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위병
션판 지음, 이상원 옮김 / 황소자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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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판,

1966년 열두살때 문화혁명을 맞아 '만리장성 투쟁조'라는 홍위병 조직을 만들고 (火)

마오쩌둥의 명령으로 시골 마을에 내려가 험란한 농부의 삶을 살고 (土)

원인 모를 자살과 전염병이 돌고 있는 동풍비항공창이라는 공장에서 기술자로 일하고 (金)

그 속에서도 끊임없이 공부하여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木)

간첩 행위에 연루되어 비밀경찰의 심문도 받고, '베이징의 봄' 때는 시위에도 연루되고

이빨이 썩어들어가는 최악의 수질을 자랑하는 지방에서 학교 강사로 있다가 (水)

설사병을 위장하여 끝내 미국 유학길에 올라 돈 한푼없이 공부하여 교수로 있는 사람.

이 사람 글 참 잘 쓴다.

자신의 진기한 경험을 죄다 쏟아부어 진실성이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같이 흥분하고 분노하고 기뻐하면서 공감했다. 중국의 문화혁명 시기의 좌절감과 패배감은 공산주의 사상이 현재 중국에서 얼마나 변질되고 악용되고 있는가를 충분히 느끼게 해 주었고 그 좌절감을 극복해낸 션판이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436페이지에 이르는 약간은 두꺼운 책이지만 이 사람의 문장력에 빠져들어 헤어나오질 못했다. 무척 흥미로운 책이고 중국의 은밀한 내면을 엿본듯한 쾌감까지 선사한다.

매일 반복된 일상에 찌든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고 션판같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싶다는 충동까지 생긴다. (물론 내가 이런상황이었다면 결코 이겨내지 못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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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 전2권 세트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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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베스트 셀러라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스릴러라서 읽어봐야한다는 의무감에 책을 샀다.

무척 빨리 읽혔다. 4일만에 2권을 다 읽었으니... 4일동안 꼬박 새벽4시에 잤다.

다빈치의 상징 풍부한 그림들과 성배(聖盃)를 찾아 떠나는 모험.

다빈치 코드의 작가는 방대한 지식과 음모를 스릴러로 잘 풀어내었다.

예수그리스도의 가계를 밝히고 그동안 기독교가 여성을 얼마나 억압하며 이도교를 배제해 왔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굉장한 소설임이 틀림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상한 꿈을 꾸었다.

아래 꿈 내용----


에셔의 그림

 

 

 

 

 

 

 

 

 

 

 

책상에 앉아서 그림들을 계속 보고 있었다.
그 그림들은 천사들이 날아다니는 그림이었고 어떤사람이 물었다.
무엇이 보이냐고.
난 천사들이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다시 잘 보라고,.. 다른게 보일꺼라 했다.
다시 자세히 시각을 다시 해서 보니까 악마들의 그림이었다.
마치 위에 있는 에셔의 그림처럼...
그런류의 그림들을 계속 보면서 그 속에 있는 악마를 찾아내고 있었다. 마치 내가 그런 교육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교육을 다 마치고 거리로 나왔는데 영화포스터, 간판 그림, 건물의 모양 등등 눈에 보이는 모든것에 숨겨진 상징들이 보이는 것이었다.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꿈에서 깼다.

에셔에 관해서는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괴델, 에셔, 바흐>를 보면 잘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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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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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소설이지만 여태것 읽지 못했다.

그래서 큰맘먹고(가격은 싸지만) 샀다.

퇴학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방황하는 고등학생 이야기인데 어딜가나 맘에 들지 않는 일들만 일어난다.

'우울하다.'

' 미친 것이다.'

 라는 말로 점철된 정말 우울한 이야기다.

이 책을 읽고 미치지 않은 것 만으로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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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판매 주식회사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2
로버트 셰클리 지음, 송경아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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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되었다. 초등학교 때 읽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이다. 당시에 2-3번도 더 읽었던 것 같다. 마음(영혼)을 이식하고 몸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나아가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이 책에 왠지 끌리고 있었다.

이러한 감동을 간직한 채 10여년을 지나온 지금 이 책이 다시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바로 구매를 했다.  성인이 다 된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아동용 도서와는 다르겠지 하며 책을 집어들었다.

주인공은 20세기에 차 사고로 인해 죽게 되지만 22세기에 다른 사람의 몸에서 살아나게 된다. 22세기는 영혼을 과학적으로 규명하여 돈만 있으면 내세에 들어갈 수 있는 세상이다. 주인공은 내세를 얻었을 때 곧 죽어도 될 것처럼 의기양양해진다.

