교적 신념을 실천할 자유와 그 외의 많은 이유들이 상충하는 경우인데, 막무가내로 신념의 자유가 우선한다고 밀어붙이는 것도 문제지만 거꾸로 손쉽게 '니들이 잘못한거야'라고 단정지을 수만도 없다고 봐요. 충돌하는 자유 사이의 조정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과제인데, 상황이 엄혹해서 그런지 별다른 고민 없이 일방적인 비난과 또 그에 대한 일방적인 반응만이 난무하는 것 같아서 참 답답하더군요. 수경님 말처럼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