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책 도서관전쟁 1
아리카와 히로 지음, 권미량 옮김, 아다바나 스쿠모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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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지가 오글오글. 달달. 그래도 좋아서 연실 키득키득. 사랑스러운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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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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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편인 '유령여단'이 여기저기에서 회자되는 상황인데 뒷북도 한참 뒷북이다. 두둥-

스타십 트루퍼스 vs 영원한 전쟁- 에 관해선 항상 후자쪽에 마음이 가는 편인지라,
로버트 하인라인 운운하는 광고 문구가 오히려 장벽이 된 경우. 그 문구가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게다가 우주, 혹은 우주전쟁,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제껏 충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그닥 기대하지 않았기도 했고.

그런데, 어떤 취향에서라면 별 하나도 아깝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 포스팅이 멈춘 시점부터 지금까지 몇개월을 책 한권 제대로 읽지 못하고 열대야에 시달리던 중의 나에게는,
차암,
재미있다.

불운하게도 75세까지 살아남는다면, 지구에서는 죽은 존재가 되고, 모든 내과적/외과적 행위(75세의 몸으로 외계 종족과의 전쟁터에 나갈 순 없을 테니까) 를 받아들여 10년간 군인으로 살다가, 운이 좋아 거기에서도 살아남게 되면 어느 개척행성에서 정착할 모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제도가 매우 매우 그럴듯할 거다. 75세라는 나이가 까마득한 지금도, 항상 지금과는 전혀 무관한 곳으로의 탈출을 꿈꾸고 (꿈만 꾼다. 꿈만), 게다가 몸은 이미 일년전과 지금의 차이가 현격하게 느껴지는 지경인데다가, 인류를 지킨다는 얼핏 그럴듯한 명목도 있어 보이니. 다른 종족은 생명이 아니더냐 하는 건 접어두고 그냥 즐기자는 얘기다.

그 많은 노인들을 어떻게 전쟁터에서 훨훨 날아다니게 할 지는 소소하면서도 중요한 스포일러가 될 테니 말고.

꼭 이 두번째 인생을 위해 그전의 75년을 살아왔던 것 마냥 지나치게 자연스럽고도 뛰어나게 적응하는 주인공 존 페리 이 아저씨는 브레이킹 던에서 변화후에 물 만난 물고기 같았던 벨라같았고.(나도 언젠가 어딘가에선 '그래 이거였어' 하는 나를 찾게 될까.)
젊어진 수많은 군인들의 모습에서 어쩔 수 없이 아바타가 떠올랐고, 외계 종족과의 전투는 요즘 일과가 되다시피 한 스타크래프트2 의 게임 화면을 떨칠 수가 없었고, 제 2의 존에게 찾아온 달콤한 멜로는 솔라리스에서 그녀가 나타난 첫 장면을 떠올렸다. (마지막 건 그게 무슨, 이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이 없긴 하지만. 그냥 그랬다는 거다.)

설정부터 획기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클리쉐들이 잘 섞이고 깜찍한 아이디어들이 덧붙여져서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다는 느낌. 몇 개월 동안 무슨 책을 집어들어도 이야기로 읽히지 않고 작가들이 자꾸만 무슨 얘기들을 그리 하려는지 시끄럽게만 느껴지던 와중에, 그냥 담백하게 - 다른 말로라면 생각없이? - 그러면서도 재미있게 몰두할 수 있어서, 차암, 좋았다.
좀 억지부리는 것 같긴 하지만, '책도둑'을 읽을 때처럼. 전혀 다른 책들인데 둘 다 말하자면 군더더기가 없다고 하면 될까. 두 책을 동시에 좋았다고 말하는 건 말도 안될까나. 뭐 취향없음이 드러나는 순간인거겠지.