내세주식회사가 있고 그 회사에서는 사람들에게 내세를 판매하고 있다. 곧 '불사판매주식회사'다. 내세를 살 수 있는 돈은 엄청나게 많이 든다. 당연히 부자만이 영원한 삶, 내세를 얻을 수 있다. (22세기에도 자본주의는 깨지지 않았군) 내세를 얻은 사람은 희한한 방법으로 죽기도 하고, 자살부스에 들어가 죽기도 한다. 이 사회에서는 죽음을 종말로 인식하지 않았고 죽음은 다음세계로 가는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

주인공은 내세를 얻음으로써 갖은 고초를 초래하였고, 결국 20세기 식으로 살길 원하게 된다. 뉴욕과 가능한 멀리 떨어지 곳으로 가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사용하게 되는데 그 방법이란 '이식'이었다. 이식이란 몸과 마음을 분리하여 마음을 이리저리 다른 사람의 몸에서 몸으로 옮겨다니게 하는 것이다. 이식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 그 사람의 느낌, 감정, 감각, 생각까지 느끼며 여행하게 된다. (참으로 기발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마음 이식, 내세, 영혼, 좀비 등의 주제에 다가간 시선이 새롭다.

내가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느끼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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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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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와 '섹스'라는 단어를 접하고 '성에'라는 제목의 김형경씨의 소설은 나에게 왔다.

나는 이 소설에 대해 크게 2가지만 이야기하고 싶다.

하나는 죽음에 가까운, 죽음에 이르는 '에로티즘'에 관한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그것을 동물의 보편적인 원리인 '종족보존'으로 이야기하는 쓰기 방법에 관한 것이다.

97년 조르주 바타이유(당시표기-죠르쥬 바따이유)의 『에로티즘』이라는 책을 읽었을 땐 나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은밀했고 화두로 꺼내기 두려운 단어인 에로티즘, 싸드, 금기에 대한 얘기였다. 이 책에서 바타이유는 에로티즘을 '죽음까지 파고드는 삶'이라고 했고 성욕과 살해욕의 관계, 에로티즘과 죽음과의 관계를 절실히 드러내었다. 그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장정일 소설집 『아담이 눈뜰 때』를 읽게 되었고 책 속 단편 중 「제7일」에서 섹스에 탐닉하다 못해 서로를 죽이게 되는 주인공들을 보았다.(장정일은 바타이유의 <에로티즘>을 보고 썼다고 한다)

이렇듯 에로티즘은 죽음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에로티즘의 극단에는 사디즘, 마조히즘이 살아있으며 더이상 나아가지 못할 정도가 되면 서로 죽일수도 있을 것 같다. <성에>에서처럼 시체 옆에서 서로의 육체에 대한 탐닉이 시작되었다면 끝간데까지 갈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낸 저자가 대단하다. 그런데 작가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시체들의 상황 또한 범상치 않게 그려 놓았다.

이쯤에서 두번째 화두인 '종족보존'으로 넘어가자. 3명의 인간과 4가지 자연물은 종족보존에 대한 서로의 견해를 표명한다. 그러면서 일부일처제의 현실불가능성을 이야기하고 또한 피할 수 없는 종족보존의 원리에 의한 뿌리찾기를 시도한다.

2인 3각을 하듯 아슬아슬하지만 공평한 성적 분배를 하는 여인, 한쪽에서 독차지 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는 두 남자, 그 모든 상황을 바라보는 참나무, 박새, 청설모, 바람의 시선, 저자는 이 모든 것을 적당히 버무려 놓았다. 인간만이 시행하는 일부일처제에 대하여, 바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종족보존의 희구... 작자는 생물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동물들의 짝짓기를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한다....

결국 여인이 임신을 하게 되었고 2인 3각 플레이는 결국 깨져버리고 만다. 적절히 융화되어가던 성의 공평한 분배는 없어져 버리고 종국엔 가정으로 돌아간다. 가정이란 일부일처제에 의한 자기 자식의 확인이요, 뿌리찾기의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어긋난 에로티즘은 죽음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작가는 에로티즘을 끝간데까지 몰아가지 않는다. 두 남녀 주인공의 환상으로만 남겨둔다. 에로티즘으로의, 성에로의 환상을 가진 채 남녀는 서로의 삶을 살게 되고 이것이 우리의 한계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p. s. 김형경이라는 작가를 새로 알게 되었고 다른 작품도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다. 기회가 되면 김형경의 다른 작품도 읽게 되는 날이 있겠지. 나는 작품해설을 잘 읽지 않는다. 이 리뷰를 쓰고 나서 한번 읽어보았는데 역시나 바타이유의 <에로티즘>에 대하여 쓰고 있다. 바타이유는 에로티즘의 고전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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