올 여름 더위를 견디는 데 인셉션과 이 책이 한 몫 했다.
게다가, 후속편인 유령여단은 이 책보다 어둡다고 하니 환영하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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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8-17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저도 노인의 전쟁 아주 재밌었지만,너무 해맑게 그려낸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저도 '책도둑'과 더불어 둘 다 좋아하는데...
뭐,취향없음이 드러나는 순간인게죠~^^

오랫만에 페이퍼 반갑습니다~^^

달궁 2010-08-22 00:36   좋아요 0 | URL
어우, 댓글은 기대도 하지 않는 터라 오랫만에 들어왔더니 이런.. 반갑습니다, 역시 ^^
 
[뒷북] 책의 날 기념, 10문 10답 이벤트!

1. 개인적으로 만나, 인생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고픈 저자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건 어슐러 르귄 여사님.  차 한잔 사이에 두고 소곤거리다보면 나도 조금은 따뜻한 시선을 갖게 되지 않을까.  그래도 살만하지 않냐고 토닥거려주시는 어른이 필요하다. 아, 상상하다보니, 꿈같이 너무 좋아.

2. 단 하루, 책 속 등장 인물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누구의 삶을 살고 싶으세요? 

달달하고 찌릿한 막 시작되는 연애가 그리운 나는, 트와일라잇의 이자벨라 스완이 되겠다. 그 두꺼운 책들을 감탄으로 가득 채운 그의 미모를두 눈으로 확인해바야 할 터. 게다가 그에게서 사랑까지 받는다니. 단, 구름 잔뜩 낀날에.  

3. 읽기 전과 읽고 난 후가 완전히 달랐던, 이른바 ‘낚인’ 책이 있다면?  

음, 딱히 꼽기가 어렵긴 한데, 굳이 고르자니 로버트 하인라인의 낯선 땅 이방인. 화성에서 온 히피 두목님은, 상상도 못했던터라... 

4. 표지가 가장 예쁘다고, 책 내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책은? 

표지라면 아무래도 그림책이 떠오르는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남쪽의 초원 순난앵 (마루벌) 의 그 푸른 숲을 잊을 수 없다.   

5. 다시 나와주길, 국내 출간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 

몇년전만 했어도 줄줄이 들이댔을텐데 최근 많이 재출간되어서 고마운 와중에, 문득 생각나는 삼중당 문고. 팬이 되겠어요.

6. 책을 읽다 오탈자가 나오면 어떻게 반응하시는지요. 

편집자도 못 찾은 걸 내가 찾다니! 10초 > 출판사에 알려줄까? 10초 > 역시 귀찮군 (편집자들이 교정도 보시는지는 정작 모르겠다)

7. 3번 이상 반복하여 완독한 책이 있으신가요?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한 5년마다 한번씩 자의에 의해 타의에 읽게 된 듯. 읽을 때마다 보물을 발견한 벅찬 기분.
 
8. 어린 시절에 너무 사랑했던, 그래서 (미래의) 내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 

부모님의 취향아래 있던 어린 시절의 독서목록은 위인전과 전래동화가 전부였던지라.. 흠.. 아주 어리진 않았지만 십대에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위해 필사까지 했던 어린왕자


9.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두꺼운(길이가 긴) 책은?  

이거 시리즈물은 해당 안되는 건지. 된다면 얼음과 불의 노래 1-3부, 지금 합산하니 4,250 페이지. 시리즈물을 빼고라면 댄 시먼스의 일리움. 그것도 시리즈물이라시면,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한겨레) 918페이지. 응? 1,000쪽이 안되는 거였냐옹. 

10. 이 출판사의 책만큼은 신뢰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는?  

책장을 휙 쳐다보니, 열린책들과 황금가지의 박빙. 폴 오스터 님 덕분에 열린책들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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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5-15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moon님.
만약 제가 '데니스 루헤인'을 몰랐다면 '르귄'을 선택했을 거라서...
처음 놀러왔는데 '찌찌봉'할뻔 했어요~^^

트와일라잇,로버트 하인라인,에밀 아자르,어린왕자...다 낯설지 않고 친근한 느낌입니다.

달궁 2010-05-17 14:14   좋아요 0 | URL
우앙. 여기는 거의 휴업중이어서 예상치 못한 댓글에 놀랐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책도둑 2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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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0부의 첫장을 넘기면서부터, 남은 7-80 페이지를 읽는 내내
상투적인 표현 그대로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참으려고 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가슴에서 무언가 너무 커다란게 느껴져서 울지 않았으면 어땠을지 짐작가지 않는다.
그러곤, 남은 그 페이지들을 다 읽고 나선, 방안을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침대위에 앉았다 일어났다를 한참 했다.

헛헛하고, 아리다.

예전에 책 제목만 흘깃보고 스쳐갔었던 기억 외엔 이 책에 관한 어떤 사전 정보도 없었다.
그래서 더 놀랐는지도.

책을 훔치는 말라깽이 소녀 리젤의 이야기를 죽음의 신이 전한다.
그가 가장 많은 영혼을 안아올려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일 히틀러' 시대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저 느낀 독일인들. 유대인. 그리고 '말'에 관한 이야기

리젤과 루디와 한스와 로자와 막스와 같은 사람들을
또 만나긴 아마도 쉽지 않을 것.

아직도 자꾸만 찌릿찌릿해서 적당한 단어를 찾기가 힘든데.

궁금해서 자꾸 뒷장을 힐긋거리게 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자꾸 되돌리고 또 되돌리면서 아껴 읽게 되는 책이 있다고 한다면,
이 책은 단연 후자인 셈이다.

'말'의 힘은 놀랍고 무섭다.

아끼는 사람들에게 건네 줄 책이 -'자기 앞의 생'과 함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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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페리온
댄 시먼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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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지 짐작도 가지 않는 미래.
아마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옛 지구'라고 부르며,
옛 지구인들이 대이주를 대비해 조성한 우주의 수많은 거주지들이 '헤게모니 연방'이란 이름으로 월드웹을 형성하고,  우주선을 타기 보다는 '파캐스트'를 통해 월드웹의 행성들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시대에서.

헤게모니 연방에 맞서고 있는 '아우스터'들이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시간의 무덤'을 품고 있는 외곽별 '히페리온'을 향하게 되자
마음 속에 빚을 지닌, 혹은 소원을 지닌 7명의 순례단을 히페리온으로 보내게 된다.
그리고 그 여행길은 서로 다른 시간빚을 지고 있는-조금씩 다른 시대를 살아낸 7인의 이야기로 가득찬다.

정말이지, '가득 찬다'는 말이 맞다는 느낌이다.
7인의 이야기가 어찌나 각양각색인지.
히페리온과 시간의 무덤, 거기에 있는 오직 죽음으로만 이야기하는 신 슈라이크는 7인의 사연속에서
연인이 되었다가 종교가 되었다가 시가 되었다가 죽음이 되기도 해고 또 다른 것들이 되기도 해서,
책을 읽으면서 좀 시끄럽다고까지 생각하게 되긴 했지만,
각각의 이야기들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너무 강렬해서 꿈속에서까지 재현될 정도.

시간의 무덤 앞에서 이야기가 멈춰선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히페리온의 몰락'이 나올때까지 기다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악, 드디어 여기까지 왔는데! <- 대략, 이런 기분.

일리움을 읽으면서 셰익스피어와 프루스트를 모르는 게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했는데,
그래서 작가의 대표작이라는 이 소설을 읽을 것인가에 대해 조금 망설였는데, 그럴 필요는 없었다.
시인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굳이 이 책을 읽으면서만 느끼는 건 아니니까.

콤로그니 파캐스트니 하는 것들을 그저 자신의 상상가능한 정도로만 이해하고 넘어간다면 이 책은 SF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듯. 오히려 7인의 사연들은 SF라고 한정짓기에 너무 아까운 이야기들이다.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필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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